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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880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267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1/16 22:44:57
    http://todayhumor.com/?lovestory_88801 모바일
    [BGM] 너를 구름이라 부른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yUJwC7INGNo






    1.jpg

    유지소낮달

     

     

     

    나는 거기 있었네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는 거기 있었네 네가 떠나간 후에도

    나는 거기 있었네 거기가 거기인 줄도 모르고

     

    물이 흐르면서 마르는 동안 바퀴가 구르면서 닳는 동안

    지구가 돌면서 밤낮을 바꾸는 동안

    그동안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 동안

     

    나는 거기 있었네 네 머리 위에

    나는 거기 있었네 비가 내리는 구름 위에

    나는 거기 있었네 거기라는 말보다도 한참 먼 거기에






    2.jpg

    신달자내성적인 사랑

     

     

     

    너를 구름이라 부른다

    저렇게 회색언어로 뭉친 답답한 표정

    홀로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면

    너는 때로 검은 안경을 쓰고 나를 스치다가

    한바탕 알아듣지 못할 몸짓으로 다가서는 것 같기도 하지만

    뚝 뚝 두어 방울 말을 떨어트리다가

    줄 줄 줄 쏟아붓기도 하지만

    비다!

    내가 밖으로 나가 온몸으로 질펀하게 고이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젖어보기도 하지만

    너의 말 축축하게 배어들기도 하는데

    적막!

    비 딱 그치고 도저히 너의 말을 나는 찾지 못하는데

    젖은 얼굴을 닦는데

    오늘의 적막은

    하얀 손수건 한 장으로 내 손에 남는다







    3.jpg

    김주대

     

     

     

    달의 지평선에

    지구가 뜨면

    어느 날

    나는 거기 있을 것이다







    4.jpg

    사윤수폭설

     

     

     

    높은 궁지에서 분분히 하강하는 피난

    눈이 내린다

    오랜 나날 동안 그 앞을 지나다녔으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떤 골목의 입구

    시든 꽃나무 흙덩이를 안은 채 깨어진 화분들과

    창백하게 뒹구는 연탄재 위에도 눈이 쌓인다

    여기는 어디선가 본 멸망의 나라

    사람들 모두 눈보라 속으로 사라져가고

    건너편 횟집 수족관 속의 물고기들만

    화석처럼 뻐끔뻐끔 이곳을 바라본다

    두껍게 얼어붙는 시간의 계곡이

    전 생애의 날개를 저어 떠나버린 것들의 뒷모습을 닮았다

    하얀 침묵이 소리 없이

    지상의 발목까지 내려 쌓이는 동안

    그 골목으로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다

    폭설이 서서히 골목의 입구를 닫고 있었다







    5.jpg

    조은어느 새벽 처음으로

     

     

     

    이른 새벽 잠에서 깼다

     

    불안하게 눈을 뜨던

    여느 때와 달랐다

    내 마음이 어둠 속에

    죽순처럼 솟아 있었다

     

    머리맡엔 종이와 펜

    지난밤 먹으려다 잊은 맑은 미역국

    어둠을 더듬느라

    지문 남긴 안경과

    다시는 안 입을 것처럼

    개켜 놓은 옷

    방전된 전화기

     

    내 방으로

    밀려온 그림자

    창 밖 그림자

    한 방향을 가리켰다

     

    밤새 눌려 있던

    머리카락이 부풀고

    까슬까슬하던 혀가 촉촉했다

     

    흰 종이에다

    떨며 썼다

    어느 새벽 처음으로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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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17 10:21:36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9/11/17 23:01:29  183.96.***.3  renovatiost  277019
    [3] 2019/12/10 16:31:33  172.68.***.49  kaspum  88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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