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1. 슬픔을 배우는 법 <div><br /></div> <div><div>“슬픔을 가르쳐 줄 사람을 찾습니다.”</div> <div><br /></div> <div>오늘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채용공고를 올렸다. </div> <div>나는 여태까지 살면서 한번도 슬프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div> <div>그래서 나는 나에게 슬픔을 가르쳐줄 사람을 찾고 있다. </div> <div>처음에는 내가 글을 올리면서도 과연 누가 연락을 할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div> <div>슬픔을 가르쳐달라고 알바사이트에 올리는 사람은 미친놈이거나 변태로 보일 테니까 </div> <div>그러나 그만큼 간절했다. </div> <div>그리고 불안했다. </div> <div>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 </div> <div>보편적인 정서를 공유하지 못한다는 것 </div> <div>그것은 인간사회에서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div> <div>나는 여태까지 물위에 떨어진 기름 한 방울처럼 살아왔다.</div> <div>나는 인간들 틈에 낀 한 마리의 짐승이었다.</div> <div>나는 평생동안 언제든지 인간들의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왔다. </div> <div><br /></div> <div>다행히 몇몇 사람들에게 연락이 왔다. </div> <div>그리고 그들을 만나 나의 사정을 얘기해 주고 과외 일정을 말해주었다. </div> <div>과외기간은 한 달이었고,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div> <div>과외비는 선불로 반을 주고 한달이 지나면 나머지 반을 주기로 했다. </div> <div>그리고 한 달안에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면 과외비를 두배로 주기로 계약했다.</div> <div>사람들은 처음에는 당황해했지만 곧 자신들이 손해 볼 일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흔쾌히 과외를 해주기로 약속했다. </div> <div><br /></div> <div>그리고 몇몇 사람에게 과외를 받았다. </div> <div>그들은 대개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슬픈 영화를 보거나 </div> <div>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슬픈 이야기를 해주거나 </div> <div>나를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데리고 갔다. </div> <div>그들은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div> <div>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를 하며 울음을 터뜨렸고 </div> <div>아이들이나 어르신들과 대화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div> <div><br /></div> <div>나는 옆에서 그들의 행동을 빠짐없이 관찰하고 녹음했다. </div> <div>집에 와서는 그들을 관찰한 노트와 녹음된 음성을 들으며 나는 슬픔에 대해 공부했다. </div> <div>그래서 나는 슬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div> <div>그러나 슬픔을 느낄 수는 없었다. </div> <div>나는 슬픔의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을 따라할 수 있다는 것에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생각하고 과외를 그만두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div> <div><br /></div> <div>그러다 그녀에게서 이메일이 왔다.</div> <div>그녀는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div> <div>그만두려고 했지만 그녀의 사정이 딱하기도 해서 </div> <div>나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슬픔을 배우기로 했다. </div> <div><br /></div> <div>그녀를 처음만난 날 나는 그녀에게 과외일정에 대해 알려주었다. </div> <div>그러자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너무 재미있을 것같다고 말했다. </div> <div>‘슬픔을 가르쳐달라는데 뭐가 재미있다는 거지?’</div> <div>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그녀가 전에 사람들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div> <div><br /></div> <div>그리고 확실히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div> <div>그녀는 만날 때마다 웃기는 코미디영화를 보거나 </div> <div>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기쁜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거나 </div> <div>자신의 친구들 중 생일이거나 결혼식을 하는 행복한 친구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div> <div>그녀는 나와 만날 때 항상 웃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div> <div>확실히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짓게 만드는 행복한 미소를 가진 여자였다. </div> <div>나는 웃는 날이 많아졌다. </div> <div><br /></div> <div>그러던 중 과외 마지막날이 되었다. </div> <div><br /></div> <div>한적한 카페에서 그녀와 나는 만났다. </div> <div>커피를 홀짝이며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재잘대던 그녀는 갑자기 말했다. </div> <div><br /></div> <div>“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네요”</div> <div>그녀는 여전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div> <div><br /></div> <div>“아 예 그러네요”</div> <div>“뭐 가르쳐드린게 없는 것 같네요”</div> <div>“아뇨 그동안 재밌었어요”</div> <div>아마 나도 웃으면서 대답했던 것 같다. </div> <div><br /></div> <div>“마지막 수업이니까 슬픔에 대해 알려 드릴게요”</div> <div>“아 예”</div> <div>“아저씨는 슬픔보다는 사랑을 배워야 해요”</div> <div>“예?”</div> <div>“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슬퍼할 자격이 없거든요”</div> <div>“아 예”</div> <div>“저는 사랑은 상대방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div> <div>“예?”</div> <div>그녀는 손가락을 뻗어 내 입꼬리를 올려주었다. </div> <div><br /></div> <div>“이렇게요”</div> <div>그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큰소리로 웃었다. </div> <div><br /></div> <div>“그래서 저는 아저씨한테 슬픔보다는 사랑을 가르쳐 주려고 했어요”</div> <div>“......”</div> <div>“저는 정말 열심히 아저씨한테 사랑했어요 </div> <div>그래서 오늘 이후 아저씨를 보지 못한다면 무척 슬플 것 같아요</div> <div>제 과외가 효과가 있다면 아저씨도 저를 사랑할 거라고 생각해요“</div> <div><br /></div> <div>“......”</div> <div>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쪽지하나를 건냈다. </div> <div><br /></div> <div>“이건 제 전화번호에요</div> <div>제 과외가 효과가 있었다면 아저씨는 절 보지 못하면 슬플거에요 </div> <div>하지만 저에게 다시 연락을 한다면 아저씨는 슬프지 않겠죠</div> <div>이게 마지막 수업이에요 </div> <div>저에게 전화하면 사랑을 배울 수 있어요 </div> <div>반대로 저에게 전화하지 않으면 슬픔을 배울 수 있어요</div> <div>선택은 아저씨 마음이에요“ </div> <div>그리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div> <div>멍하니 바라보는 나에게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이 환한 미소로 웃어주고 돌아섰다. </div> <div><br /></div> <div>그리고 오늘 밤 나는 책상에 앉아 녹음기를 앞에 두고 녹음된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div> <div><br /></div> <div>“아저씨는 슬픔보다는 사랑을 배워야 해요”</div> <div>‘딸깍’</div> <div>“아저씨는 슬픔보다는 사랑을 배워야 해요”</div> <div>‘딸깍’</div> <div><br /></div> <div>나는 한손에는 핸드폰을 쥐고 이 문장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div> <div>핸드폰의 액정화면 속 전화번호부엔 그녀의 이름이 선명하다</div> <div>그리고 그녀의 이름앞에 커서가 깜빡인다. </div> <div>그 깜빡임에 맞추어 내 심장박동도 빨라진다. </div> <div><br /></div> <div>“아저씨는 슬픔보다는 사랑을 배워야 해요”</div> <div><br /></div> <div>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눌렀다. </div> <div>그리고 재빨리 핸드폰을 귓가에 갖다댔다. </div> <div>‘뚜- 뚜-’</div> <div>신호음이 울리기 시작한다.</div> <div>그러나 곧 쿵쾅거리는 심장소리에 묻혀 신호음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 </div> <div>영원같던 몇초의 신호음이 끊기고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div> <div><br /></div> <div>“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거나......”</div> <div><br /></div> <div>나는 멍하니 내 핸드폰 액정화면을 바라보았다. </div> <div>화면속엔 그녀의 전화번호와 그녀의 이름이 반짝이고 있었다. </div> <div>몇초간 바라보다 울컥 핸드폰 화면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div> <div>그리고 목구멍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div> <div><br /></div> <div>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울기 시작했다. </div> <div>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롭지 않았다.</div></div> <div><br /></div> <div>---------------------------------------------------------------------------------------------------------------------------------------</div> <div><br /></div> <div>혀니님의 '죽음의 관하여'를 보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 올려봅니다~ </div> <div><br /></div> <div>오유가 '사랑에 관하여' 는 츤데레인걸 알지만 ㅎ </div> <div><br /></div> <div>남녀간의 사랑 뿐만아니라 다양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올리려고 하니 재밌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div> <div><br /></div> <div><br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