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애기야 너가 이 글을 볼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같아..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동안 서로 행복했던 일도 많았고,아팠던 기억도 많았던 것 같아
4살의 어린 너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랑으로 다가왔고
어리게만 봤던 널 나는 점점 사랑하게됬어..
처음부터 장거리였던 우린 처음해보는 거였지만 주변의 헤어진 커플들에게 마치 과시라도 하듯이
변치않는사랑으로 잘 이어왔지..
특히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나였기에
그만큼 너란 존재는 특별했어..내가 이렇게 온 마음을 다 쏟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그러다 20대 초반의 어린 너는 갑작스럽게 군대를 가게되었고 난 주변의 우려소리와 함께 고민의 길에 서게됬어.
내 옆을 외롭지않게 지킬 남자친구라는 존재가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너'라는 사람이 내게 필요한 것인가..
난 후자를 택했고 국방의의무를 다할 뿐이지 연애를 계속 이어간다는 마음으로 널 기다렸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1년9개월이 가장 행복했던시간이었던 것 같아..그 당시에는 서로 너무 힘들게 느껴졌었지만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됬어..절대 후회는 하지않아..왜냐하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추억이 아니니까 ㅎ
가장 덥고 춥다던 강원도에서 훈련을 받았기에 그때에 나는 춥다,덥다라는 말을 안하고 살았던 것 같아
힘들게 나라를 지키고 있는 네게 편하게 발 뻗어서 자는 내가 미안했고 나 역시 같이 훈련을 한단 마음으로
에어컨이나 보일러도 잘 안 틀었을 정도였으니까..ㅎㅎ곰신카페를 매일 드나들며 장문의 편지를 보내고
함께했던추억과 그리움으로 글을 써 내려갔던 하루하루가 행복했어..그리고 시간도 금방 지나갔지
왕복 14시간에 걸쳐 버스를 타고 너를 보러갈때의 그 설레임은 아직도 잊을수가없어..앞으로 그만큼 뭉클한 설레임을
또 다시 느껴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한 두달여만에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은 창밖에 나무가 흔들릴때마다
설레임으로 내 마음도 흔들렸었지.. 휴가때면 항상 나를 만나러 와 주었고, 너와의 통화에 매일 7시가 기다려졌었어..
곰신카페의 여러글들을 보면서 때때로 나도 언젠가 버림받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불안함으로 보낸 날들도 많았지만
그렇게 넌 나라를 지켰고 난 네 곁을 지켰지..전역을 하고나서도 여전히 넌 나만을 바라봐주었어..
버리지않고 곁에 남아줘서 정말 고마웠어...ㅎ
군대만 기다리면 이제 모든것이 다 잘 될거라는 희망에 들떠있었던 나는..한달에 한 두번이었지만 예전보다
자주 볼 수있어서 정말 좋았어..별거 안해도 행복했고 늘 다음 데이트가 기다려졌었지..전역을 하고나서도
장거리연애는 계속 이어졌고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안해본 것도 해보고싶고 여행도 가고싶은데
매번 시내데이트만 고집하는 것 같아서 서운했었어..난 너와 다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고싶었거든..
기념일도 거의 전화로 축하정도로만 보낸 수준이라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꼭 남들처럼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도 평범하게 하고싶었는데 어릴때 아니면 이 때가 아니면 해 볼 수 없는 추억들이라고 생각해서...ㅎ
그게 쌓이고 쌓이다보니 난 지쳐갔던 것 같아..여러번 헤어지자고 말했지만 정식으로 이별을 한 건 두 번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 세번째...
세월은 흐르고 넌 어느새 20대 후반이 되었고 난 30대가되어 결혼적령기에 이르렀지..
그런데 서로 사랑은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랑에 발전은 없었고 앞으로에 대한 미래가 보이지않았어..
올해 국가고시를 치르고 니가 있는 서울로 독립할 생각이었는데...내 모든걸 걸고 갈 정도로 내 맘이 단단하지 않았던 것 같아...
여전히 너에 대한 신뢰감이 없었고,답답했어..지금 당장에 직업이나 차는 없어도 앞으로 이렇게 이렇게 하겠다
나의 계획은 이러이러하다고 좀 더 구체적인 확신을 바래왔었는데..늘 미래얘기를 먼저 하는 것도 나였고,
그저 만나면 웃고 떠들고 맛있는 거 먹는 그 정도의 관계밖에 안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마치 인스턴트사랑같은...
나는 오늘도 널 보고 내일도 보고 모레도 보고 그 다음에도 너와 함께하고싶어서 미래를 그려갔던 건데...
너 군대 기다리는동안 적금을 열심히 모았었고 서울에 가서도 취직을 바로 할 수 있게끔 1년의 시간을 투자해 국가고시를 치뤘는데...
점점 너의 단점들만 보이기 시작했어..전역하고 나서 무기력하고 무책임해져 버린 것 같아서..더 발전한 건 없었고...
그런 너가 너무 실망스러웠어..내가 정말 소중히 아끼고 사랑했던 넌데..주변에서 아무리 반대해도 널 외면해도
난 옆에서 꿋꿋히 지지해줬는데..그만큼 널 믿었어..군대를 보낼 적에도 친구들 남자친구처럼
차나 번듯한 직장은 없어도 몇 년뒤면 너도 멋지게 자리잡고 내가 기대도 될 만큼 성장해 있을 거라고...
5년간의 시간이 너무 허무했어...사랑했던만큼 기대감도 컸나봐..난 그저 서로 사랑하는마음 변치않고
내가 미래를 믿고 기대도 될 정도의 책임감있는 모습을 바랬어..우리 마지막 통화한 날 지금 뭐 없어도 내가 너만큼은 어떻게든
책임질테니 믿고 와달라 허세라도 부렸더라면.....난 믿고 기다렸을텐데..너도 언제가 될 지 모르는 막연한미래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없었나봐..난 구체적인 계획이라도 듣고싶었는데...문득 외로워서 날 만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
5년을 지내왔지만 한 달전쯤 다시 태어나도 널 만날거라고 말 할 정도로 난 여전히 니가 좋았고
5년이란 시간속에 서로에게 익숙해졌음에도 가끔씩 널 보면 설레었어...마음속으로 심쿵하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그만하려해..널 사랑하지만 믿음도 확신도 없는 상황에 내가 모든 걸 걸고 가기엔 이미 많이 지친 것 같아..
그래서 내려놓고 그만 쉬고싶어..날 이렇게 만들어버린 네가 미워..이럴려고 이럴려고...내게 다가왔던거니..
그리고 어느샌가 이상한 취미가 생겨버렸어..나 뭔가 결핍이 되어 있었는지..짠순이인 내가 1~2만원대이긴 하지만
물건을 자꾸 사서 옆에 두고 있더라고..진짜 필요한거 아니면 잘 안사고 매사에 신중했던 나인데..
볼펜을 14자루나 사서는 위안을 삼고...그러고 있더라..ㅎ
하루는 제정신이 아니었다가 하루는 제정신이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지내고있어..너도 그만큼 힘들겠지...?
우리 좋았던 추억만 간직하자..내가 마지막에 했던 말처럼 꼭 다음엔 강해져서 옆에 사랑하는사람 놓치는 일 없길바래..
사랑만으로는 다가 아니라는 말 이제 알 것같아..난 점점 지쳐가고 마음에 병이 들어가고 있었으니..
네게 자꾸 헤어지자는 소리 하는 것도 상처이고 다시 붙고 또 그러고 반복하고싶지않아..
봄에 만났고 꼭 봄만되면 이렇게 되더라...ㅎ이제는 정말 안녕...잘 지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