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폭염이 지속하던 지난 주말 지방에서 친구 아버지의 칠순잔치가 있었다. 나와 친구들은 자신의 아버지 칠순잔치인 것처럼 어떤 놈은 열심히 사진을 </div> <div>찍었고, 다른 어떤 놈은 열심히 노래하며 춤을 췄고, 다른 놈은 열심히 먹고 있었다. </div> <div>친구 아버지께서는 "우리 못난 아들놈이 그래도 친구들은 제대로 사귀었네.. 허허허.." 라며 우리에게 말씀 하셨을 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div> <div>사자성어는 "유유상종" 이라는 단어였다. 그렇게 잔치가 끝났을 때 못난 아들놈의 친구들을 보 어머님의 표정은 "수고했으니 어여 시골물 흐리지 </div> <div>말고 는어여 서울로 가시게나.." 였지만 예의상 말씀하신 "시간도 늦었는데, 여기서 좀 더 놀다 자고 가라.." 는말씀을 진심으로 알아들은 뒤 하룻밤 </div> <div>민폐를 끼치고 다음 날 서울로 출발했다. </div> <div> </div> <div>제비뽑기로 차를 가져온 녀석의 차에 나를 포함한 네 명이 서울로 이동했다. 연휴의 중간이라 상행선은 막히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div> <div>경기도 오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우리 생각이 오산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한 녀석이 말했다.</div> <div> </div> <div>"고속도로 말고 국도로 가자.. 이왕 이렇게 막히는 거 차 구경 말고 풍경 구경이나 하면서 여유 있게 가자고.."</div> <div> </div> <div>녀석의 말대로 우린 국도로 빠졌지만 우리 눈에 들어온 건 대자연이 아닌 고속도로와 똑같이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건 자동차뿐이었다.</div> <div>심각한 교통체증은 오후가 지나도 계속되었고 속도가 나질 않았다. 운전하는 녀석을 제외하고 우리가 하나둘씩 폭염에 녹아내리며 허기를 </div> <div>느낄 때 우리 눈에 들어온 직접 손으로 휘갈겨 쓴 "가정식 백숙! 닭 직접 잡음 100미터 우회전" 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div> <div>운전하던 녀석이 먼저 말을 꺼냈다. </div> <div> </div> <div>"우리 가정식 백숙이나 먹고 갈까? 복날에 서로 얼굴도 못 봤는데.."</div> <div> </div> <div>그때 자고 있던 한 녀석이 "무슨 가정식 백숙.. 가정식 백반이겠지." </div> <div> </div> <div>두 녀석은 백숙이다 백반이었다며 옥신각신 싸우고 있었다. 나의 중재가 필요했다.</div> <div> </div> <div>"백숙 맞아. 닭을 직접 잡음 이렇게 쓰여 있었어.." </div> <div> </div> <div>그리고 잠시 후 "닭, 오리 백숙 30미터 우회전" 이라고 100미터 이전보다 좀 더 성의있게 하지만 뭔가 절박한 필체로 쓰인 글씨가 보였다.</div> <div>결국 우리는 차도 막히고 배도 고픈 관계로 백숙을 먹기로 했다. 우리가 찾은 식당은 가정집을 식당처럼 개조 아니 거의 가정집이었다. </div> <div>우리 차가 주차되었을 때 마치 내가 시골집에 내려갔을 때 아버지께서 마중 나오시듯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아저씨께서 직접 나와 우리를 반겨 </div> <div>주셨고, 우리를 안방으로 안내하셨다. </div> <div> </div> <div>"사장님 저희 여기서 먹어도 되나요?"</div> <div> </div> <div>"괜찮아유.. 우리 집에서 여기가 제일 시원해요. 그냥 여기서 드셔.."</div> <div> </div> <div>문 위쪽의 사진 속 곱게 한복을 입은 인상 좋으신 할머니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고, 우리는 닭백숙을 시키면서 사장님께 물었다.</div> <div> </div> <div>"그런데 닭은 사장님께서 직접 잡으시는 건가요?"</div> <div> </div> <div>주문을 받으시던 사장님께서 순간 뜨끔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으며 말씀하셨다.</div> <div> </div> <div>"워..원래는 잡는디 요즘은 날이 더워서 미리 잡아놔요.. 더위 탄 닭은 손님들이 맛이 없데.."</div> <div> </div> <div>"아.. 닭도 더위 타는구나..그럼 맛있게 해주세요."</div> <div> </div> <div>우리가 눈치 보면서 안방 구경을 하고 있을 때 먹음직스러운 닭백숙이 나왔다. 사람은 4명 하지만 다리는 2개, 누가 다리를 먹을까 고민할 때</div> <div>운전하던 녀석이 "난 운전했으니 다리 먹을 자격이 있어.." 라며 과감히 다리 한쪽을 집어서 갔고, 조수석에 있던 녀석은 "난 옆에서 저 새끼</div> <div>졸음운전 하지 말라고 쉴 새 없이 입을 놀렸으니 다리 먹을 자격이 있어.." 하며 남은 다리 하나를 집어갔다.</div> <div> </div> <div>배고프던 우리는 허겁지겁 닭을 해체하고 있을 때 애절하게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오묘한 소리가 났다.</div> <div> </div> <div>"뽀오오오오오오오옹."</div> <div> </div> <div>말없이 닭만 먹던 그 안방에 적막이 흘렀다.</div> <div> </div> <div>"누구냐? 누가 신성한 닭을 먹는데 구슬프게 한오백년을 휘파람으로 부는 거야?"</div> <div> </div> <div>"나다. 이 새끼야.. 운전하느라 힘들어서 그랬다."</div> <div> </div> <div>"야.. 운전하느라 힘들어서 한오백년 좀 불렀다고 웬 성화냐. 닥치고 닭이나 먹어." 나는 방귀 하나 때문에 싸우고 있는 녀석들을 말렸다.</div> <div> </div> <div>"집중해서 먹고 있는데.. 그럼 나도.."</div> <div> </div> <div>녀석은 잠시 온몸에 힘을 주며 집중하더니 "뿌욱.." 이라는 경쾌한 소리와 어제 칠순잔치에서 먹었던 각종 음식 향이 섞인 방귀를 뀌었다.</div> <div>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녀석에게 감정을 실어 온갖 욕설을 했다. </div> <div> </div> <div>"왜 나한테 지랄이야! 사람이 밥 먹다보면 방귀 뀔 수도 있는 거지!!"</div> <div> </div> <div>"그래? 넌 음식 먹는데 방귀 퐁퐁 끼면 식욕이 돋냐? 그럼 이거도 한번 쳐 드셔 봐!"</div> <div> </div> <div>나도 녀석의 말에 언제 맡아도 구수하고, 품위를 잃지 않는 방귀를 만들어서 간신히 꼈다. 이제 방안은 닭백숙이 아닌 세 놈이 뀐 방귀 냄새로</div> <div>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한 녀석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닭을 먹고 있었다. </div> <div>나를 포함한 세 녀석은 한 번씩 방귀를 뀌며 누가 이 방안의 진정한 방귀 대장 뿡뿡이인지 자웅을 가릴 때 운전하던 녀석에게 크고 아름다운 </div> <div>아니 그동안 우리가 연주하던 방귀 소리와 차원이 다른 깊은 분노의 빡친 울림을 몸 속에서 냈다.</div> <div> </div> <div>"빠악!"</div> <div> </div> <div>그 소리는 마치 도자기 장인이 "이게 아니야!" 라며 만든 도자기를 깰 때 내는 소리처럼 맑고 청아했다. </div> <div> </div> <div>"저 새끼가 진정한 방귀 대장 뿡뿡이다!" 라고 인정하기도 전에 녀석은 "시발.." 이란 말과 함께 밖으로 뛰쳐나갔다. </div> <div> </div> <div>"저 새끼 설마?"</div> <div> </div> <div>"쌌네.. 쌌어.."</div> <div> </div> <div>"저 새끼 빡친 소리로 봐서는 대형 폭탄 터진 건데.."</div> <div> </div> <div>우리는 아주 잠시 녀석을 걱정하다 '싼놈은 싼놈이고..' 라며 다시 백숙에 집중했다. 그리고 우리가 백숙을 다 먹고 계산하고 나왔을 때</div> <div>주차장에 있던 녀석의 차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가 1시간여를 더운 여름 식당 앞에서 보냈을 때 녀석은 다시 돌아왔다.</div> <div>우린 녀석이 우릴 버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고, 앞으로 녀석을 의리의 똥쟁이, 녀석의 방귀소리를 반영해 방귀 대장 빡빡이라 부르기로 했다.</div> <div> </div> <div>그리고 녀석은 처음보는 반바지를 입고 수줍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div> <div> </div> <div>"야 이 새끼들아! 서울가자!"</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