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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46281
    작성자 : 성성2
    추천 : 21
    조회수 : 2400
    IP : 210.123.***.131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6/08/08 11:55:35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6281 모바일
    프로메테우스 친구 이야기
    옵션
    • 창작글
    나와 내 친구들은 모두 담배를 피운다. (하지만 나는 잠시 쉬고 있다.) 물론 가끔 건강을 위해, 사랑하는 여자가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금연을 선언하고 아까운 담배를 가위로 자르거나 휴지통에 던져버리는 퍼포먼스를 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다음날이면 잘린 담배를 줏어서 다시
    피웠고, 버린 담배갑을 찾아 휴지통을 뒤졌다.
     
    만두의 친구가 찐빵이듯이 라면의 친구가 구공탄이라는 명곡의 가사처럼 담배의 친구는 라이터인데 우리는 그 소중한 담배의 친구를 잘 잊어버리는
    편이지만 친구 중 본인의 라이터는 물론 우리들의 라이터까지 챙겨주는 고마운 녀석이 있다. 녀석은 대학 때부터 누군가 "불 좀 있어?" 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한 손에는 라이터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 바람을 막는 불을 진정 아끼는 자의 자세로 담배불을 붙여줬다. 심지어 녀석은
    "라이터 없어? 난 하나 더 있으니까 이거 쓰고 나중에 돌려줘.." 라며 고맙게도 라이터를 분양해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우리에게 불을 공급하는 녀석을 한동안 "파이로"라 불렀지만, 요즘은 녀석의 정체가 프로메테우스의 환생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의심의 증거는 바로 녀석의 "간" 이었다.
    나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에 비해 녀석은 술이 약한 편이다. 어떤 좋은 안주에 술을 마셔도 녀석은 소주 1병 정도를 마시면 속이 쓰리다며
    술 마시기를 거부했고, 집에 돌아갈 때도 녀석보다 술을 훨씬 더 마신 우리보다 더 비틀거리며 고통스럽게 돌아갔는데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이면 우리가 숙취로 고통받을 때 녀석은 가장 먼저 우리에게 "어제 잘 들어갔니? 오랜만에 만나니까 좋더라.." 라는 오글거리는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가 "너 어제 힘들어 보이던데 속은 괜찮냐?" 라고 물으면 "응. 난 괜찮은데 많이 마신 너희들은 꼭 해장해." 라며
    본인의 놀라운 간 회복력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냈다.
     
    두 번째 의심의 증거는 "조류 공포증" 이었다.
    우리는 친구들끼리 만나면 1차로 소고기, 돼지고기 또는 회 같은 육류를 먹은 뒤 2차는 부담 없이 맥주를 마시러 갔을 때 치킨을 시키면 녀석은
    질색을 하며 싫어했다. 녀석이 치킨을 거부하는 이유는 푸석푸석한 살이 싫다. 고기를 먹었는데 왜 또 고기냐 (이러면서 녀석의 대안은 항상
    북어, 황태, 먹태, 노가리였다. 이 새끼야.. 명태 패밀리는 고기가 아니고 바다의 채소냐?) 면서 유독 치킨을 완강히 거부했다.
    결정적으로 지난 금요일 친구들과 만나 술집으로 이동하는데 우리 일행 앞에 비둘기 두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와 격렬하게 푸드득 하며
    착륙했을 때 우리가 "뭐야 이 비둘기는.." 이러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할 때 녀석은 격렬하게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엄마!!"
     
    마흔 살이 넘은 새끼가 집에 계신 어머니를 찾다니..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명절 때나 찾아뵈는 불효자 주제에..
    녀석은 격렬하게 자신은 비둘기가 세상에서 가장 싫고 평화롭던 서울이 비둘기에게 점령당한 큰 원인이 바로 전두환 때문이라면서 전두환을
    욕하기 시작했다.
     
    이때 나는 놀라운 간 회복력과 조류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공포증을 가진 이 녀석은 바로 전생에 코카서스 바위에 묶여 낮에는 독수리에게 (아마도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먹던 게 비둘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간을 쪼이고 밤에는 간이 회복되어 다음 날 또 쪼이는 영원한 고통을 겪던
    프로메테우스의 환생이 아닌가 생각했다.
     
    내 친구가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준 고마운 은인이었다니는 이런 전남 영광은.. 개뿔..  저 녀석 또 술 값 안 내려고 쓰러져있네..
    연기력이 늘었어..
    출처 저는 담배를 잠시 쉬고 있습니다.
    성성2의 꼬릿말입니다
    1. 녀석을 만난 지난 금요일...

    "성성.. 진짜 담배 끊은 거야?"

    "끊고는 싶은데 아마도 일을 시작하면 다시 필 거 같아. 그냥 쉬는 거라는 느낌이지.."

    "그렇구나. 그럼 혹시 나중에 담배 피울 때 생각해서 이거 하나 받어...필요한 순간이 올 거야.."

    녀석은 내가 괜찮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방에서 라이터를 꺼내 내게 줬다. 녀석의 그래도 내게 오랜만에 베푼 호의라 거절하지 못하고
    집 앞에서 버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일단 주머니에 넣어뒀다.

    그 후 아무 생각없이 나는 친구들과 계속을 술을 마셨고, 집에 돌아와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입던 바지에서 습관처럼 지갑과 핸드폰만 뺀 채
    빨래통에 넣어뒀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빨래를 하려는 와이프의 호출이 있었다.

    "담배 끊었다면서.. 이게 뭐야? 그리고 **관? 나이트까지 입장했어?"

    아무리 내가 담배를 끊었다. 그런데 친구 녀석이 나한테 준 우정의 표시다. 이게 왜 내 주머니에 있지! 라 해명해도 와이프에게 통하지 않았다. 
    녀석이 말한 "라이터가 필요한 순간"은 아무래도 내가 등짝을 맞는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이 사악한 새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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