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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45676
    작성자 : 꼬망꼬망
    추천 : 13
    조회수 : 2517
    IP : 112.214.***.160
    댓글 : 21개
    등록시간 : 2016/06/05 10:39:49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5676 모바일
    (17금?) 오빠라고 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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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 기간만큼 사람이 쓸데 없이 창조적으로 되는 때는 없을 것이다.
    이제 막 핀 문제집에 그린 낙서가 희대의 역작이 되고
    노트 정리 중에 대충 끄적거린 구절이 인생의 명언이 되는 것이 바로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바로 시험 기간이기 때문이다.

    수업을 끝내고 좀 쉴 겸 동아리방에 들어갔을 때 후배들은 한창 열띤 토론 중이었다.
    대충 들어보니 어떻게 하면 힘을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직 시험이 한창 남았는데 벌써 저런 걱정을 하는 새내기들이 가엽게 느껴져
    '음료수라도 하나씩 사줄까' 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후배들의 대화는 단순히 힘을 내는 방법에 관한 게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빠'라는 호칭은 정말로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두를 힘내게 하는가?>였다.
    아마 한창 SNS에서 유행했었다는 것 같다.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주제에 당황했지만,
    이내 시험 기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들 창조적으로 변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 토론은 의외로 쉽게 결론이 나는 것으로 보였다.
    남자애들 몇몇이 여자애들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는 실험을 한 것이다.

    먼저 한 명이 '오빠'라고 말하자 여자애들은

    "다시는 나를 그렇게 부르지 마라, 더러운 것아."

    "너에겐 정말 멋진 재능이 있구나, 아름다운 말을 쓰레기로 만드는 재능."

    "너의 말은 정말 금성 같아. 아주 그냥 황폐하네."

    "당신의 그 역겨운 입이 무고한 단어를 끔찍하게 만들고 있는 게 안 보입니까?"

    라며 그 남자애의 멘탈을 박살내 버렸다.
    다른 애의 이어진 '오빠' 호칭에도

    "와, 나 사람 얼굴 근육이 저렇게 역겹게 움직이는 거 처음 봤어!"

    "네가 남자라 다행이야, 오빠를 말할 일이 없어서. 하마터면 죽일 뻔."

    "차라리 스컹크가 오빠라고 부르는 게 더 귀엽겠다."

    "내 '오빠'가 더럽혀졌어!! 엉엉..."

    라며 다시 한 번 남자애의 인격을 말살해 버렸다.
    이쯤 되자 다른 남자애들은 매우 쓸 데 없는 일임을 깨닫고 그만하자고 했다.
    여자애들도 현자타임과 자괴감이 온 것인지 쉽게 수긍했다.

    그렇게 끝났어야 했다. 그런데 이놈의 방정맞은 입이 가만 있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그렇게 국어책 읽듯이 하면 어떡하냐, 좀 더 생동감 있게 말해야지. 진짜 오빠 부르듯이."

    내 말에 시체처럼 죽어 있던 애들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나에게도 '오빠'를 요구했다.
    뭐,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할려 했는데, 막상 말하려니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긴 남자가 '오빠'를 말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래도 후배들이 저렇게 원하니,
    숨을 한 번 고르고
    여자애들을 똑바로 쳐다보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서
    끝을 약간 높여

    "오빠↗?"

    라고 해주었다.
    그러자 여자애들이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미쳤다, 미쳤어! 난 이걸 듣기 위해 살아온 거구나!"

    "선배가 내 눈 보고 '오빠'라고 해줌! 내가 선배 오빠다!!"

    "와, 오빠, 세상에.... 제 여동생 할래요?"

    "그래, 우리 애기! 뭐가 필요해? 오빠가 다 해줄게!!"

    그것은 지금껏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오빠'라는 한 마디가 확실히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남자애들은 경멸과 한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고 있었다.
    복수할 거다.

    그러는 도중에 갑자기 한 여자애가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오빠, 없는 게 선다는 게 이런 느낌인 거 같아요."

    동아리방은 순식간에 초토화됐고
    그 아이는 바로 격리되었다.
    난 아직도 그 아이를 피해 다닌다.


    이제는 '오빠'를 넘어 '언니'라고 불러달라는 요구도 생겼다.
    이러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특히 내 정체성에....
    출처 현실 90%, 과장 10% 의 내 대학 생활
    (심각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전혀 아니니 진지 드실 필요 없어요.)
    꼬망꼬망의 꼬릿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여친은 한참을 웃었다.
    내가 여성스러운 면이 많아서 더 그런 거라고 놀려댔다.
    그리고 자기도 듣고 싶다고 한 번 '오빠'라고 해보라고 했다.
    뭐, 한 두 번도 아니라 체념하고

    "오빵~"

    이라고 하니까 여친은 한동안 말이 없더니

    "난 내 생각보다 더 타락해 있었구나. 다른 사람 있을 때 하면 잡혀갈지 모르니까 앞으론 둘만 있을 때 '오빠'라고 하자."

    라며 정말 위험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오빠'라는 말은 파괴력이 상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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