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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43301
    작성자 : 꼬망꼬망
    추천 : 4
    조회수 : 1368
    IP : 112.214.***.4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01/08 14:15:00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3301 모바일
    장발남의 대한민국 생활 기록 - 추위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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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정을 가장한 오지랖이 만연한 대한민국에서 머리가 긴 남자로 살아간다는 건 그리 녹록치 못한 일이다.
    그것도 실험 결과에 찌들어 머리 깍을 여력도 없는 대학원생이 대충 묶어 올린 스타일이나
    속세를 떠나 자연과 벗하며 안빈낙도를 즐기다보니 어찌어찌 자라게 된 야인 스타일도 아닌
    뭇 남성들의 로망이라는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라면 스트레스 난이도가 조금 더 올라간다.
    또 하나 슬픈 현실은 대자연마저 장발남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의문을 가질 것이다.
    자연이 대체 어쨌길래 저러는 것인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겨울
    겨울의 존재는 장발남을 충격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위도 30˚~40˚ 에 위치한 한반도는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다.
    매서운 추위의 계절, 겨울이 오면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꽁꽁 둘러싸 체온 유지를 꾀한다.
    그 결과 2 차 성징을 겪은 인간의 성별을 쉬이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외골격적 특징이 두터운 옷에 가려져버리는 것이다.
    거기에 목도리까지 두른다면?
    실로 인간의 인지 능력의 낮음을 탓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문제의 그 날도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친구들과 나는 한껏 무장을 하고 거리와 가게를 방황하며 놀고 있었는데
    한 명이 갑자기 홍대를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딱히 할 것도 없는 잉여들이라 흔쾌히 수락하고 가게를 나섰다.
    하지만 가게를 나오자마자 남자애들은 너무 피곤하고, 홍대는 너무 멀다며 집으로 갔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결국 여자애들과 나만 홍대로 가게 되었다.

    허나 우리들이 간과하고 있던 것이,
    우리는 학교 주변을 벗어나 본 적이 별로 없는 샌님들이었고
    새벽의 홍대는 마귀 소굴처럼 무시무시한 곳이라는 것이다.
    지금 몸을 떠는 게 추위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야 만 우리는
    그냥 산책이나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젊은의 거리를 방황했다.

    그 때였다.
    날이 춥기도 하고
    행여나 서로 떨어질까 우리는 다 같이 팔짱을 끼고 걷고 있었는데,
    누군가 갑자기 내 옆으로 와 팔짱을 끼는 것이었다.
    내 시야에는 다른 친구들이 모두 보였고,
    난 진짜 귀신이라도 나타난 건가 싶은 두려움에 얼음이 되었다.
    우리는 경직된 자세로 돌아보았고,
    그 자리엔 처음보는 남정네가 서 있었다.

    서로 말 없이 쳐다보던 1~2 초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쳤다.
    '뭐지? 일행이랑 헷갈린 걸까?'
    '길을 잃었나? 경찰서 위치는 우리도 모르는데.'
    '이게 말로만 듣던 인신매매인가! 불효자는 웁니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는 진위를 파악할 수 없는 법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세요?"

    "아, 나도 같이 놀고 싶어서."

    그랬다. 헌팅이었다.
    하, 진짜.... 20 몇 년을 살아오면서 처음 헌팅당한 게 남자한테라니... 지지리 운도 없지.
    그동안 '남자한테 번호 따인 적 있냐?', '남친은 언제 사귀냐?' 등등의 농담 섞인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그 때마다 당당히 부정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적어도 '남자한테 헌팅 당한 적' 하나는....
    그래서 나는 울분에 차서 말했다.

    "저 게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나를 더 충격에 빠뜨렸다.

    "재밌는 언니네."

    결국 내 멘탈은 산산조각이 났다.
    다행히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 지옥 같은 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홍대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 후로도 헌팅을 시도하는 남자들이 있었다.

    갑자기 남자 한 명이 우리 앞에 오더니 우리를 빤히 쳐다보면서 뒤로 걷기 시작했다.
    야밤에 체조를 하는 건가
    아니면 혈관에 피 대신 알코올이 흐르는 건가 싶어
    우리는 애써 무시하며 피해갔다.
    그러자 그 남자는 다시 자기 갈 길을 가며 말했다.

    "이야, 눈길도 안 주네, 저 년들."

    ...

    결국 우리는 '홍대 무서워'만 연발하며 싸늘한 산책을 마감했고,
    새벽 홍대 나들이는 내게 커다란 스크래치를 남겼다.
    그리고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홍대는, 특히 새벽의 홍대는 무서운 곳이라는 점.
    머리카락이 좀 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멀쩡한 남정네도 1 시간에 두세 번 정도의 헌팅을 받을 수 있는 곳라는 점이다.
    꼬망꼬망의 꼬릿말입니다
    친구들은 그 후로 헌팅 이야기로 나를 놀려댄다.
    두고 봐라.
    언젠가 너희들을 가발 씌워서 홍대에 보낼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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