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28살 차이나는 막내사촌동생. <div>같이 어디가면 오빠로 안보고 당연하게 최소삼촌 최대아빠로 보이는 나이차.</div> <div><br></div> <div>배가 뽈록하게 나온 (나에게는 제수씨.)새언니배를 만지면서 "동생생겨? 나 동생생겨?"라고 묻길래, </div> <div>"아니. 너가 고모되는거야. 언니가 아니라 고모."라고 일러줘도,</div> <div>자기가 아는 고모란 개념은 4~50대 아줌마들이라 감이 안잡히는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지만 </div> <div>새언니 손을 꼭잡고 언제 태어나? 몇밤 자면 태어나?라고 재잘거리는걸 보면, </div> <div>본부내무실에 앉아있는 신병들을 보며 "이제 걸레 안빤다!!!!!(그럼 군생활 끝나는줄 알았음)"고 두근거리던 소대 막내때 생각이 떠오른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외할머니와 오마니는 동생과 제수씨를 아침 일찍 친정으로 보내버린다. </div> <div>친정가서 푹 쉬라고. 가면 얼마나 좋아하시겠냐고. 이렇게 자상한 시댁이라니.</div> <div>그리고 가는 길에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용돈도 쥐어주신다. 내 지갑에서. 이렇게 잔인한 어머니라니.</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아침부터 난리가 났다.</div> <div>밤새 새언니 옆에 붙어서 올 겨울에 태어날 조카 예뻐해줄거라고 재잘거리다 늦게 잠들었다가 일어난 막내.</div> <div>옆에 같이 잠들었던 하이얀 새언니는 어디가고, </div> <div>웃방청소한다고 등짝맞고 자다깨서 오~이 방은 아직 이불 안치웠네?라며 기어들어온 시커먼 큰오빠가 배까고 코골며 자고 있으니 얼마나 놀랬을까.</div> <div><br></div> <div>새언니찾으며 우는건데 시커먼 오빠가 울린거라고 등짝 한대 더 맞고 아침식사전까지 애달래오라며 쫓겨났다. </div> <div>시골동네에서 애를 달랠만한건 거의 없으니 마당에서 번쩍 안아들어 비행기 돌려주니 까르륵 웃다가 30분 쯤 돌려주니 지쳐서 또 울어버린다.</div> <div>그렇게 난 등짝을 또 맞았다.</div> <div><br></div> <div>어제는 새언니새언니 귀찮게 하더니, 새언니없으니까 큰오빠인 나를 귀찮게 한다.</div> <div>지 친언니같이 핸드폰 던져주면 한눈 좀 팔고 하면 좋을텐데, 전자기기는 테레비도 잘 안보는 애라 한번 잡히면 몸이 피곤해진다.</div> <div><br></div> <div>오빠오빠. 노라줘. 안아줘. 비행기태워줘.</div> <div>아까 오빠가 비행기 태워주니까 울었잖아. 안해. </div> <div>으애애애앵!!!!!!!</div> <div>넌 또 왜 애를 울리냐?</div> <div>나 암것도 안했어요ㅠ.ㅠ</div> <div><br></div> <div>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있자니 다른 이모들도 시댁 대충 정리하고 모여든다. </div> <div>오마니가 아침밥맥이자마자 설거지도 나한테 미뤄놓고 친정으로 보내버려 얼굴을 보지 못한 만삭의 제수씨이야기를 시작으로,</div> <div>아직 장가 안간 형. 나에게 타겟이 돌아간다.</div> <div>넌 왜 장가안가냐???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모닮아 못생겨서??? 찰싹.커엌) </span></div> <div>오빠. 힘내. 오빠가 든든하게 버텨야 우리한테 시집가라는 말이 덜 나와. (그럼 와서 좀 살려주시던가!!!)</div> <div><br></div> <div>그렇게 애한테 치이고 엄마 이모들한테 치이니 심신이 지쳐, 회사일을 핑계로 추석 당일에 도망치려고 했"었"다.</div> <div>이제 뒷정리는 이모들이랑 과년한 여자사촌동생들이 할테니 후딱 떠나기로 한다.</div> <div><br></div> <div>"오빠. 왜 옷입어? 집에 가?"</div> <div>"아...아니. 오빠 추워서 껴입는거야."</div> <div>"그럼 오빠아~ 선풍기꺼. 선풍기꺼. 감기걸려서 아야해."</div> <div>몰래 나가려다 옷갈아입는 현장을 딱 들키고는 늦가을 더위에 추워서 옷껴입는다는 개소리를 하니, 이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린것도 속을리가 없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기 언니는 그래도 초등학생이라고 학교나가면 친구들이 있는데, 아직 유치원도 안나가는 나이이고 시골동네에 또래친구들이 없어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촌오빠언니들이 오면 안떨어지려고 해서 항상 조용하고 은밀하게 사라져야하는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제 온 다른 언니들이랑 있을거라 생각하고 방심했더니 딱 들키고 말았다. </span></div> <div><br></div> <div>진짜 안간다니까~하며 일부러 철푸덕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div> <div>영혼없는 명절인사들과 언제오냐 술먹자 전가져와라 그걸로 안주하자라는 노귀향파친구들의 메시지사이에 아침에 떠난 동생의 메시지가 껴있다.</div> <div>"차키 잘 챙겨라."</div> <div>내가 아무리 정신머리없어도 그 정도는 아니다. 이시키야. 라고 보내려다가 관두고 살살 막내눈치를 살핀다.</div> <div><br></div> <div>어제오늘 축사에 육용으로 키우는 돼지마냥 큰외손자를 먹이고먹여 살찌우시던 외할머니는 객지에서 손주 고생한다고 바리바리 음식을 싸주셨고,</div> <div>올해는 반드시 냉장고청소라는걸 해서 버릴건 버리고, 이것들을 쟁여놓고 내년에 또 발굴해야지ㅋㅋㅋ하며 </div> <div>막내 몰래 어른들한테 인사드리고 중학생 남자동생에게 보따리 하나 들고 따라오라고 시킨다.</div> <div><br></div> <div>"마. 형 간다. 이모랑 이모부 속쌕이지말고, 형은 공부하라고 잔소리 안할라니까 싸울거면 처맞지말고 최소한 비기고, ㅇㅂ같은거 하지마라."</div> <div>"알았으니까 세뱃돈주고가~."</div> <div>"추석에 뭔 세뱃돈이여. 제 정신이냐? 요즘 의무교육 수준 왜 이래??? 간다 임ㅁ...어래???"</div> <div>"왜?"</div> <div>"야. 나 차키두고 왔나보다. 나 들어가면 막내우니까 가서 찾아봐. 웃방 테레비 위에 뒀어."</div> <div>"아...귀찮은데..."</div> <div>"만원준다."</div> <div>'얼른 갔다올께. 가지말고 기다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차키가 있어야 가지 멍청아...라는 말이 목구멍을 넘어 편도를 찍었지만, 조용히 떠나려면 저 놈의 힘이 필요해서 입다물고 기다린다.</span></div> <div><br></div> <div>캔디소다게임 하트를 다 쓰고도 동생이 안나오자 뭐여 이거?하고 전화를 건다.</div> <div>"얌마. 차키 만들라고 회로기판만드냐? 왜 안나와?"</div> <div>"형아. 안보여. 큰이모도 모르고 누나들도 모른대."</div> <div>"애들한테 전파해. 찾은 사람 무조건 이만원."</div> <div><br></div> <div>하트충전해서 또 하트 다 쓰도록 소식이 없자, 포기하고 다시 외갓집으로 돌아간다.</div> <div>가보니, 어쩔...80넘은 외할머니부터 초등학생 사촌동생까지 다 내 차키를 찾아헤매고 있었다.</div> <div>니랑 내 사이 애들한테 전파하랬더니, 이 놈이 지 위로 다 불러재낀격이었다.</div> <div>자본의 힘은 위대하구나. 2만원이라는 소자본으로 이룩한 이 세대를 초월한 수색작업을 보라지...감탄할 틈도 없이,</div> <div>오마니는 넌 차키 어디다 팔아먹고 가족들한테 찾아오라마라그러냐며 꾸중을 하신다.</div> <div>그렇지만 오마니도 아신다. 내가 핸드폰, 지갑, 차키. 이 3종신기만큼은 항상 눈에 보이는 곳. 거의 일정한 장소에다가 둔다는것을.</div> <div>그렇게 20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내 차키를 찾아헤매는데...</div> <div><br></div> <div>어디선가 막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외숙모의 호통소리와 함께.</div> <div><br></div> <div>"너 또 차키 숨겼지? 얼른 내놔."</div> <div>"시러어어어어어어~ 오빠가는거 시러어어어어어어~"</div> <div>범인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div> <div>이 영악한 꼬마는 오빠나 언니들이 왔다가 갈것 같으면 차키를 몰래 숨김으로서 가기 전에 보물찾기도 즐기고 가게 배려해준다고 한다.</div> <div>몇번 당해본 동생이 경고를 날려준거였는데, 앞뒤도 없이 저리 보내놨으니 뭔 뜻인줄 알고...</div> <div><br></div> <div>그제서야 몇번 피해를 입어본 다른 동생들이 애가 그동안 차키를 숨겼었던 장소들을 털기 시작했다.<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장난감상자, 인형의 집, 옷장안. 냉장고안, 할머니 바늘쌈지, 신발장...동생들이 터는걸 보며,</div> <div>이 꼬맹이가 그동안 뭔 짓을 저지른거야??라며 새삼 놀랬다</div> <div>별도로 한시간에 가깝게 진행된 외숙모의 채찍과 같은 심문과 우리 오마니와 이모들의 당근같은 달램에도 이 아이는 끝내 차키를 어디에 숨겼는지 불지않았다.</div> <div>왜놈순사에게 독립운동하는 동지들의 비밀을 불지않았던 독립운동가분들이 새삼 존경스러워졌다.</div> <div><br></div> <div>보험회사부를까도 했지만, 시골동네라 오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고 그러고,</div> <div>외숙모한테 그렇게 혼나서 눈물 쏙 빼고도 큰오빠 너 때문에 하룻밤 더 자고 갈지도 모른다니까 생글거리는 막내를 보고 </div> <div>아. 예. 알겠습니다. 한번 더 찾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div> <div>그래도 다음날 쨘!!!하고 차키를 내놓는다니까 차키 새로맞추고 할 돈을 생각하니 그냥 있는게 낫겠다싶어 자고 가기로 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차 뒤 나무그늘에 두고왔던 음식보따리는 다시 김치냉장고안으로 들어갔고,</div> <div>포상금으로 걸었던 돈에 내 돈 더 보태서 차키찾느라 진땀뺀 외갓집 식구들한테 고기를 사 꾸워 맥여야했다.</div> <div>"오빠안가니까 쪼아."라는 막내랑 막내친언니를 보며 나는 기쁜데, 지갑은 슬피 울고 있었다. </div> <div>차키 새로 맞추는게 차라리 더 덜들었을거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다음날 새벽, </div> <div>나는 이미 고속도로 위에 있었다. </div> <div>엄마한테 막내깨기 전에 먼저 갑니다.라고 문자는 보내놓았다.</div> <div><br></div> <div>휴게소에서 전화드리니 아침에 일어났는데 너 없어졌다고 막내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div> <div>뭐가 급하다고 인사도 없이 갔냐. 간다고 기다리는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이 말에 엄마도 울고 나도 울고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음.)</div> <div>막내한테 오빠 백밤자고 간다고 전해달라하고 전화를 끊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새벽에 자다가 깨버렸다.</div> <div>간밤에 외할머니의 큰손주버프를 받고 과식한 탓에 속이 더부룩해서 소화도 시킬겸 좀 걸어볼까하고, </div> <div>외갓집 내려와서 빌려입고 있던 외삼촌꺼 바람막이를 걸치고 나왔다. </div> <div>낮에는 그렇게 덥더니 새벽에는 또 굉장히 쌀쌀했다. </div> <div>쌀쌀한 새벽공기에 비염이 도져, 나이를 잊은 콧물이 주르륵 나오길래 </div> <div>주머니에 휴지가 있던가?하고 바람막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자</div> <div>뜯어서 넣어놓은 휴지뭉치사이로 낯익은 감촉이 느껴진다.</div> <div><br></div> <div>그 촉감에 사이코메트리처럼 머릿속의 퍼즐이 파밧!!하고 맞춰졌다.</div> <div>이 차키. 외갓집에 도착한날 밤. 차에 두고온거 가져온다고 이거 입고 나가서 주머니에 넣어두고 잊어버렸었다.</div> <div>막내가 숨긴게 아니었어!!! 막내는 차키숨긴곳을 말하지 않은게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거였어!!!</div> <div><br></div> <div>후다닥 들어와 김치냉장고안에 다시 들어간 음식보따리를 꺼내들고, </div> <div>방에 들어가 내 짐들을 챙기고 조용히 문을 닫고 시동을 걸었다.</div> <div>10만키로뛴 구루마의 헉헉대는 시동소리가 이토록 반가운 적이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나는 인사도 없이 떠나야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의 구루마는(정확히 말하자면 명의는 아버지이지만.) 나의 쪽팔림을 연료삼아 귀경전쟁터로 내달렸다.</span></div> <div><br></div> <div>이 쪽팔림이 식기전에 도착하려했건만, 전국팔도의 방향지시등의 개념을 모르는 운전자들이 점령한 고속도로는 이미 한창 전쟁중이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