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제가 죽고 나서도 세상에 어느 정도 좋은 걸 남기고 가는, 그런 거요?"
물론입니다.
"어? 진짜요?"
네. 제 눈에는 똑똑히 잘 보인답니다.
벌써부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눈에 선하네요.
"그, 혹시 괜찮다면 정확히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좀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음...... 너무 많아서 콕 집어 말하기가 그런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걸 알려드리는 게 좋겠죠?
"어? 진짜 알려주셔도 괜찮은 건가요? 천기누설, 뭐 그런 걸로 벌 받는 거 아녜요?"
딱히 그런 건 없어서 상관 없어요.
"어...... 네! 알려주세요. 기왕이면 알려주시면 좋죠!"
네. 알겠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죠.
지금으로부터 약 70~80년 뒤 당신 덕분에......
"(두근두근)"
다양한 동식물의 아늑한 보금자리, 먹거리가 생깁니다.
"......네?"
당신 덕분에 작은 생태계가 탄생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
당신의 신체가 수많은 생명이 담긴 하나의 세계가 되는 거죠.
멋지지 않나요?
"저...... 제 신체라는 건 그럼......"
네. 구석구석 굉장히 효율적으로 쓰여진답니다.
두개골은 집으로, 다리뼈는 기초적인 도구와 영양분으로......
"신체가 아니라 시체잖아요!"
굳이 그런 단어를 쓰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어요.
"아니...... 아오......
그러니까 이게 제가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써 가장 긍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이라는 거라고요?
죽고 나서 거름이 되는 게요?"
수많은 생명의 씨앗이 되고 집이 되며 추억이 되고 양식이 됩니다.
이 보다 더 아름답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여기서 말씀하시는 생명이란 건......"
잡초, 버섯, 벌레, 뭐 이런 애들이죠.
"아니......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 그런 말씀이신 건 알겠는데......
근데 그건 좀, 뭐라고 해야하나......"
왜요?
"그러니까, 다른 생명이 더 하찮다는 건 아닌데...... 좀 인간이나, 지적생명체에게 미치는 영향...... 같은 걸로 알려주실 순 없을까요?"
흠...... 뭐, 정 그런 걸 알고 싶으시다면야 못 알려드릴 것도 없죠.
"부탁드립니다. 알려주세요."
사실, 지금으로부터 약 70~80년 뒤에......
"(.....이 구체적이고 애매한 기간은......)"
당신의 시체에서 집을 지어 살고 있는 벌레들이 귀중한 연구자료가 됩니다.
"아니...... 그......"
아, 물론 특정 인간에게는 귀중하되 다른 생명체에게는 절대 쓸모 없을 지식이에요.
전에 항상 존재했지만 발견만 되지 않았던 벌레였거든요.
"아오...... 그게 사람한테 긍정적인 영향이 되는 건 맞는데......"
게다가 귀중한 영향이에요.
당신 두개골에서 살던 벌레를 찾아낸 이름을 알린 젊은 석사가
그 이후로는 딱히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죽기 전까지 취하기만 하면 그 얘기를 늘어놓을 정도로 자랑거리가 된답니다.
"좋은...... 영향이죠?"
물론이죠.
그것조차 없었으면 그 석사는 술자리 나가도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냥 술만 마시다가 취하고 나면 펑펑 우는 사람이 될테니까요.
"아......"
어때요? 원하시는 답을 찾으셨나요?
"저기요, 이게 제가 사람에게 미치는 가장 긍정적인 영향인 거죠......?"
흠...... 적은 수의 사람이긴 해도 가장 오랜 기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걸로 따지자면 가장 긍정적인 영향입니다만......
말씀하시는 걸 보니 딱히 그런 걸 바라시는 건 아닌 것 같네요.
한 사람의 평생을 바꿔버릴 정도의 영향을 끼치시는 게 별로이신가요?
"......솔직히 그렇게 말씀하시면 꼭 제가 하는 말이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는 한데요......"
......괜찮습니다. 참지 말고 더 물어보세요.
"저...... 정작 제가 죽고난 다음 시체가 도움이 되는, 뭐 그런 거 말고요......"
네.
"제가 살아가면서 한 어떤 행동으로 제 후세에 영향을 끼치는......
그리고 기왕이면 다수의 사람들에게 큰 기쁨이 될...... 그런 게 있을까요?"
......
"......어......없나요?"
아뇨, 잠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괜찮습니다.
일단 여쭤보신 질문에 답을 드리자면
네, 있습니다. 알려드릴까요?
"아, 네!"
그럼 알려드릴게요.
사실, 당신 덕분에 먼 후손의 문화가 크게 바뀝니다.
"예?! 그거...... 엄청난데요?"
그렇죠.
"혹시, 어떤 변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세상이 좀 더 깨끗하게 변하죠.
법적으로 길거리에 쓰레기 무단 투기를 하는 행위가 크게 비난 받습니다.
그래서 다수의 도시가 굉장히 청결해집니다.
이 덕분에 소외된 아이들 중 다수가 질병의 위협에서 벗어나죠.
"엄청난 걸요......"
네. 이 모든 것이
당신이 먹고 버린 음식 덕분입니다.
"......네?"
......왜요?
"방금 제가 먹고 버려서 그렇게 되었다고......"
네. 당신이 먹고 남긴 걸 버리다가 실수로 땅바닥에 떨어뜨리는데,
급하게 가야할 곳이 있어서 미처 쓰레기통에 옮겨 넣질 못하거든요.
"......"
하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다들 밟고 다니고,
그래서 주변이 엉망이 되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지독한 냄새에, 파리가 꼬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눈쌀을 찌푸리고,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그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셔야 했던 환경미화원분께서도 불만에 가득차고,
그러다보니 한창 음식물 쓰레기 처리법, 그리고 도로의 청결에 관한 이야기가 잠시 논쟁이 됩니다.
"그...... 그럼......"
다행히 미래에 지도자가 될 어느 한 개인이 그걸 기억해두었다가 정치판에 들어가서 써먹죠.
더러운 도로를 척도로 삼지 않겠다, 길거리도, 사람도, 정치판도 깨끗하게 하겠다,
이런 식으로 깔끔하고 근면성실한 이미지로 마케팅을 해서 성공합니다.
그리고 성공한 다음에는 적당히 투표자들의 눈에 보이는, 길거리 청소 같은 곳에 보조금을 투자해서 공약을 지키고요.
"저...... 제가 사회가 바뀔 정도로 나쁜 예를 심는다는......"
네!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신답니다! 덕분에 사람들의 세상이 좀 더 청결해질 수 있었죠.
그리고 가정형편 나쁜 가족이 병원비를 부담해야할 일도 살짝이나마 줄어들고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