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쇼, 인간 형씨. 콜라 한 잔 할 텐가?"
"아뇨. 전 그냥 따뜻한 커피 마실래요."
"따뜻한 콜라도 있는데."
"..."
부재 - 본격 출판하고 나서 쓴 배설글을 베오베까지 보내준 오유 여러분들께 드리는 작은 선물.
포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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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왔다.
어째 녀석은 부끄러운지, 여름마냥 덜커덩 나타나 "여러분, 이제부터 가을입니다~" 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다가와, 아침저녁으로 가끔 얼굴만 삐죽 내밀고는 "가을 입니다?" 하는 식이다.
"하아... 춥다."
물론, 그 덕분에 당연히 아침저녁은 춥다. 그리고 그 추위는 깜박 잊고 웃옷을 사무실 안에 넣고 나온 은정씨에게도 똑같았고 말이다.
물론 웃옷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안으로 들어가 다시 가져오려 했지만, 캡 머시기 하는 경비회사가 그녀가 나가자마자 문을 잠궈버렸기에, 옷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오들 오들 떨다 문득 픽 웃곤 하아~ 입김을 내뿜어 봤다. 하지만 아직 들 추운건지, 입김은 나지 않았다.
'뭐 가끔 이럴 때도 있는 거지.'
다행히도 웃옷 안에 다른 중요한 물건은 없으니 커다란 일은 발생하지 않겠지. 그녀는 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좀 빠르게 움직이면 덜 추울 거란 생각이었다.
그러다 문득, 해괴한 사람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사람. 그녀는 앞에 있는 남자를 훑어봤다.
인상 좋고 외모도 준수, 옷 차림세도 보통. 하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 '그들'은 언제나 사람이 마음을 놓는 순간 "도를 아시나요~?" 라는 무서운 말을 꺼낸다.
물론, 앞에 있는 남자가 ‘그들’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일단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십중팔구 의도가 있다는 뜻이니 의심해도 나쁠 것 없겠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곤 눈을 게슴츠레 뜨곤 남자를 쳐다봤다. 그러자 남자는 난처하단 표정을 짓곤 해죽 웃었다.
"인사도 못 하나요?"
"못 할 건 없지만, 대부분 길가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한테 인사를 하진 않잖아요?"
그렇다. 저렇게 되면 3걸음 걷고 인사하고, 3걸음 걷고 인사하고 할 테지. 그럼 외과 의사들만 좋아하겠다. 터틀넥 중후군 환자가 2000% 정도 늘어날 테니까. 어쨌든.
"네, 그렇긴 하죠."
그는 인정 한다는 듯 머쓱하게 웃었다. 그러자 은정씨는 순간 멍해졌다.
뭘까 이 남자?
"네. 수고하세요."
뭐 그런들 어쩌리. 그녀는 갈 길 가면 된다.
"어? 가시게요?"
은정씨는 대답하지 않고 걸었다. 그러자 남자가 느린 걸음으로 뒤쫓아 왔다. 겁을 주려는 것은 아닌지 멀찌감치 거리를 유지했다.
"있잖아요. 갑자기 이런 말 하긴 뭐한데. 사실 전 소원 들어주는 사람이에요."
은정씨는 그 말을 듣곤 우뚝 멈춰 섰다.
소원?
그녀의 입 꼬리가 잠깐 올라갔다. 그러면서 순간 머릿속엔, 신종 보이스 피싱, 같은 말들이 휘릭 휘릭 지나가며 요즘엔 참 별거로 다 사기를 치는구나, 싶었다.
그녀는 어이가 없어서 순간 돌아섰다. 그러자 남자는 한 없이 진지한-하지만 어딘가 나사 하나 빠져 보인다.- 표정으로 말했다.
"소원 들어 드릴게요."
은정씨는 어이가 좀 없어졌다. 하지만, 남자의 한 없이 진지한 표정을 보자니. 이거 어째 잠시 정도는 속아 줘야 할 것만 같다.
"무슨 소원요?"
"그냥 소원요."
"근데 제가 그 소원 말하면 돈을 낸다거나, 어디 같이 가야거나 해야 하나요?"
"아뇨."
남자가 빙그레 웃었다.
"단지 소원을 말씀해 주시기만 하면 되요."
"이야. 그래요?"
그럼 이건 사실 몰카가 아닐까 싶었다. 그녀는 주변을 훑었다. 어째 밤 조금 늦은 시간일 뿐인데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어 뵌다.
"아. 하나 있네요. 대신... 소원이 이루어지면, 소원을 빌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되요."
"아아... 네. 그래요?"
그녀는 픽 웃었다. 재미있는 몰래카메라구나 싶었다.
딱 보니 주변 사람도 적고, 이것저것 공 들인 티가 조금 났다. 그렇게 생각되자 은정씨는 속으로 이 정도면 잠깐 정돈 속아줘도 괜찮겠지~ 싶었다.
뭐, 속으로 아주 조금 정돈 진짜 들어주면 어쩐다~ 하는 기대감도 있었고 말이다.
"좋아요, 그럼 내 소원은..."
*
따르르릉 - 따르르릉 -
따르르릉 -
"아..."
시끄러운 알람소리가 은정씨의 귀로 파고들었다.
"으응..."
그녀는 반 쯤 풀린 눈으로 침대 옆 작은 책상을 더듬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핸드폰을 끌어와 열었다.
7시 30분. 평소 기상 시간.
원래대로라면 이제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가야 하겠지만...
"일요일이잖아... 좀 자게 내버려 둬."
오늘은 10월 9일 일요일이다. 곧, 휴일이란 얘기.
정은씨는 핸드폰 알람을 단숨에 꺼버리곤 침대에 누웠다. 매주 토요일 밤엔 알람을 해제해 두는데, 아마 깜빡했던 모양이다.
"아아아~"
정은씨는 알람을 끄곤 다시 한 번 포근한 배게 품에 얼굴을 묻곤 부비부비했다. 그러자 온몸이 노곤노곤 해지며 마치 온몸이 녹아들어가는 착각이 듦과 동시에 침대와 혼연일체가 된 것만 같아졌다.
그렇게 멍 하니 눈을 감고 침대와 한 몸이 되었지만, 정은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알람 때문에 한 번 깼기 때문일까, 눈을 감아도 어째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녀는 부스스한 눈을 부비며 일어나,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웬일인지, 혼자 사는 자취방에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어?"
무슨 일일까. 그녀는 평소와 다른 이 이상에 쪼르르 달려가 상을 훑었다. 그러자 분홍 포스트잇에, 익숙한 글씨로
'찾아왔는데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밥 해놓고 간다. 잠 좀 적당히 자 이 곰 같은 계집애야'
라고 적혀있었다. 은정씨는 그 글귀를 읽곤 픽 웃었다. 폭언을 스스럼없이 적어 놓은 것을 보니, 아마 가까이에 사는 어머니가 잠시 왔다갔던 모양이다.
그녀는 정성스레 덮여있는 밥그릇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어머니의 온기가 살며시 새어나왔다.
"에헤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아니, 한 달에 한 번씩 가서 먹긴 하니 이런 말은 어울리지 않겠다. 그래.
자기 집에서 정말 오래간만에 먹어보는 어머니의 밥!
그녀는 픽 웃곤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맛있다!
그녀는 식사를 쏟아 붙듯 위 안으로 밀어 넣고(?) 설거지를 했다. 그리곤 깜짝 이벤트를 해준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있는 애교 없는 애교 다 부리며 히히 웃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돌아오는 말이라곤…….
"에라, 이 미친X이 뭐래니? 아침 일찍 전화해서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야. 난 오늘 계속 집에 있었어!"
랜다. 아마 부끄럼 타시나보다. 귀엽다.
*
정은씨는 아침 식사를 마치곤 쇼파에 앉아 TV를 틀었다. 그러자 키자마자
(!!!!!!!!!!!)
무사 백수 라는 드라마가 시작됐다.
"와!"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였다. 저번에 못 본건데, 딱 키자마자 나왔다. 재방송, 거기다 그녀가 못 본 편이 아니던가? 왠지 가벼운 우연에 기분이 좋아진 정은씨는, 쿠션을 꽉 껴안고 TV를 봤다.
*
정은씨는 TV 다음으로, 쇼핑을 가기로 했다. 원래 쇼핑 자체를 즐기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 화창한 가을 날씨에 집에만 틀어 박혀 TV만 보고 있자니 이것도 또 뭔가 아니다 싶어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아~ 물론 그녀는 절대 집에만 틀어박혀 있자니 왠지 자기가 남자친구 없는 능력 없는 여성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서 밖으로 나간게 아니다. -아, 사실 비밀이지만. 이건 그녀만의 비밀이다. 다들 그냥 모르는 척 해주자. 이런걸로 뭐라고 하면, 그녀 어머니같이 성난 곰으로 변해 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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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로 끊을게요. ㅎㅎ
여러분이, 제게 따뜻한 마음을 주셨으니
이제 제가 여러분께 잠깐 쉬어 읽으며 가슴 따뜻해 질 수 있는 선물을 드릴게요.^^
사랑합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