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중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div> <div> </div> <div>나는 처음으로 가출을 했다.</div> <div> </div> <div>지금 이 얘기를 하면</div> <div> </div> <div>"중 2병이구만, 철이 없네"와 같은 반응이 예상되지만</div> <div> </div> <div>서른이 넘은 지금 생각해 봐도 가출의 이유는 타당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지금의 나는 완전하게 철든 어른은 아니지만 </div> <div> </div> <div>가출한 중학생이었던 나를 충분히 이해를 한다.</div> <div> </div> <div>뭐 예전의 나를 이해만 할뿐 지금 하라고 하면 가출은 안하겠지만</div> <div> </div> <div> </div> <div>너무 사적인 얘기라 그 이유는 설명을 안하겠지만</div> <div> </div> <div>형과 나는 가출이라는 적극적 반항을 실천으로 옮겼다.</div> <div> </div> <div>그때 당시 패딩이라는게 있을리 없었고 </div> <div> </div> <div>고등학교 형 누나들이나 떡볶이 코트를 입고 다닐때여서</div> <div> </div> <div>짧디 짧은 중학생에겐 방한 용품이라는게 크게 없었던 시기였다.</div> <div> </div> <div> </div> <div>옷도 제대로 못갖춰 입고 가출을 한 형과 나는 아주 혹독한 겨울 밤을 보내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이리 저리 떠돌며 잠을 잘곳을 물색하던 형과 나는</div> <div> </div> <div>문이 열린 아파트 옥상을 발견하였다.</div> <div> </div> <div>옥상에는 칼바람이 몰아쳤지만</div> <div> </div> <div>가출한 이상 남들 눈에 최대한 띄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옥상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div> <div> </div> <div>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div> <div> </div> <div>옥상에는 사람이 한명 억지로 들어갈만한 박스가 하나 있었고</div> <div> </div> <div>거기에 교대로 들어가 추위를 피했다.</div> <div> </div> <div>근데 박스가 참 신통한게 바람이 그렇게 부는데</div> <div> </div> <div>안에만 들어가면 포근했고 잠이 솔솔 왔다.</div> <div> </div> <div>박스 하나만 더 구하면 일주일도 거뜬할거 같았다.</div> <div> </div> <div> </div> <div>하지만 전에도 말했듯 몸이 약했던 형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우리 이정도 했으면 어머니도 경각심을 가지실 것이라며 집에 들어가자고 설득을 했다.</div> <div> </div> <div>형보다 고집이 있었던 나는</div> <div> </div> <div>박스를 형에게 양보하고 </div> <div> </div> <div>자존심을 내세우며 한참을 버텼지만</div> <div> </div> <div>진짜 춥긴 춥더라...</div> <div> </div> <div>새벽 네시가 넘은 시간에 결국 형과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현관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div> <div> </div> <div>거실에 불은 커져있었지만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div> <div> </div> <div>어머니께서는 </div> <div> </div> <div>우리가 들어오는 현관문 소리를 들으셨지만</div> <div> </div> <div>방에서 나오지 않으셨고</div> <div> </div> <div>잠시 후에 안방 불이 꺼지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 </div> <div>형과 나는 여태 어머니께서 우릴 기다리셨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div> <div> </div> <div>방에 들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침대에 누웠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잠에 들면서 나는 다시는 가출하지 말아야지라는 건설적인 생각대신</div> <div> </div> <div>겨울에는 가출하지 말아야지라는 철없는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시간이 흘러 한여름이 되었다.</div> <div> </div> <div>나는 저번과 같은 이유로 또 가출을 했다.</div> <div> </div> <div>이번에는 나 혼자 가출을 했었다.</div> <div> </div> <div>혼자서 밤을 보낼곳을 물색하다 저번 그 옥상으로 찾아갔다.</div> <div> </div> <div>옥상은 변함이 없었지만 대화 상대도 없고 심심하던 나는 옥상을 이리저리 물색하다</div> <div> </div> <div>물탱크를 따로 보관해 놓은 창고같은 곳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div> <div> </div> <div>왜 저번 겨울에는 발견을 못했었나 싶을정도로 생각보다 아늑했던 그곳에서 나는 밤을 보내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딱딱하고 더럽고 먼지 많은 시멘트 바닥에 누워</div> <div> </div> <div>모기와 싸움을 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 </div> <div>낙인이론이란 말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남들이 나를 불량학생으로 낙인을 찍으면</div> <div> </div> <div>그 낙인에 따라 점차 불량학생처럼 행동을 하게 된다는 이론이다.</div> <div> </div> <div>그때 당시 내 기준에 가출을 하는 사람은 본드를 불거나 도둑질을 하거나 금품을 갈취하는 등등</div> <div> </div> <div>불량이란 단어의 집합체였다.</div> <div> </div> <div>이렇게 불량한 행동을 하고 있는 나는 스스로에게 낙인을 찍으며 </div> <div> </div> <div>집에 아예 안돌아가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div> <div> </div> <div>지금 생각해보면 중2병 맞는거 같기도 한데...</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학교에서 그럭저럭 모범생이었던 나는</div> <div> </div> <div>가출한 주제에 다음 날 아침이 밝아오자</div> <div> </div> <div>학교를 갈까 말까 고민까지 했었던거 같다.</div> <div> </div> <div>시간은 점차 흘러 오전 9시가 지났고 학교 가기를 포기한 나는</div> <div> </div> <div>스스로가 진짜 불량 학생이 된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하고</div> <div> </div> <div>불량 학생이 된 내 인생의 2막이 펼쳐질것이라고 생각했다.</div> <div> </div> <div> </div> <div>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div> <div> </div> <div>오후 세시 정도에</div> <div> </div> <div>물탱크 창고 안에 어머니가 들이닥치셨다.</div> <div> </div> <div>어머니께서는 나에게 다른 말씀 없이</div> <div> </div> <div>"학교에 가"라고 하시며 나를 이끌고 집으로 데려가셨다.</div> <div> </div> <div>어머니의 등장에 너무 놀란 나는 </div> <div> </div> <div>반항도 못하고 집에 이끌려 가서 교복으로 갈아입고</div> <div> </div> <div>학교에 갔다.</div> <div> </div> <div>학교에 가니까 친구들은 청소를 하고 있었고</div> <div> </div> <div>선생님께서는 "xx(다시읽어보다 본명이 적혀있어서 놀라며 지웠다)야 많이 아프다며</div> <div> </div> <div>지각처리해줄께 얼른 집에가서 마저 쉬렴"</div> <div> </div> <div>이라고 나를 돌려보내주셨다.</div> <div> </div> <div> </div> <div>'어머니께서 아침에 전화를 하셨나보다, 내가 가출한걸 모르시네..'</div> <div> </div> <div>라고 생각하며 집에 돌아갔다.</div> <div> </div> <div>집에 돌아왔을때 어머니께서는 계시지 않았고 </div> <div> </div> <div>붙잡힌 마당에 다시 나가기 머쓱해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지내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이렇게 두번째 가출이 마무리 됐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하지만 한 달이 채 가기도 전 토요일 아침이었다.</div> <div> </div> <div>저번과 같은 이유로 어머니와 또 트러블이 생겼고</div> <div> </div> <div>학원 갈 시간이 되자 집에서 도망치듯 형과 집을 나섰다.</div> <div> </div> <div>화가난 나는 학원이고 뭐고 다 필요가 없는 상태였고</div> <div> </div> <div>형은 그래도 학원은 가자라며 날 설득하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이번엔 형의 설득이 통하지 않았고 주머니에 있던 2천원을 들고 나는 </div> <div> </div> <div>세번째 가출을 시작했다.</div> <div> </div> <div> </div> <div>이번에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멀리 멀리 가버려야겠다고 마음먹은 나는</div> <div> </div> <div>제일 가까운(그래도 버스로 한시간 정도 걸리는) 지하철역으로 갔다.</div> <div> </div> <div>어디로 갈까 하다가 예전에 살던 동네로 가기로 마음 먹은 나는</div> <div> </div> <div>1호선 끝자락에서 4호선 끝자락까지 2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움직였다.</div> <div> </div> <div>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동전은 350원 있지, 예전 살던 동네가서 뭘 해야할지 계획도 없지..</div> <div> </div> <div>불안해지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 </div> <div>목적지에 도착해서 이리저리 배회를 하던 나는 한 대형 마트 앞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div> <div> </div> <div>날은 점차 어둑어둑해지고 불안감은 커지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자 어쩔 수 없이 이 지역에서 자취를 하던 막내누나에게 전화를 하기로 했다.</div> <div> </div> <div>50원을 공중전화에 넣었는데 작동이 되지 않았다.</div> <div> </div> <div>설상가상이라고 기껏 누나에게 의지를 하기로 했는데 공중전화마저 되지 않았다.</div> <div> </div> <div>어쩌지 어쩌지라고 30분 정도 고민을 하다가 내 전재산의 1/3인</div> <div> </div> <div>100원을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공중전화에 넣었는데</div> <div> </div> <div>공중전화가 작동을 하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나중에 알고보니까 공중전화 비용이 40원에서 70원으로 오른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다.</div> <div> </div> <div>이것도 모르고 멍청하게도 30분을 불안해했으니..</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당시 막내누나는 이 지역에서 재수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div> <div> </div> <div>울면서 전화한 동생이 걱정되서 학원을 조퇴하고 나를 데리러 한걸음에 달려와줬다.</div> <div> </div> <div>택시에서 누나가 내리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또 쏟아질뻔 했지만</div> <div> </div> <div>애써 의연한척 하며</div> <div> </div> <div>어머니한테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이 날 누나와 많은 일이 있었지만 </div> <div> </div> <div>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겠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당연히 누나는 나 몰래 어머니께 전화를 했고 다음 날 </div> <div> </div> <div>저승사자처럼 등장한 큰 누나 손에 붙잡혀 집으로 연행당했다.</div> <div> </div> <div>집에 도착했을때는 10시 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div> <div> </div> <div>여태 내가 가출같지도 않은 가출을 했을 때와 달리 어머니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div> <div> </div> <div>회초리를 들고 거실에 앉아 계셔서 더욱 더 분위기가 달랐다.</div> <div> </div> <div>큰누나는 방으로 들어갔고 어머니와 나는 둘이 앉아서</div> <div> </div> <div>트러블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이나 했다. </div> <div> </div> <div>어머니는 내 의견을 이해하시며 이야기를 마무리를 지었지만</div> <div> </div> <div>그래도 가출을 한건 잘못한 거라고 하시면서 종아리를 걷어 올리게 하셨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10대를 맞은 나는 붉게 부어오른 종아리를 부여잡고 방에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div> <div> </div> <div>잠이 막 들 무렵 어머니께서는 약을 들고 내 방에 들어오셔서 약을 발라주기 시작하셨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전에 아버지께 맞고나서 한참 자고 있어서 의식도 못할 때</div> <div> </div> <div>약을 발라주셨다는 얘기는 가끔 들었는데   </div> <div> </div> <div> </div> <div>잠이 들지도 않았고 어머니께서 때리시고, 어머니께서 약을 발라주시는게 참</div> <div> </div> <div>뭐라그럴까... 오글거리고 싸구려 신파를 보는 느낌이었어서</div> <div> </div> <div>자는척을 했다. </div> <div> </div> <div>어머니께서 약을 발라주시고 나가셨는데 </div> <div> </div> <div>뭔가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div> <div> </div> <div>그러면서 "이럴거면 때리지나 말지"라고 말하며 쌘척을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하지만 나는 이 날 이후로 두 번 다시 가출을 하지 않았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