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개그 (73) – 산중문답 “결과”의 정의>

 

E 빗소리 + 스승의 코고는 소리

 

스승 : (코고는 소리) 드르렁! 드르렁!

제자 : (혼잣말로) 오늘도 여전히 수업은 뒷전이고 주무시겠다. (혀를 차며) 차라리 보기 좋사옵니다. 낙방했다고 술 퍼마시고 울고불고 온갖 난리를 치며, 인물을 못 알아본다고 생쇼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보기 좋사옵니다. 하지만 소인배들처럼 교육마저 내 팽개치고 잠으로 때운다는 것은 눈에 거슬립니다. 해서 감히 수제자 한 마디 올리겠사옵니다! (목청을 가다듬고) 스승님이시여! 제발 대담하십시오! 이건 소갈머리 없는 밴댕이 들이나 하는 짓이옵니다! 제발 일어나시옵소서!

스승 :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내가 속알머리 없다고?! 그래 나 정수리 대머리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대머리 되는데 보태준거 있어!

제자 : (기가 막혀) 스승님!! 그릇이 그것 밖에 되지 않사옵니까. 소인은 지금 스승님의 속알머리 없을 비난한 것이 아니라 힘을 내시라는 겁니다!

스승 : (시비조로) 힘 안내면 어쩔 건데?

제자 : (씩씩거리며) 그러시다면 스승 직을 내 놓으시고 하산하십시오!

스승 : (놀라) 뭐야! 하산?! 인마! 너 아직도 뭔가 착각하고 있는 가 본데! 인마! 여긴 내 집이야! 그러니까 하산은 네가 해야 한다고 몇 번 말해야 알겠니?

제자 : (어리둥절) 아참 그렇지. (얼렁뚱땅) 하오면 오늘의 수업으로 들어가겠사옵니다. 전국적으로 선거가 끝나 그 결과에 대한 후유증이 많은데 과연 “결과”의 정의는 뭡니까?

스승 : 얼씨구 이 녀석 봐라! 오늘도 은근슬쩍 넘어가겠다는 거네. 좋아 오늘 한번만 더 넘어가고 수업에 들어가겠다. 그러니까 “결과”란!

제자 : 빨리 말씀하시옵소서! 정의에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옵니다! “결과”의 정의가 과연 무엇이옵니까?

스승 : (짜증) 인석아! 뭐긴 뭐야! “주제파악”이지!

제자 : 그건 왜 그렇사옵니까?

스승 : 왜긴 왜야! 자신의 그릇은 생각지도 않고 나댄 결과니까 그렇지. 다시 말하면 나는 배경이 좋으니까 윗선에서 잡아 주니까 식의 안일한 판단이 결국에는 자폭으로 빚어졌다는 거야. 그러니까 한마디로 주제파악이 중요하다는 거야. 예를 들어 돈은 있지만 비호감인 여성이 핸섬한 연예인과 결혼하겠다고 설치면 그게 가능하겠느냐? 설상 그가 호감을 가졌다면 그게 그 여성이 아니라 돈일 것이다. 그의 생각은 그녀에 대한 애정보다는 그녀가 가진 돈으로 얼마든지 미모의 여성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계산이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제 파악이야. 고로 나는 분명히 말한다. 참담한 결과에 화를 내거나 실망할게 아니라 반성의 주제파악으로 미래를 기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울러 선택된 자는 자만보다는 겸손을 최우선으로 삼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안 그러냐? 약삭빠른 제자야?

제자 : (단호하게) 맞사옵니다. 하오면 스승님께서도 전도협 선거 결과 참패를 하셨는데 말씀대로 주제 파악하고 계시 온지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쓸데없는 짓에 시간 낭비 않고 오로지 소인의 교육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으로요.

스승 : (당황해) 이 인마! 그걸 말이라고 하나. 당연히 그래야지. 그래서 주제파악 첫 번째로 스승의 자질이 부족하다 생각하여 스승 직을 내려놓을 생각이다! 그러니 너도 하산 준비를 해라!

제자 : (단호하게) 그렇게는 못하옵니다! 정 그렇게 하시겠다면 그동안 스승님 수발로 망가진 제 청춘을 원상 복귀해 주십시오. 그러기 전에는 한 발자국도 못 물러섭니다.

스승 : (빈정대며) 뭐야! 원상복귀?! 거머리 같은 놈! 그래? 그럼, 알아서 해라! 내 기필코 널 떼어 내고 말테니까! 그럼 난 또 한숨 때리려니까. 알아서 놀아라. 드르렁. 드르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