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개그 (42) – 산중문답 “단식”의 정의>
E 빗소리 + 스승의 코고는 소리
스승 : (코고는 소리) 드르렁! 드르렁!
제자 : (혼잣말로) 오늘도 여전히 수업은 뒷전이고 주무시겠다. (체념) 알아서 하십시오, 오늘부로 스승님의 교육정상화를 촉구하는 단식투쟁을 하겠사옵니다. 먼저 돗자리를 펴고 가부좌를 튼 다음 생수통을 옆에 두고 개시! 다음으로 구호를 외쳐야지! (목청을 가다듬고 버럭) 스승님은 잠에서 깨어나 참교육에 임하시라! 임하시라!!
스승 :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제자야! 제자야! 고맙다! 나를 그렇게 지지해줘서 너를 이번 전도협 회장 선거에 선거대책 위원장으로 임명하마!
제자 : (단호하게) 스승님! 제발 현실을 직시 하십시오. 지금 저는 스승님의 나태함을 고발하고 성실한 교육을 촉구하는 단식을 선언하는 중입니다!
스승 : (웃으며) 완벽하게 놀고 있구나! 개나 소나 단식 투쟁이니! 알아서 해라! 나는 삼겹살 구워먹을 테니까!
제자 : (당황해) 잠깐만요! 일단 보류하고! 장기 투쟁을 위한 지방을 섭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스승 : (코웃음을 치며) 가소로운 놈! 너의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안타깝구나! 그건 그렇고! 오늘은 또 뭐가 궁금해서 이 사단이냐?!
제자 : 아네. 뉴스를 들으니까 정치계에 때 아닌 단식논란이 일고 있다는데요. 과연 “단식”의 정의는 무엇이옵니까?
스승 : (짜증) 인석아! 뭐긴 뭐야! “땡강”이지!
제자 : 땡강이라뇨?! 자기주장을 내 세웠다가 안 들어주면 오기를 부리는 것이요. 하지만 이건 일본말로 비하성이 높으니 앞으로 이런 표현은 삼가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그렇고 왜 그렇사옵니까?
스승 : 인마! 왜긴 왜야! 하는 짓거리라 애기들 같아서 그렇지. 애들이 그렇지 않느냐? 엄마한테 뭘 사달라고 해서 안 사주면 밥을 굶고 오기를 부리지 않느냐. 근데 애도 아닌 어른이 그 짓을 하고 있다니 정말이지 한숨이 앞을 가리는구나. 오죽하면 열사가 주먹을 을 날렸겠느냐?
제자 : 스승님! 열사라뇨?! 이유야 어떻든 간에 폭행 범에게 열사라는 표현은 적절치 못하옵니다.
스승 : 인마! 뭐가 적절치 못해! 내가 말하는 열사는 민주화 투쟁으로 승화하신 분들을 뜻하는 게 하니라 “열 받은 사람”을 줄인 말이야! 아무튼 단식의 깊은 의미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단식은 명분이 확실한데도 관철을 안 될 때 힘없는 사람이 최후의 수단으로 쓰는 위대한 투쟁이기 때문이다. 그 예로 인도의 성자! 간디의 단식을 들 수 있다. 근데 어디서 따라해. 정말 한심하다 한심해. 그래서 완장도 품위에 맞는 사람에게 채워야 하는 거다. 도대체 한다. 안한다. 어쩌자는 건지. 어유. 어유.
제자 : 아네.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오면 스승님께서 수시로 하시는 단식도 저의 하산을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이옵니까?
스승 : (기가 차) 뭐.....뭐야?! 네가 뭔데 내가 단식을 해! 이....인마! 내가하는 수시 단식은 우리 도사교육의 일환으로 선식을 위한 기초 수련이야?! 이래서 공부도 못하는 것들이 착각도 잘한다니까. 인마 그렇게 적응하기 힘들면 하산하라니까!
제자 : (단호하게) 그렇게는 못하옵니다! 입버릇처럼 말씀 드렸듯이 소인의 신념은 절이 보기 싫다고 떠나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겁니다!
스승 : (빈정대며) 그래?, 그럼, 알아서 해라! 내 기필코 네 고집을 꺾고 말테니까! 그럼 난 또 한숨 때리려니까. 알아서 놀아라. 드르렁. 드르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