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개그 (47) – 산중문답 “누드”의 정의>

 

E 빗소리 + 스승의 코고는 소리

 

스승 : (코고는 소리) 드르렁! 드르렁!

제자 : (혼잣말로) 오늘도 여전히 수업은 뒷전이고 주무시겠다. (기가 막혀) 근데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알몸이잖아. 정말이래도 되는 거야? 아무리 보는 사람 없는 산중이라지만 이래도 되는 거야. 그건 그렇고 거긴 솥뚜껑으로 왜 가려? 내가 보기에는 비누 곽이 맞겠는데. 아무튼 연구대상이야. 알겠사옵니다. 아무튼 이건 풍기문란이야! 당장 제지 시켜야지! (버럭) 불이야! 불이야!

스승 :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제자야! 제자야! 바비큐 되기 전에 빨리 도망가자!

제자 : (정중하게) 스승님! 그러니까 지금 쌍팔년도에 유행했던 알몸달리기 스트리킹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스승 : (당황해) 아참! 그렇지! 네가 아니었으면 도둑맞을 뻔했구나.

제자 : (진지하게) 착각하지 마십시오. 부실한 것은 아무도 탐내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알몸 취침은 무슨 시추에이션(상황)입니까? 혹시 변태 끼가 발동해서.......

스승 : (헛기침을 하며) 무슨 망발을 하느냐? 지금 난 도인들의 필수 조건인 삼림욕을 하고 있는 거니라. 그러니까 쪽팔리게 굴지 말고 뭐가 궁금해서 이러느냐?

제자 : (진지하게) 아네. 요즘 뉴스를 들으니까 모 대학에서 있었던 누드 드로잉 수업 몰카 사건으로 말썽이 많은데요. 과연 누드란 무엇입니까?

스승 : 오랜만에 참다운 질문을 하는 구나. 정의를 내리도록 하겠다. 누드란 “진품”이니라.

제자 : 오리지널이요?! 그건 왜 그렇사옵니까?

스승 : 인마! 왜긴 왜야! 가식으로 포장된 포장지를 다 벗겨낸 것이니까 그렇지! 다시 말하면 비로소 진실을 드러낸 것이니 이거야말로 진품이 아니고 뭣이겠느냐? 그래서 진품이 대접 받는 것이야. 대접받는다는 것은 곧 신뢰지. 그래서 우리가 흔히들 말하길 중대사는 목욕탕에서 하자고 하지 않느냐. 진실 대 진실로..... 그런데 이걸 악용하는 인간들이 문제야. 남의 진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외설로 연계시켜 이득을 취하고자 하니, 이거야 말로 지탄을 받아야 당연한 거야! 아무튼 그런 인간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제자 : 하오면 스승님께선 애지중지하고 계시는 누드 사진은 무슨 의미입니까? 혹시 딴 목적으로 일테면 휴지가 줄어드는 것과......

스승 : (당황해) 이 인마!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그건 부모님께서 나에게 유일하게 물려주신 나의 백일사진이야! 좌우지간 저 녀석은 이상하게 넘겨짚는데 뭐가 있다니까? 그렇게 내가 싫으면 당장 하산하라니까!

제자 : (단호하게) 그렇게는 못하옵니다! 입버릇처럼 말씀 드렸듯이 소인의 신념은 절이 보기 싫다고 떠나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겁니다!

스승 : (빈정대며) 그래?, 그럼, 알아서 해라! 내 기필코 네 고집을 꺾고 말테니까! 그럼 난 또 한숨 때리려니까. 알아서 놀아라. 드르렁. 드르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