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난 강신주 박사가 싫다.</div> <div>그의 확고한 무신론적 결의가 싫다. </div> <div>그는 그가 만들어낸 '인간'이라는 이상을 위해서는... 그 이상을 막아서는 것은 무엇이든 갈아마실 준비가 된 사람처럼 보인다.</div> <div>철학이 아니라 인본주의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듯 하다.</div> <div>그는 철학을 통해 얻은 자신의 믿음, 철학을 통해 얻은 자신의 결론을 위해... 마치 성공학이나 처세술 강의를 하듯 자신의 생각들을 펼쳐낸다.</div> <div>누군가는 쉽다고 좋아하고 누군가는 단순경박해서 싫다고 한다.</div> <div>그거야 취향 문제라고 치고 넘어가자.</div> <div>암튼 나도 그 사람 싫으니까.</div> <div> </div> <div>그럼에도 불구하고...</div> <div>내가 그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div> <div>나는 강신주 같은 학자들에게 가해지는 비판 중 하나만큼은 변명하고 싶다.</div> <div> </div> <div>그들은 강신주 같은 학자들에게 곧잘 이렇게 말한다.</div> <div>인본주의? 자본비판? 너 자본 실컷 까 놓고는 그 인기로 돈 벌어먹고 살자나?</div> <div>인문학을 택해 (자본의 기준으로 볼 때) 인생망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데, 너 혼자 잘 먹고 잘 사냐?</div> <div>그렇게 잘났으면, 그렇게 자본을 깠으면... 자본을 거부하라고 주장했으면... 너도 돈 받지 말고 살아! 그게 맞는거 아냐?</div> <div> </div> <div>그렇다. 요즘은 자본에서 벗어나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잘 나가는(?) 시대다. </div> <div>인기도 얻고 돈도 벌고 어느 정도의 권력(?)도 얻게 된다.</div> <div>그토록 험한 시대다. 오죽하면 철학자가 인기를 얻을까?</div> <div>아무튼 강신주에 대한 비판은 '크레타인은 모두 다 거짓말쟁이다'라고 외치는 크레타인과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div> <div>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div> <div>하지만 크레타인의 아이러니 덕에 러셀의 '수학의 기초'도 나오고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도 나오지 않았던가?</div> <div>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는 법이다.</div> <div> </div> <div>그에 대한 비판을 돌아보자.</div> <div>강신주에 대한 비판은 예전 김어준에 대한 비판과는 다르다.</div> <div>김어준? 잘 사는 동네 사는 넘이 지 잘났다고 없는 사람 돕는 척이야? 못난 놈들아 저 놈 잘난 놈이야~ 잘났으니 밉지?하는 식으로 내뱉던</div> <div>초등학교 수준의 비판이 아니다. (이게 좃선에서 하던 일이다. 헐~ 대한민국 좋은나라...)</div> <div>돈 없이 살라고 말하면서 돈을 버는 거... 이거 분명 아이러니다.</div> <div> </div> <div>하지만 자본비판의 큰 줄기를 살펴보면 돈을 버는 거 자체는 욕먹을 짓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div> <div>강신주도 돈 없이 살 수 없다고 말한다. 돈을 비판하는 거지 돈을 부정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div> <div>자본비판...</div> <div>마르크스를 돌아보자. 그가 비판한 건 C-M-C가 아니라 M-C-M이다.</div> <div>(사용가치나 교환가치, 화폐교환제도나 잉여가치 같은 건... 말하자면 길어지니 다음 기회에 다루자.)</div> <div> </div> <div>여기서 C는 상품, M은 화폐, 즉 돈을 의미한다.</div> <div>쉽게 말해 C-M-C는 노동을 통해 상품을 만들고(C)-만든 상품을 팔아 돈을 벌고(M)-번 돈으로 상품을 사는(C) 과정을 의미하고, </div> <div>M-C-M'은 재벌3세처럼 부모한테 받은 돈으로, 아님 누구 등쳐서 얻은 돈으로(M)-물건을 사서(C)-더 비싼 값에 되파는(M) 과정을 의미한다.</div> <div>C-M-C나 M-C-M은 상품과 화폐가 교환되는 구조, 즉 돈을 주고 상품을 사거나 상품을 주고 돈을 받는 방식이다.</div> <div>돈을 주고 받는다는 점에서는 똑같은 것이다.</div> <div>하지만 그 주고 받는 방식에 따라 C-M-C와 M-C-M은 서로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div> <div> </div> <div>C-M-C의 인간은 자기가 일해서 돈을 벌기 때문에 </div> <div>능력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먹고 살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자기 자신만 믿고 자기 자신만 걱정하면 된다.</div> <div>열심히 피땀흘려 노동하는 인간... 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div> <div>이는 성경이나 불경도 인정하는 인간의 올곧은 자세라 할 수 있다.</div> <div>반면 M-C-M'의 인간은 자기가 일해서 돈을 버는게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돈이 돈을 벌게 만들어야 한다.</div> <div>처음에는 자신이 일해서 돈을 벌었을지 몰라도, 어느정도 돈이 모인 후에는 돈이 돈을 벌기를 바라는 것이다.</div> <div>물론 어떤 사람은 모아놓은 돈으로 살려고도 한다. 하지만 돈이란 모아 놓기만 하면 어느샌가 어디론가 다 사라져버리고 만다.</div> <div>로또 당첨된 사람들을 보라. 그 많은 돈을 쓸 줄 몰라 날리고 벌 줄 몰라 날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div> <div>돈은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쓰는 방법, 버는 방법이 중요한 것이다.</div> <div>결국 돈이란 죽기까지 벌어야 한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게 M-C-M'의 사람들이다.</div> <div>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손에 흙을 묻히려 하지 않는다. 노동을 두려워하고 경멸한다.</div> <div>더 쉬운 방법이 있는데 뭣하러 노동하는가?</div> <div>이들은 노동착취나 사기, 공갈, 협박 등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div> <div>물론 그들의 노력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 </div> <div>다른 사람들을 등쳐먹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div> <div>인간은 노동을 넘어 노력을 해야한다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걸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겠지만... 그 노력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div> <div> </div> <div>아무튼 자본비판의 목적은 화폐 자체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화폐교환체제가 지닌 문제점을 밝히는 것이었다.</div> <div>일하지 않고도, 남들을 속이고도 돈을 벌 수 있는데, 오히려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누가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겠는가?</div> <div>마르크스가 비판했던 것은 결국 C-M-C가 아니라 M-C-M'의 구조였다. </div> <div>M-C-M'의 구조에 매몰된 인간(자본가)도 아니고 M-C-M'의 구조 그 자체였다.</div> <div>마치 악마의 유혹처럼 인간을 욕심을 자극하는 그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보았던 것이다.</div> <div>마르크스가 이러한 구조, 즉 돈이 돈을 버는 구조, 돈 놓고 돈 먹는 구조, 사람을 악하게 망치는 구조만 고치면 </div> <div>인간도 선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div> <div>그 결과나 평가는 전문가들한테 맡기고...</div> <div> </div> <div>자본비판은 화폐경제 자체를 비판하는게 아니다. </div> <div>소고기를 고등어와 바꾸고 고등어를 양배추와 바꾸듯 소고기를 돈과 바꾸고 돈과 고등어를 바꾸는 게 뭐가 나쁜가?</div> <div>내가 열심히 일해 일한 만큼 소고기 사먹고 고등어 사먹는게 무슨 죄인가?</div> <div>화폐는 단순한 교환도구에 불과하다. </div> <div>자본비판이 주목하는 건 화폐가 오용되는 자본구조, 즉 사람을 위해 만든 돈이 오히려 사람을 옥죄는 상황들이다.</div> <div>강신주의 설명이 부족했을 수는 있다. </div> <div>천재는 원래부터 그냥 아는 놈들이라 여느 둔재처럼 남들에게 쉽게 설명하질 못한다. 뭐가 어려운질 모르는 거다.</div> <div>자신이 비판하는 건 C-M-C가 아니라 M-C-M'이라는거 자신한테는 너무 당연해서 남들에게 설명할 생각도 못했을 수 있다.</div> <div>그래서 그런건 건너뛰고 </div> <div>M-C...C-M만 떡 하니 걸어놓고 '취업NO, 구매NO... 둘 다 불가능하죠? 그러니 협동조합합시다'라고 했을 수 있다.</div> <div> </div> <div>자본비판 자체가 생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1~2시간짜리 강의에서 자본비판의 A to Z를 다 설명한다는 건 불가능하다.</div> <div>그건 김수행이나 강신준 같은 분들도 불가능하다. (음... 이분들에겐 정말 죄송하지만,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완벽할 수록 졸린 법이다.)</div> <div>하지만 </div> <div>일했으면 일한만큼 정당한 댓가를 받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div> <div>일하지도 않으면서 일한사람보다 엄청나게 많은 댓가를 받는 거... 잘못된 거 아닌가?</div> <div>이건 동서고금의 진리다.</div> <div>일했는데 일한만큼 댓가를 받지 못했다면 이건 문제다.</div> <div>일하지도 않으면서 일하는 사람들 위에 군림한다면 이것도 문제다.</div> <div>그런 문제를 지적하고, 그런 문제의 원인을 설명해 주는게 잘못인가? 아니다. 그런 건 잘못이 아니다.</div> <div>내가 볼 땐,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꼬투리 하나라도 잡아 비판하려는 숨어있는 '그들'이 잘못이다.</div> <div> </div> <div>우리는 완벽하지 못하다. 언어도 완벽하지 못하다. 어떤 목적이나 행동도 완벽하게 달성되지 않는다.</div> <div>강신주의 강의가 귀에 쏙쏙 들어오긴 하지만, </div> <div>그많큼 쉽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제를 위해 수많은 가지들을 쳐낼 수밖에 없고, 그만큼 수많은 비판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div> <div>천하의 강신주가 그걸 모를리 없다.(그가 그만큼 말한다는 건, 이미 기본을 다 알고 말한다는 뜻이다.)</div> <div>아마 그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겠다며, 늘어지는 강의를 하기보단 비판을 감수하려 했을 것이다.</div> <div>완벽하지 못한 것은 고쳐가야 한다. 그는 멋지게 고쳐나갈 것이다. 어느 한계 까지는...ㅋㅋ</div> <div>하지만 무조건 비판만 하는 태도도 고쳐야 하기는 마찬가지다.</div> <div>나 같이 얌체 같은 태도도 마찬가지고...</div> <div> </div> <div>아무튼 강신주를 무턱대고 까는 인간들은 오유에도 안 들어올거고 이걸 읽지도 않을 게다.</div> <div>맘에 안드는 놈들 '종북'딱지 붙이기에도 바쁘실테니 말이다.</div> <div>...</div> <div>젠장 그럼 난 지금 뭐하고 있는걸까...</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