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때는 일천구백구십사년, 고등학교 3학년</p> <p><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기록적인 폭염이 시작될 무렵입니다.</span></p> <p>막 2교시를 마친 쉬는 시간, </p> <p>저는 사각빤스에 반팔런닝차림으로 창가에서 손부채질을 하고 있었죠.</p> <p><br></p> <p>그때 같은 반 친구 몇이 라이터를 하나씩 가지고 오더니</p> <p>"야야 이것 봐라.ㅋ"</p> <p>하더라구요.</p> <p>학교 근처에 당구장이 개업했는데, 개업선물로 라이터를 나눠주더라는...</p> <p>그때 청소년은 당구장 출입이 불가했는데,</p> <p>교복입은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받아왔는지 모르겠지만</p> <p>계절에 맞게 시원한 복장의 누님이 그려진 라이터였습니다.</p> <p>그리고 그 그림을 다른 라이터로 가열하면 그나마 입고 있던 옷이 사라지면서...</p> <p><br></p> <p>누님은 완전 시원해지고 우리는 후끈 뜨거워지는 신기한 라이터였습니다.ㅎ</p> <p><br></p> <p>그림도 다양해서 친구들 몇이 받아온 라이터를 모아 컬렉션을 완성...ㅡ,.ㅡ;</p> <p><br></p> <p>저는 딱히 그런쪽에 관심은 없었지만 친구들이 함 보라고 주니까... </p> <p>진짜 친구들 함 보라고 주니까...</p> <p>라이터를 탁 켜서 누님들을 감상했지요... 오~ 침 주룩~</p> <p><br></p> <p>그런데.. </p> <p>제가 왜 그랬을까요? 지금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p> <p>화장지 몇 칸을 뭉쳐서 라이터로 불을 붙힌 후에 창밖으로 휙 던졌습니다.</p> <p>'야이~ 시발 집에 좀 가자~'</p> <p>하면서...</p> <p>이제 겨우 2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p> <p>자정까지 남은 야자를 생각하니 답답했을까요?</p> <p><br></p> <p>친구들도 재미있다고 낄낄 웃더라구요.</p> <p>그래서 함 더 해?하면서</p> <p>다시 화장지를 더 많이 뭉쳐 불을 붙히고 창밖으로 휙 던졌는데....</p> <p><br></p> <p>아...</p> <p>하필 5층 저희 교실에서 주욱 아래로 내려가서 교무실이 었다니...</p> <p>하필 그때 교무실 창을 열어놓았다니...</p> <p>또 하필 그때 바람이 불다니...</p> <p>바람 한 점없이 후끈했던 날 하필 딱 그 순간 바람이 불다니...</p> <p><br></p> <p>불 붙은 화장지가 바람에 날려 교무실 창으로 쏙~하고 들어가드라구요.ㅠㅠ</p> <p> </p> <p><br></p> <p><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2107/1626228251dc6e550cc3794715902e19864abcd58c__mn790956__w480__h564__f25505__Ym202107.png" alt="제목 없음.png" style="width:480px;height:564px;" filesize="25505"></p> <p><b> [그림판 묘사]</b></p> <p><br></p> <p>헉!! 순간 아~씨 ㅈ됬는뎅. </p> <p>나 때문에 친구들도 ㅈ되겠는데...</p> <p>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p> <p>일단 함께 있던 친구들의 라이터를 다 모아 제 주머니에 넣고</p> <p>반친구들에게 '야! 라이터 다 버려!' 소리치고</p> <p>1층 교무실로 뛰어내려갔습니다.</p> <p><br></p> <p>교무실 문을 벌컥 열었는데, 교무실 내의 선생님들의 표정은...</p> <p>'뭐임? 니가? 너는 누구???'</p> <p>였습니다. </p> <p>저희 학교가 고1 때 선생님들이 고3까지 쭉 함께 올라가는 방식이라</p> <p>1층 교무실에 계시던 1, 2학년 선생님들은 저를 모르셨죠.</p> <p><br></p> <p>제가 큰 소리로 '죄송합니다.'하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p> <p>발이 날아오는 것을 시작으로...</p> <p>투닥투닥!!!</p> <p>누구한테 어떻게 맞는 지도 모른체 복도까지 몰려서 진짜 쉰나게 맞았습니다.ㅋ</p> <p>하긴, 선생님들도 얼마나 놀라셨겠습니까?</p> <p>창밖에서 불덩어리가 날아들어오는데..ㅋㅋ</p> <p><br></p> <p>솔직히 아프다는 생각은 안들고... </p> <p>너무 오래 맞으니까 이제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p> <p>고3 선생님 몇 분이 저를 구하러(?) 오셨지요.ㅋ</p> <p>저를 뒷따라 왔던 친구가 제가 맞는 것을 보고 </p> <p>5층 고3 교무실까지 뛰어가서 소리쳤다드라구요.</p> <p>"우리 치약이 맞아 죽을 것 같아요!!!"</p> <p>ㅋㅋㅋㅋㅋ</p> <p><br></p> <p>교무실에 계시던 3학년 선생님들께서는 영문도 모르고</p> <p>제가 맞고 있다니까</p> <p>급히 손에 뭔가를 하니씩 들고 뛰어내려왔는데</p> <p>그 때리는 사람들이 동료 교사들...이라뉘...</p> <p><br></p> <p>사정을 들으신 고3 선생님들의 반응은....</p> <p>"이 녀석이 그럴리가 없는데?"</p> <p>였습니다. </p> <p>그게 어찌나 감사한지 눈물이...</p> <p>웃기는게 제가 울고 있으니까 3학년 선생님들은</p> <p>이 녀석이 억울한 면이 있나부다...</p> <p>생각하셨는지 제 어깨를 토닥거리시면 </p> <p>괜찮다. 솔직하게 말해봐라.</p> <p>하시더라구요. 제가 범인 맞는데....ㅋ</p> <p><br></p> <p>그래서 선생님들께</p> <p>"아침에 등교하는던 중 당구장에서 라이터를 나눠주길래 받아와서</p> <p> 쉬는 시간에 그냥 장난으로 화장지에 불을 붙혀 던졌는데 </p> <p> 마침 시발 바람이 불어서 이런 사고가 난겁니다."</p> <p>말씀 드리고, 이젠 죽었구나 하고 있는데...</p> <p><br></p> <p>언제 오셨는지 뒷쪽에 서계시던 저희 담임선생님의</p> <p>"뭐? 학생들한테 라이터를 나눠줬다고??? 이 시발것들이..."</p> <p>하는 말씀에 다른 선생님들까지 급대노하시고 </p> <p>각 반 담임 선생님들께서는 라이터 걷으로 각자 반으로 출동!!!</p> <p><br></p> <p>담임선생님과 3학년 교무실에 올라온 저는</p> <p>학생부장선생님께서</p> <p>"아침에 당구장 라이터 받아온 사람 지금 바로 선생님께 내라. 뭐라고 안할테니까..."</p> <p>라고 방송하시는 것과</p> <p>당구장에 전화하셔서</p> <p>"교복 입은 학생들한테 라이터를 나눠줘? 이런 개#$^#$^, 매일 당구장 앞 지키고 있어줘?"</p> <p>라고 하시는 것을 뻘쭘하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p> <p><br></p> <p>뭔가 분위기가 이상한 것 같아 곁에 계신 담임선생님께</p> <p>'저기... 선생님... 제가 교무실에 불...'</p> <p>하는데 담임선생님께서 제 목을 손으로 콱 쥐시더니 작은 목소리로...</p> <p>"야이 새끼야 닥쳐"</p> <p>라고...ㅜㅜ</p> <p><br></p> <p>교무실 방화미수사건에서 당구장 응징 건으로 바꿔버리신 담임선생님의 큰 그림이었는지,</p> <p>저에게는 일주일간 3학년 화장실 청소라는 잘못에 비해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습니다.</p> <p><br></p> <p>또 선생님들께서는 당구장에 항의를 해야한다. </p> <p>당구장 앞에 서서 영업을 못하게 해야한다 말씀이 많으셨지만...</p> <p>며칠 지나니 조용해지시더군요.</p> <p><br></p> <p>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고3 선생님들께서...</p> <p> </p> <p>당구큐대를 하나씩 들고 다니시더라는... ㅡ,.ㅡ;</p> <p> </p> <p>깨끗하고 질 좋은 당구큐대를....</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