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이 일은 대학교 2학년 말에 겪었던 일이다. </div> <div><br> 나는 경북 모 대학 주변에서 자취를 했었다.</div> <div> <br> 그 지역 시의 이름을 딴 대학이지만 사정상 밝히지는 않는다. <br></div> <div>여튼 그 대학은 시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었고 주변에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br></div> <div>술집, 피시방, 복사집, 기타 밥집과 자취건물들이 다였다. </div> <div><br> 내가 자취하는 곳은 대학가와도 동떨어진 곳에었는데 밭과 들 사이로 20여분은 걸어야 나오는 집이었다. </div> <div><br> 2개의 쌍둥이 건물이었는데 우리집은 길이 보이는 쪽이 아닌 건물을 빙 돌아서 </div> <div><br> 그 반대쪽(낮은 산이 보이는)계단을 올라가야 되는 2층이었다(몇 호 인지는 오래되서 기억이 안남). </div> <div> </div> <div>그날은 집에서 컴퓨터로 공포영화를 다운받아 본 날이었다. </div> <div><br> 서텨 라는 영환데 꽤나 무서웠다.</div> <div> <br> 영화를 다 보고나니 시계는 새벽 2시 반 쯤을 가르키고 있었다. <br></div> <div>너무 무서워서 여자친구에게 전화해서 영화 별로 안무섭느니 무섭다고 해서 봤는데 재미하나도 <br></div> <div>없다느니 하는 실없는 소리만 늘어놓다가 제일 친한 후배인 병철이(가명) 한테 전화해서 와서 같이 자자고 이야기했다. </div> <div><br> 병철이는 평소에도 우리집에서 자주 술 마시고 나를 가장 잘 따르는 후배였다. </div> <div><br> 무서워서 그렇다고는 도저히 말 못하겠어서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었는데, 병철이가 이미 </div> <div><br> 시내에서 술을 마셔서 학교로 들어오기 힘들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br></div> <div>할수 없이 새벽 3시가 넘어서 이불을 펴고 누웠다. </div> <div><br> 그래도 무서움이 사라지지 않아서 티비를 켜놓고 소리를 크게 해 놓았었는데, 당시 하는 게임방송 </div> <div><br> (스타크래프트)를 보다가 스르르 잠들려고 했었다. </div> <div> </div> <div>한 3시 반? 시계를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벽에 걸려 있던 시계의 시침이 3과 4를 가르키고 <br></div> <div>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div> <div> </div> <div>갑자기 밖에서 문을 쿵쿵쿵 하고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div> <div><br> 처음에는 잠들려는데 깬지라 짜증이 난 나는 쌩까려고 했지만, 거의 5분이 넘도록 쿵쿵쿵 하며 <br></div> <div>계속 두드렸다. 화가나서 누군데! 하고 반말로 물었는데 밖에서 잠시동안 대답에 없더니 </div> <div> </div> <div>"형! 저 병철인데요!" </div> <div> </div> <div>아까 오라니까 못온다고 했던 후배놈이었다. 나는 왜 하필 잠들려고 하는 지금오나 싶어서 </div> <div><br> 일어나 문쪽으로 가면서 소리쳤다. </div> <div> </div> <div>"새꺄! 지금 몇신데 아까 안오고 지금오노!" </div> <div> </div> <div>그러면서 문 쪽으로 가는데 밖에서 다시 후배 목소리가 들렸다. </div> <div> </div> <div>"형! 저 병철인데요!" </div> <div> </div> <div>"아 이시키 안다고! 왜 지금오냐고!" </div> <div> </div> <div>"형! 저 병철인데요!" </div> <div> </div> <div>"이 시키가 형이랑 장난하나? 디질래? 문 안열어준다?" </div> <div> </div> <div>"형! 저 병철인데요!" </div> <div> </div> <div>"진짜 돌았나 이시키가... ...!" </div> <div> </div> <div>계속 같은 대답을 하는 후배에게 화가난 나는 실컷 패줄 요량으로 얼른 문을 열려다가 웬지 모를 <br></div> <div>오한이 도는 것을 느꼈다. 평소같으면 그냥 문을 열어재끼고 온갖 욕을 다 했을나지만 아까본 무서운 </div> <div><br> 영화가 자꾸 떠올라 혹시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기전에 한번 더 물었다. </div> <div> </div> <div>"야... ...너 누구야?" </div> <div> </div> <div>"형! 저 병철인데요!" </div> <div> </div> <div>"어디서 술마시고 왔냐?" </div> <div> </div> <div>"형! 저 병철인데요!" </div> <div> </div> <div>순간 소름이 팍 돋았다. 사람이란 감정이 있다. 억양도 완전히 똑같을 수도 없다. 그런데 밖에서</div> <div> <br> 들려오는 음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마치 녹음기를 반복적으로 틀어놓은것 같이 일정한 </div> <div><br> 톤을 계속적으로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살며시 문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div> <div> </div> <div>"형! 저 병철인데요!" </div> <div> </div> <div>들으면 들을 수록 더욱 이상했다. 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으면 가까이 있는것은 대략 위치를 </div> <div><br> 알고 있는데, 바로 앞에서가 아닌 문 밖 천장 부근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 <br> 겁이 더럭 난 나는 문이 잠겼는지 확실히 확인하고는 소리를 꽥 질렀다. </div> <div> </div> <div>"야이 시끼야! 누군데 장난질이고! 안꺼지나?!" </div> <div> </div> <div>그러자 밖에서 아무소리도 안들렸다. 그럼에도 나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서 문에 귀를 <br></div> <div>가까이 대고 소리를 들어보았다. 아무소리도 안들렸다. 그냥 찌르찌르 하고 벌레 우는 소리랑</div> <div> <br> 복도에 이는 바람소리만 미세하게 들렸다. 한 10분동안 문에 귀를 대고 있던 나는 어느정도 무서움이 </div> <div><br> 가라앉자 다시 침대로 와서 몸을 뉘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font color="#ff0000" size="3">"으히히히히힉! 이히히힉! 이히히히히히힉!" </font></div> <div><font color="#ff0000"></font> </div> <div> </div> <div> </div> <div>심장이 멈추는줄 알았다. </div> <div> </div> <div>문밖에서 남잔지 여잔지 분간이 안되는 숨넘어갈 듯 한 웃음소리가 내 귀를 강타했다. </div> <div><br> 손으로 상체만 벌떡 일으킨 나는 온몸에 돋아나는 소름을 느끼면서 상체만 벌떡 일으키고 턱을 </div> <div><br> 심하게 떨면서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font color="#ff0000" size="3"><strong>"으힉! 으히히힉! 이히히힉! 이히히히히히힉!" </strong></font></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계속 들려왔다. 숨 넘어갈 듯한 웃음소리. 점점 크게 들리는 듯 했다. 나는 손을 덜덜 떨면서 제일 </div> <div><br> 먼저 병철이에게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야. 문 밖에 니가 와있는데 니가 아닌것 같으니까 전화좀 제발. 무서워 죽겠다.'뭐 이런 형식</div> <div> </div> <div>의 문자를 열댓게를 연달아 날리고 계속 문을 쳐다보면서 극으로 치닫는 공포를 경험하고 있었다. </div> <div><br> 쿵쿵쿵 두드리고 미친듯이 웃고, 다시 쿵쿵쿵 두드리고.... </div> <div> </div> <div>얼마나 지났을까. </div> <div><br> 공포가 도를 넘으면 미친다고 했다. </div> <div><br> 그 때가 바로 그랬다. </div> <div><br> 순간 나를 패닉으로 몰아가는 그 목소리가 미친듯이 미웠고 화가 솟구쳤다. </div> <div><br> 원룸으로 되어 부엌이 침대 옆에 위치해 있었는데, 찬장을 부서질 듯 열고 평소 쓰던 식칼을 찾아 </div> <div><br> 들고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문으로 뛰어간 나는 문을 벌컥 열었다. </div> <div> </div> <div>아무도 없었다. </div> <div><br> 나는 허공에 대고 미친듯이 칼질을 하면서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퍼부었다.</div> <div> <br> 아마도 장난을 친 누군가에게(그게 사람이건 귀신이건)저주를 퍼붓는 말이었을 것이다.</div> <div> <br> 그렇게 한참을 허공에 대고 칼을 휘둘렀을까, 문득 엄청나게 치밀어 올랐던 화가 사라지고 </div> <div><br> 다시 공포가 밀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보왔다.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div> <div><br> 평소에 밝게 빛나던 센서로 켜지는 등도 켜지지 않았다. 너무 어두운 복도는 그 너머로 보이는 </div> <div><br> 나지막한 산만 을씨년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div> <div><br> 나는 헉헉거리다가 문을 세게 닫고 잠궜다. 그리고 칼을 손에 꼭 쥔체 침대에 앉아서 현관문만 </div> <div><br>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다시 올꺼라는 두려움과 무서움. 그리고 그것을 떨쳐버리려고 했던 일종의 </div> <div><br> 악과 깡 비슷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div> <div> </div> <div>아침이 되어서도 잠은 오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아침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div> <div> </div> <div>바로 그 때, 밖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div> <div> </div> <div>"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div> <div> </div> <div>병철이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왠지 새벽녘에 문을 두드리며 말하던 그 목소리와 뭔가가 </div> <div><br> 달랐다. 사람이다!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혹시몰라 칼을 손에 움켜쥐고 </div> <div><br> 달려나가 문을 확 열여재낀 나는 2층 복도 끝에서 주저앉아있는 후배를 볼 수 있었다. </div> <div><br> 순간 눈물이 날만큼 반가움이 일었다. </div> <div> </div> <div>"야! X발! 개시키! 와! 짜증나!" </div> <div> </div> <div>욕 밖에 안나왔다. 반가웠지만 웬지 화가났다. 그러자 멍하게 주저앉아있던 병철이는 갑자기 <br></div> <div>내 옷을 확 잡더니 질질 끌고 원룸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덩치가 나보다 컸기에 속절없이 밖으로 </div> <div><br> 끌려나온 나는 환한 햇빛을 보고는 완전히 긴장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 모습에 날 </div> <div><br> 끌고나오던 병철이도 내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나는 그제야 후배에게 이야기를 건낼 수 있었다. </div> <div> </div> <div>"야! 썅 내가 어제 뭘... ..." </div> <div> </div> <div>"형! 자취방 당장 바꿔요!" </div> <div> </div> <div>"... ...야. 니 뭐 봤나. 뭐 봤제! 뭘 봤는데?!" </div> <div> </div> <div>직감적으로 후배가 무언갈 본 것을 알았다. 병철이는 보채는 내 목소리에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빠르게 </div> <div><br> 말을 내뱉었다. 그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온 몸에 피가 다 빠져나가는 듯 했다. </div> <div> </div> <div>병철이는 찜질방에서 자고 일어나서 내 문자를 보고 걱정이 되서 전화를 했었다. 근데 받지를 않았다. </div> <div><br> 그는 간단하게 샤워만 하고 첫차를 타고 학교에 들어와서 내 자취방을 찾아왔다. 그런데 건물 마당에 </div> <div><br> 들어서자 엄청 놀랐다고 한다. 내 침데 머리맡에는 창이 하나 있었는데 투명한 이중 유리였다. 이게</div> <div> <br> 마당 쪽으로 나 있었는데, 병철이 눈에 비친 그 창 안의 풍경은 마치 온 집안이 피를 뒤집어 쓴 것 처럼 </div> <div><br> 새빨겠다고 한다. 병철이는 놀라서 2층으로 뛰어올라왔고... ...거기서 봤다고 한다. </div> <div> </div> <div>내 집 현관 바로 앞에서 떠있는 목을,</div> <div> <br> 몸통도 없이 오로지 목만이 우리집 현관 위에 위치한 백열등 바로 밑에 둥둥 떠있는 것을.</div> <div> <br> 그리고 병철이가 비명을 꽥 지르며 주저앉자 얼마뒤 문이열리며 내가 뛰쳐나왔었다.</div> <div> <br> 자기에게 욕하는 나를 멍하게 바라보던 병철이의 시야에 둥둥 떠있던 목이 스르륵 움직여서 우리집 </div> <div><br> 안으로 쑥 들어가는 것이 보였고, 그는 가타부타 말 없이 나를 밖으로 끌고 나왔다고 한다. </div> <div> </div> <div>한동안 자취방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병철이랑 같이 살았다. 그놈도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div> <div><br> 무섭다며 내가 같이 사는걸 꽤나 반기는 눈치였다. 그렇게 한달이 넘게 살다가, 어느정도 마음을 </div> <div><br> 정리한 후 친구들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 방으로 돌아와 보았다. </div> <div> </div> <div>내가 뛰쳐나오기 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난 부리나케 친구와 짐을 싸고 도망치듯 나와서 </div> <div><br> 다른 방을 잡았다. </div> <div> </div> <div>그때 그건 뭐였을까? 아직도 생각하면 소름이 돋지만, </div> <div><br> 궁금증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