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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Dementist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2-08-02
    방문 : 2492회
    닉네임변경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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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humorbest_1480391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20
    조회수 : 3610
    IP : 173.245.***.112
    댓글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8/12 11:50:36
    원글작성시간 : 2017/08/12 08:04:11
    http://todayhumor.com/?humorbest_1480391 모바일
    [2CH 레전드] 나나시 上
    옵션
    • 펌글

    지금부터 몇년전
     
     

    나와 내 친구가 아직 학생이었던 시절의 이야기야
     
     
     
     
    때는 여름 방학으로 자유연구에 대한 학교 과제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인 나나시(가명)와 함께 심령현상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어
     

    나나시는 언제나 해랑해랑 웃는 밝고 명랑한 남자애였는데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기가 많은 타입이었어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옅었던 나와 어떻게 그렇게 친해진건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였지만..
    어쨋든 우리는 사이가 좋았어
     
    그래서 자유연구과제도 둘이서 공동연구 형태로 함께 하기로 한거야
     
     
     

    심령현상에 대해 조사하자고 한건 다름아닌 나나시였어
    「여름이기도 하니 딱 이잖아?」
    끈질길 정도로 졸라대기도 했고 뭐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나는 쿨하게 OK했지
    어쩐지 뭔가 이상하긴 했어
    나나시가 이렇게 오컬트(occult)를 좋아했던가?
    좀 뜻밖이였었지만 크게 신경쓰진 않았어
     
     
     

    「어디 갈까? 이세가미터널같은데?」
    나는 아는게 별로 없었으니 그나마 들은적이 있는 유명한 심령스폿장소를 말한거였는데 나나시는 생각할 틈도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거절했어
     
     
     
     

    「윽, 그렇게 아픈덴 싫어 난」
    그때 나나시가 했던 말을 지금도 이해를 할 수 가 없어
     
    「무섭다」가 아니고 「아프다」라니.. .. ..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한건지 지금으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어
    그렇지만 나나시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그뒤로도 내가 몇개인가 유명한 심령 스폿 장소를 거론했는데 나나시는 전부 요상한 이유를 대며 거절했어
    의견이 계속 묵살당하자 나도 조금 발끈했을 때 나나시가 말했어
     
     
    「OO 길에 아파트있잖아? 거기 가자」
     
     
    그 아파트는...
    천공의 성 라퓨타 본적있어?
    거기에 나오는 담쟁이덩굴 같은거로 둘러쌓여진 건물인데 입주자도 없는데도 철거도 되지 않고 수년...어쩌면 수십년을 계속 그대로 있는 곳이야
    그렇다고 딱히 기분나쁘거나  이상한 소문이 있는 곳도 아니었어
    심령스폿이나 오컬트와는 거리가 멀었지..
     
     
     
     
    「거긴 왜? 가봤자 귀신이고 뭐고 암것도 없을텐데?」
     
     
    「괜찮아!! 아무튼 거기로 가자」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나나시의 끈질긴 설득에 하는 수 없이 다음날 종업식이 끝난 후 그 아파트로 가기로 했어
     
     
     
     
     
     

    오후 4시 30분
     
    우리는 아파트 앞에 있었어....
     
     
     
     
     
     

    종업식을 끝내고 점심을 먹고 나서 한동안 우리는 우리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하면서 놀았어
    왜 끝나고 바로 아파트로 가지 않았던걸까?
    왜 빨리 가지 않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에 난 아무런 의문조차 들지 않았던거지?
     
     
     

    그 때의 나도..지금의 나도..알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아직도 좀 더 빨리 그 아파트로 가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있어
     
    아니 어쩌면 반대로 그 아파트에 간것 자체를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여튼, 한동안 하는일 없이 시간을 보내며 놀고 있다가 느닷없이 나나시가
    「자 이제 슬슬 갈까?」라며 말을 꺼냈고 나는 어느세 나나시의 손을 이끌려 그 아파트로 향하고 있었어
     
    그 때의 나나시의 옆 얼굴이 뭔가 기뻐보였던것 같기도 하고...
    아니 반대로 슬퍼보였던것 같기도 하고...
    정말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이었던것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해
     
     
     

    그렇게 우리는 아파트에 도착했어
     
     
    나나시는 한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끝.났.군....」하고 말했어
     
    무슨 소릴 하는건지 알 수 없었던 나는 나나시에게 되물었지만 나나시는 대꾸조자 안하고 내 손을 잡아끌 뿐이었어
     

    평소의...밝고 명랑해 보이기만 하던...그 가벼워보이던 ...나나시가 아니었어
     
    뭔가 전혀 다른 사람같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슴에 일기 시작했지만 나나시는 전혀 개의치않고 아파트 계단을 올랐어
     
     
     

    그리고..「302」라고 써있는 문 앞에 멈춰 섰어
     
     
     
     

    이상한 공기가, 나의 등을 타고 흐르는 듯 했어

     
    「나나시…?」
     
    나나시는 대답도 하지 않고 문앞에 있던 시들어버린 화분 밑에서 열쇠를 꺼내더니 문을 열었어
     
     
     

    그러자...
     
     
     
     
     
    거기에는...
     
     
     

     
     
    「인.간.이.었.던.것」이 있었어
     
     
     
     
     
     
     
     
     
     
    「으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어

    .
     
     
     

    현관앞에 여자가 넘어져 있었는데 기는 듯한 자세로 웅크린채 엎드려있었어
     
     
    그 사람 밑으로 엄청난 양의....아직까지 생생한 검붉은 피가 마치 웅덩이처럼 고여있었어
     
    나는 새파랗게 질려서 나나시를 봤어
     
     
    그런데...
     
     
     
     
     
     
     
     
     
    나나시는...
     
     
     
     
     
     
     
     
     
     
    「아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웃고 있었어..
     
     
    ---------------------
     
     
     
     

    나는 한순간 나나시가 돌아버리기라도 한건가 생각했지만 그런것도 아니었어
     
     

    「잘봐!!이게 인간의 업이라는 거야!!
    편해지고 싶어서 죽으려고 한건데 아직도 죽는다는걸 괴로워하고 있잖아?
    이여자 이틀전에 배를 찌른 거야!!이틀전에 말야!!이틀동안이나 죽지 못하고 아파서 괴로워하다가 죽은거라고
    너무 아프고 아파..괴로워서 목소리도 안나오면서 살려달라고 외치면서 죽었어!!
    죽고싶어서 배를 찔렀는데 죽고싶지 않다니!!? 살려달라니?!!」
     
     
     
     

    나나시가 알 수 없는 말을 매우 빠르게 지껄여 대기 시작했어
     
     
     
    나는 눈앞의 시체보다도...피보다도...다른 무엇보다도...나나시가 무서웠어
     
     
     
     
    「죽고 싶지않은데 왜 죽어?!!!!죽고싶지 않아도 인가은 어짜피 죽게 돼있어!!!!정말 어이없지!!!!역시 신같은건 없는 거야!!!도와줄 사람따위 이 세상이 끝나도 와주지 않는 다고!!!!!」
     
     
     
     
    나나시는 계속 외쳤어
     
    나는 나나시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려서 나 자신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말을 하며....울었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나시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어

     
     
     
     
    「경찰...불러야지?」
     
    나나시는 조용하게..그렇게 말했어
     

     
     
     
     
    조금 전까지의 굉장한 모습의 나나시는 없었어
     
     
    그렇다고 내 친구..언제나 해랑~해랑 웃는 명랑한 나나시도...아니었어..
     

     
    우리는 경찰을 부르고 간단하게 사정청취를 한다음 집에 돌려 보내졌어
     
     
    나나시에겐 한마디도 듣지도 묻지도 못한 채 헤어졌어

     
     
     

    그 날, 나는 여러가지를 생각해 봤어
     
     
     
    나나시는 왜 그 아파트에 가자고 했을까?
     
    나나시는 어떻게 그 여자가 이틀전에 자살을 도모했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나나시는  어떻게 그 집 열쇠가 있는 장소를 알고 있었을까?
     
    나나시가 중얼거린 「끝났군」이란게 무슨 뜻이었을까?
     
     

    말도 안되는 소리겠지만..
     
     
     
    어쩌면 나나시는 죽은 사람의 소리같은 것이 들리는게 아닐까..
     
    혹시 죽는 직전의 단말마같은게 들리는 걸까?
     
    나나시가 「끝났군」이라고 중얼거렸을 때,
     
    그 여자는 이미 죽었었을 거야
     
    열쇠가 있던 장소도 그 여자의 아직 살아있는 영혼같은 것이 도와달라며 알려준거겠지
     
     
     

    하지만 우리가 너무 늦었던거야...
     
    나는 이런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슬퍼졌어

    우리들이 늦었던 탓으로 그 사람은 죽었어
     
    우리가 빨랐다면 어쩌면 살아났을지도 몰라...
     
    우리들이 빨리 갔다면..................
     
     
     
     
    여기까지 생각하니.........하나의 의문이 떠올랐어...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도 안되는 상상이었지만....

    만약에 내가 생각했던 가설이 맞다면...

    나나시에게 이상한 힘이 있는 거라면.....
     
     
     
     
     

    나나시는...........왜 빨리 아파트로 향하지 않았지?

    나나시는 왜 이틀전에 곧바로 경찰이든지 구급차든지를 부르지 않은 거지?
     
     
     
     
     
    아니...아니...나나시가 빠른 말로 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로 자살인지 아닌지 사실 모르는 거잖아
     
    거기다 그 집에는 웅덩이처럼 고인 피와 시체는 있었어도 흉기는 보이지 않았어...
     
     
     
     
     
     
    아니야....아니아니..아니..아니그 전에...그 전에 말야
     
     
     
     
     
     

    우리가 그 집에 들어간 그때..그 시점에 말야..
     
     
     
     
     
     
     
     
     
     
    정말로 그 사람은...죽어있었을까?
     
     
     
     
     
     
     

    만약에 만약에 아직 죽은게 아니었다면......

    그리고 만약에 자살이 아니라면???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어
     
     
     
     
    그뒤로 한동안은 나나시랑은 제대로 얘기를 할 수 가 없게 됐었어...
     
    -----------------------------------
    #2 추락
     
     
    그 악몽과 같은 아파트에서의 사건으로부터 몇개월인가 지나고 나와 나나시는 다시 전처럼 서로 얘기를 하게 됐어
    처음에야 솔직히 다소 삐걱거리긴 했지만 
    나나시한테 이상한 힘이 있든 없든, 그 여자가 어떻게 된것이고 간에 어쨋는 나나시는 나나시....
    내 친구인건 변함 없는 거잖아...
    그래서 난 그날의 일은 기억 저편에 묻어두기로 하고 나나시와 다시 전처럼 지내기로 했어
    나나시도 언제나처럼 똑같이 해랑거리며 웃고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예전과 변함 없었어

    그렇게 겨우 전처럼 평범한 생활을 되찾았을 무렵..
    딱 그 시기의 수업중에 '그일'이 일어났어

    교실 창가 맨 앞줄에 눈이 나쁘던 나와 반장인 여자애, 그 뒤로 나나시와 아키야마라고 하는 여자아이가 앉아있었어
    창가쪽 자리에 앉았던 우리 4명은 수업중에 몰래 쪽지를 주고받곤 했어
    선생님이 보지 않는 틈에 얼른 쪽지를 건네주는 거야
    만약 들킨다고 해도 반장이 대충 얼버무려주고 우리는 말을 맞추면 되는 거지
    구석자리라 눈에 잘 안띈다고는 해도 역시 스릴 만점이었어
     
    분명히 시간은 한 3시쯤..국어 수업시간이었어
    국어 선생님은 어느학교라도 꼭 한명쯤은 있는 바코드대머리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실례인 일이었지만 우린 그 머리모양을 주제로 쪽지를 돌리고 있었어
    그런 시시한 놀음이 그땐 어찌나 재미나던지 수업시간이 반쯤 지났을때 벌써 몇장이나 쪽지를 돌리고 있었어
     

    그 때 였어...
     
    교과서로 잘 숨기면서 몰래 편지를 쓰고 있었는데 쿡하고 뭔가 등을 찌르는 거야
    바로 뒷자리엔 나나시가 앉아있었으니까 빨리쓰라고 재촉하는 건가 싶어서 슬쩍 뒤를 돌아봤어
    그러자 미간에 주름이 지도록 인상을 쓰고있는 나나시가 보였어
    손에는 펼쳐진 노트를 들고 있었는데 한가운데 매직으로 큼직하게 [창문]이라고 써있었어
     
     
     
    그걸 보고 무심코 창문을 봤는데...
     
     
     
     
     
    「헉…!!!!」
     
     
     
     
     
     

    개구리같은 자세로 떨어지고 있던 여자의 얼굴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던 거야
    공포때문인지 고통때문인지 ....아니 이런저런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있는 듯한 표정이 일순간 보이고 그 사람은 사라졌어
     
     

    「꺄악!!!」
     

    누군가가 소리질렀어
    그 소리와 동시에 쿵하는 소리가 울렸어
    한순간 적막이 흐르고 이내 반 아이들이나 선생님까지 소란스럽게 창문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어
     
    나는 그 모습을 멍하게 보고만 있었어
     
     

    또야....

    또...나나시가....사람이 죽는걸 맞췄어...
     
    나는 덜덜 떨면서 천천히 나나시를 돌아봤어
    나나시는 전혀 흔들림없이 소란도 피우지 않고 창문앞에 의연하게 서있었어
    먼 눈으로 무심하게 창밖을 보고 있었어
    나는 나나시에게 달려갔어
     
     
     
    「나나시, 저거…」
     
     

    흉한 모습으로 달려 온 나를 나나시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어
     
     
    「너 뭔가 봤어?」
     
    뭔가?? 뭔갈 봤냐고?
    다 알고 있으면서 속이 빤하게 물어보는 나나시의 모습에 나는 공연히 배알이 꼬였어
     
    「뭐?당연한거 아냐? 니가 창문을 보라고 했잖아!!덕분에 눈이 마주쳤단말이야!!!저 사람이 떨어지고있는 순간을 봤다고!!!!!!!」
     

    나는 죽고있는 사람과 눈을 맞추었던 거야
    비통과 고통에 물든....머지않아 죽고말 낯선 사람과 시선이 마주쳤어...
    평생 잊지 못할...일생의 트라우마가 될것같은...그 표정을 보고 말았던거야
     

    「오~그럼 드디어 오칼트네..」

    나나시가 말했어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몰랐어 
    알고 싶지도 않았고...
    그런데...

     
    「봐봐..저 아래..」
    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아키야마가 내게 말했어

    나는 조심조심 아이들틈을 헤치고 들어가 아래를 봤어
    거기에는 윗쪽을 보고 눈이 좌우 양쪽으로 향한...고통스러운 표정에 몸은 이상한 방향으로 꺽여진 사람이....있었어...
    검붉은 피가 그 여자의 흰 블라우스를 적갈색으로 물들이고 있었어
    나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꼭 감았어
     
     
     
     

    그리고...문득 깨달았어
     
    나는 분명 그 여자와 시선이 마주쳤어
    그건 확실해..그 표정은.....꿈이 아니었어
    개구리같은 자세로 그 여자는 떨여졌고...그리고...나를 보고 있었어....
     

    그랬는데....

    어떻게 그 여자는 이쪽을 향한채로 죽어있는 거지?
    분명 엎드린 자세로 떨여진 인간이 어떻게 위를 보며 죽어있을 수 있지?
    위에서 떨어지는 동안에 몸을 뒤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떨어진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누군가 움직여 놓은 것도 아니고.......
     
     

    아니...것보다..
    어떻게하면 개구리같은 자세로 떨어질 수 가 있지???
    도대체 어떻게하면 그런자세로 이쪽을 향해서 떨어질 수 가 있는 거야?
     
     
     
     
    이러한 의문이 들자 어쩐지 등골이 서늘해 졌어

    갑자기 나나시가 입을 열었어

     

     
     
    「죽기까진 뭔가 있었겠지..구제따위가 있을리가 없는데...어둠으로부터 도망쳐도 결국 어
    둠밖엔 없는거야」

     

    그 말에는 무서울 정도 감정이 깃들이지 않았었어
     
    아파트 때보다 몇배는 더...
    나는 나나시를 무섭다고 느꼈어

    붉은 바다위에서 우리를 올려보고있는 몸이 굽은 시체보다도....
     
    나나시의 말이 무서웠어

    그날 이후로 교실에서 몇번이나 자리를 바꾸게 되었지만 내가 창가에 앉는 일은 두번다시
    없었어
     
     
     

    ---------------
     

    #3 손
     
     
     
    아직 벚꽃도 피지 않는 3월의 그 날
     

    나는 아키야마와 함께 나나시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어
     

    그날은 나나시가 결석을 했어 
    평상시는 쾌활한 성격으로 반에서 늘 중심이되던 나나시가 학교를 쉬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기때문에 걱정으로 된 나는 방과후 문병하러 가기로 했었어 
    그런데 어쩐일인지「 나도 갈래」라며 아키야마도 동행하겠다는 거였어

    어쨌든 우리는 함께 나나시의 집으로 향했어
     
    나나시의 집은 학교로부터 멀지 않은 장소에 있었어
    나는 나나시와 친해진지 1년 정도나 지났지만 우연히 정말 우연히 지나가다가「여기가 우리집이야」라고 들은 적은 있었어도 집에 놀러간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조금 설레고 있었어
    나나시의 집은 요즘 보기드문 일본 전통 가옥이고 현관의 문기둥에는 성씨가 조각되있었어

     
    「윽...심하다...」 
    아키야마가 중얼거렸어
    그때 나는「확실히 심하게 큰 집이긴 해」이라곤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아키야마가 말한건 전혀 다른 의미였던것 같아
     
    만약에 그 때 내가 이 말의 의미를 알아챘었다면 우리와 나나시에게 어쩌면 다른 미래가 있었을지 모르겠단 생각에 후회되기도 하지만...
    이제와서야 하는 말일뿐..그땐 정말 알 도리가 없었지...
     

    초인종을 누르고「실례합니다」라며 호출을 하자 잠시동안 아무 반응이 없다가 한 1~2분 후에 문이 열리더니 키가 큰 여자가 나왔어
    나와 아키야마는 나나시의 반친구라며 인사하고 문병하러 왔다고 말했어
    여자는「고맙구나」라고 웃으면서 나나시의 방으로 안내해 줬어
     
    방에 들어가보니 이불을 뒤집어 쓰고 만화책을 읽고 있는 나나시가 있었어
     
    우리를 본 나나시가 해랑해랑 웃으며 팔랑팔랑 손을 흔들었어
     
    의외로 씩씩한 모습에 안심이 됐어 
    「뭐야 너, 멀쩡한거 아냐?」 
    나는 웃으며 나나시에게 말을 걸었어
    아키야마는 말없이 가방을 내려두더니 두리번거리며 방을 둘러보더라구
     
    「야, 야키야마는 왜 데려왔어?」 
    나나시가 작은 소리로 나에게 물었어
    난 뭐라 딱히 할말이 없어서 「글쎄...」하고 얼버무렸어

    나나시의 목소리는 소근거렸다고는 해도 상당히 쉰듯한게 아파보였어 
    보기엔 이래도 역시 몸 상태가 안좋은건가 싶어서 걱정이 됐어
     
     
     
    「나나시 저게 뭐야?」
    아키야마가 물었어
     
     
    아키야마가 가리킨 장소에는 코르크 보드가 있었어 
    자세히 보니 사진 몇장과 편지나 프린트같은게 몇장 붙여져 있었어
    그중에는 우리가 수업시간에 돌렸던 쪽지도 있었어
     
    「어, 뭐야? 일부러 장식해 놓은거야?」 
    나나시가 쪽지를 붙여놓은게 어쩐지 공연히 기뻤던 나는 나나시를 팔꿈치로 쿡쿡 찔렀어
     
    그런데 아키야마는 그런건 관심조차 없다는 듯이 
    「그거 말고 저 한가운데것말야」라며 가르켰어 
     
    아키야마가 가르키고 있는 곳을 보자 거기에는 이상한 사진이 있었어
     

    「…엥?」
     
    그건, 어떻게 봐도 심령 사진입니다~ 하는 느낌의 사진이었어 
    찍혀있던것은 나나시와 조금 전에 봤던 키가 큰 여자였는데 멋진 석양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어
    거기까지는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았지 
    이상한 건 뭐랄까...나나시의 일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하나? 
    여자쪽부터 나나시의 얼굴 아랫부분을 향해서 대각선으로 뭔가 하얀것이 찍혀있었어
    마치 손 모양을 하고 있는 하얀 안개같았어
     
    「나나시....이거....」
     
    「아~ 그거?」
    나나시는 보고있던 만화책을 덮고 살짝 겁에 질려있던 나를 향해서 자세를 고쳐 앉았어
    그 표정은 뭔가..슬픈것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어쩐지 기뻐보이기도 하는...묘한 얼굴이었어
     
     
    「그거 우리 엄마랑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야」
     
     
    나나시는 그렇게 이야길 시작했어
     

    「내 옆이 우리 엄마야....2년 전에 돌아가셨어」
     

    나나시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어

     
    「그 사진 찍은 다음날에, 그 사진 찍은 그 옥상에서 뛰어 내렸어...」
     
    담담한 말투였지만 오히려 지금까지 나나시가 짊어지고 온 비통함이 모두 응축되있는 듯한 안타까움이 묻어나왔어
    멋진 저녁놀을 배경으로 행복한듯 미소짓고있는 어머니아 아들..
    설마 그것을 마지막으로 바로 다음날에 아픈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장소가 되어버리다니...
    너무 슬프단 생각이 들었어
     
    「그 사진.. 한 반년정도 전에 어머니 생일날에 선반 정리를 하다가 찾은거야..2년전에 현상했을 당시엔 분명히 아무것도 없었던거 같은데 언제 생긴건지 그렇게 안개같은게 생겨 있더라고..」
    나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어 
    아키야마도 가만히 사진을 보며 말이 없었어
     
    나는 그제서야 문득 그럼 조금전에 만난 여자는 뭐지?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따로 추궁하진 않았어 
    이 녀석이랑 함께하면서 무서운 체험을 한다는게 뭐 이제와서 새삼스러울것도 없을 뿐더러
    분명, 돌아가신 후에도 남겨진 나나시가 걱정되서 이 집에 계신가보다..
    왠지 두려움보다는 당연한듯이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 안개말야 손 모양같지 않아? 처음엔 무서웠는데 가만히 보고있다보니까 아..이건 엄마가 나를 지켜주는 거구나..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 손이 언제나 자신을 지켜주고 있는것 같다면서...나나시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어
     
     
    「그래서 장식해둔거야..마더 콤플렉스? 뭐 그런 소리들어도 할말 없지 뭐ㅋ」
    나나시는 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평소보다 조금 수줍은 듯이 베시시 웃었어
    나는 왈칵 눈물이 날뻔했는데 겨우 눌러 참으면서
    「이자식! 뭐야? 무슨 로멘티스트냐?ㅋ」라는 멍청한 소릴하며 팔꿈치로 찍었어
     
    나나시와는 무서운 일도 몇 번인가 있었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나니 역시 나는 나나시란 녀석이 참 좋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어
     
    우리 보고 「고맙구나」라며 웃었던 나나시네 엄마 얼굴이 떠올랐어
     
    나는 이녀석과 쭉 함께하자.. 엄마 몫까지 이녀석 옆에 있어주자..하고 맘속으로 생각했어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네..그럼 내일은 학교에서 보자」 
    갑작스럽게 아키야마가 퉁명스럽게 말했어
    한순간에 감동 무드가 날아가버리는 듯 했지
    아키야마는 그런 분위기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며 가방을 들고 몸조리 잘하라는 한마디를 남긴채 방을 나갔어
    나는 잠시 어안이 벙벙 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당황해서 아키야마를 뒤쫓았어
     
    「그럼 내일 보자!!!」 
    바쁘게 나나시에게 인삿말을 내던지자 나나시는 평소의 해랑해랑한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어
     
    나는 서둘러 아키야마를 뒤쫓아 넓은 복도를 달렸어

    아까 그 여자는 보이지 않았어
     
     
     

    내가 나나시의 집을 나왔을 때, 아키야마는 벌써 수십 미터 앞을 걷고 있었어 
    나는 필사적으로 아키야마를 뒤쫓아 어깨를 잡아챘어
     
    「아키야마!!」 
    「…왜」
     
    아키야마가 뒤 돌아봤어
    아무 표정없이 딴사람 같을 정도로 차가움이 느껴졌어
     
    「왜 그런식으로 말했어? 나나시가 불쌍하잖아..엄마가…」 
    여기까지 말하고 나는 더이상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되버렸어
    왠지 아키야마가...뭐랄까..두려움과 혐오감이 뒤섞인듯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거든...

    「...넌.. 정말로 그 손이 지켜주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키야마가 강한 어조로 말했어
    나를 찌르는 듯한 그 시선은 뭔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듯 했어
     
    「그럼?...달리 생각 할...」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차라리 행복하겠네」
    아키야마는 마음속 깊이 바보취급을 하듯이 말했어
     
     
     
     

    「나한테는 그 손이 나나시의 목을 조르고 있는 걸로 밖에 안보이던데?」

     
    그렇게 말하고는 걸음을 재촉해 골목끝 모퉁으를 돌아서 사라졌어 

     
    이미 보이지 않는 아키야마를 멍~하게 지켜보면서 나는 다시 그 사진을 떠올려 봤어
    저녁놀을 배경으로 한 어머니와 아들...
    그 다음날 투신 자살을 한 어머니.... 
    아들 목 둘레로 걸쳐진 손 모양의 안개....
     
     
    그리고 멀쩡해보이는 겉모습에 비해 심하게 쉰것같은 나나시의 목소리....
     
     
     
    만약......

    .......
     
    만약에...
     
     
     
    아키야마가 한말이 사실이라면........
     
     
     

    아까 우리가 본 그 사람은...
     
     
     
     
     
     
    나나시를 어찌 할 생각인거지?

     
     
     
     
     
     
     
    참기 힘든 오한과 전율을 느끼고 나는 달리기 시작했어
    뭔가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빌면서........
     
    나나시의 집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달렸어

     
     
     
     
    다음날 
    나나시는 언제나처럼 학교에 와있었지만, 목소리는 한층 더 심하게 쉬어있었어
     
     
    어쩌면...

    이 때 이미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던건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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