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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지문이 중세시대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중세 유럽에서는 간질병을 하느님이 어떤 사람을 시험하거나 벌주기 위해 내려 보내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어쩌면 무함마드를 간질병 환자 취급했던 것이 이와 관련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지식인들에게 이런 대우를 받았다면, 예술 속에서는 무함마드가 어떠한 모습으로 등장했을까요. 단편적인 예로 단테의 신곡에서는 무함마드가 '사람들을 속인 죄' 로 열 개의 지옥 중 아홉 번째 지옥에 떨어져 몸이 두동강나고 사탄들이 보초를 서는 감옥에 수감되는 신세로 등장합니다.
볼테르의 희곡 <마호메트 또는 광신>에서 등장인물 조피르와 파노르의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누구? 나? 거짓 탕자 앞에 고개를 숙이라고? 이 광신자에게 영광이 돌아가게 내버려두라고? 겨우 그를 메카에서 쫓아냈는데 다시 그의 영광을 드높이자고? 안 돼. 지금까지 자유롭고 순결하게 지낸 이 손이 반란을 탐닉하고 사기꾼을 숭배한다면, 이 조피르가 정의의 하느님께 벌을 받아도 마땅하느니."
"무엇으로도 마호메트의 복수를 막을 수 없을 게요. 그의 도발에, 한때는 당신이 불사不死의 싸움으로 막아섰다지만 당신 발 아래 생긴 맨 처음의 불씨를 잠재웠다지만, 당신 눈에 보이는 마호메트가 얼토당토않는 사기꾼, 유혹하는 사기꾼이겠지만 말이오.
오늘 그는 왕이 되어 나타났소. 승리하고 군림하는 자로. 메카에서는 사기꾼이나 메디나에서는 선지자란 말이오. 그는 서른 개의 나라로 하여금 우리가 싫어하는 저 죄악들을 올곧이 경배케 할 줄 안단 말이외다. 내가 무얼 말하오리까? 그에 대한 열광이 독약처럼 번지고 그의 거짓 기적이 환상을 부채질하니 광신과 유혹이 사방으로 번져 그의 군대가 넘쳐나외다. 무서운 신이 그에게 힘을 불어넣으사, 그를 이끌고 그를 승리케 한다는 믿음이 그것이오."
<터키사> 의 저자 라마르틴
그렇다면 모든 서구인들이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19세기 초 동방여행을 떠난 라마르틴은 열린 마음으로 이슬람 세계를 대하였습니다. 그가 평한 무함마드의 모습은 용기 있고 숭고한 자로 묘사됩니다. 아래는 그의 <터키사>중 일부입니다.
그 어떤 인간도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이렇게 숭고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이 목표는 가히 초인적이다.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를 가로막는 모든 미신을 타파하고 하느님을 인간에게, 인간을 하느님에게 되돌려주며, 우상으로 왜곡된 이 혼돈의 세계에서 경건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되찾게 해준다. 그 어떤 인간도 일찍이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또 오직 자기 자신과 사막의 다른 한쪽에 있는 한 무리의 보조자만으로, 계획에서나 실천에서나 인간의 힘을 초월하는 이러한 큰 일을 벌일 수 없었다.
나아가 이 세상에서 그 어떤 인간도 그토록 짧은 시간에 그토록 엄청나고 그토록 지속적인 대혁명을 일으킨 사람이 없었다. 그의 예언이 있은 지 단 두 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쿠란과 무기를 지닌 이슬람 사상이 아라비아 3국을 복속하고, 페르시아, 호라산, 서인도, 시리아, 이집트, 이디오피아는 물론 우리에게 알려진 북아프리카 제국 전부와 지중해의 섬나라들, 스페인 그리고 일부 골지방까지 퍼져나간 것이다.
계획의 원대함과 수단의 간단함, 결과의 광범위함이 이 인간의 재능을 나타내는 세 가지 척도라면 현대사의 위인이라 할지라도 그 어느 누가 감히 마호메트에 비견하려 들 수 있을까?...그는 이 지구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십억 사람들을 움직여 군대와 법률과 제국과 신민과 왕조를 세웠다. 그로부터 더 나아가서는 제단을 세우고 하느님을 받들어 종교를 일으키고 사상과 신념과 영혼을 부흥시켰다. 구절구절이 그대로 법규가 된 책을 지어 언어와 인종이 다른 모든 이들을 하나의 정신으로 통일했으며 우상에 대한 증오와 유일신에 대한 정열을 이슬람교도들에게 깊이 각인시켰다.
이 사람이 사기꾼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사기꾼이라 함은 신념을 허위하는 자, 거짓말이 어떻게 진실의 마력을 가질 수 있으랴!
그의 삶과 사상, 영웅적 투쟁, 분노, 그리고 이에 불구하고도 메카에서 보낸 인종忍從의 15년 세월,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은 용기, 동류들 사이의 조롱, 피신, 포교, 전쟁, 믿음, 인내, 관용, 야망, 기도, 그리고 죽음, 죽음 뒤의 승리.
철학가, 웅변가, 입법자, 하느님의 사도, 교리의 완성자, 사상의 정복자, 지상에 20개의 제국을 건설하면서도 이를 통일하는 단 하나의 정신세계를 건설한 사나이, 그가 마호메트이다.
이 인간의 위대함을 어느 단계에 놓을 것이며, 누가 그만한 위치에 있을 것인가?
불과 200년 전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무함마드에 대해 중립적이고 우호적으로 바라본 이는 없을 것입니다. 프랑스 학자 자크 아탈리의 말을 소개하며 마치려 합니다.
이 이야기는 역사상 딱 한번 있었던 일로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가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20년 동안의 시절에 관한 것이다. 역사상 딱 한번(11~12c), 딱 한곳(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유일신을 믿는 세 개의 종교가 서로를 존중하고 찬양하며, 서로에게서 자양분을 얻는 길을 택했다. 위대한 사상가들은 그리스 철학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들에 관해 자유롭게 토의했다. 학문과 종교가 사이좋게 지내던 시절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당시 사건이 다르게 전개되었다면, 혹은 아브라함의 자식들이 충돌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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