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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미카엘의노래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2-10-12
    방문 : 2273회
    닉네임변경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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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humorbest_1067525
    작성자 : 미카엘의노래
    추천 : 17
    조회수 : 2105
    IP : 218.239.***.114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5/26 22:36:52
    원글작성시간 : 2015/05/25 08:46:47
    http://todayhumor.com/?humorbest_1067525 모바일
    단편 - 문경십자가 살인사건 3
    옵션
    • 창작글
    3. 신념
     
     
    그것이 네가 다닐 때에 너를 인도하며,
    네가 잘 때에 너를 보호하며,
    네가 깰 때에 너와 더불어 말하리니.
    (잠언 : 622)
     
        
     
     
     
      그로부터 1주일 뒤. 전화벨이 울린다. 심부름센터에서 걸어 온 것이다. 설레이는 표정을 지으며 통화버튼을 누른다. 약속장소를 잡은 뒤 승합차에 오른다. 번득이는 눈빛을 좌우로 굴리고 욕지거리를 연신 내뱉으며 약속장소를 향한다. 도착하기 10분 전쯤 미리 준비해 둔 복면을 쓰고 서행을 하여 그곳에 도착한다. 사방이 탁 트인 김포공항 근처의 부지에서 검은 두건으로 씌어 진 채 단단히 포박 된 그를 넘겨받고 약속대로 1억이 들어있는 현금 가방을 건네어준다. 승합차 문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지만 아무런 미동도 없는 것으로 보아 제대로 기절한 듯 보인다. 태수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본다. 돈맛을 들인 그들의 눈빛이 가소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언제든지 시켜만 달라는 말을 끝으로 그 자리를 서둘러 떠난다.
     
      태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액셀을 밟는다. 정말 오랜만에 지어 보는 미소이다. 백미러에 비친 남성은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고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태수의 운전에 리듬을 탄다. 집으로 돌아온 태수는 그자를 지하실에 옮겨 놓은 뒤 이 최후의 만찬을 어떻게 요리할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지하실로 내려 간 태수는 그를 앉혀 놓은 뒤 복면을 벗기고 차가운 물을 한바가지 들이 붓는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그에게 태수가 말한다.
      - 신을 믿습니까?
      - 당신은 누구요? 내게 원하는 게 뭐요?
      -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신을 믿습니까?
      - 헛소리 집어 치우고 여기는 어디고 당신은 누구냔 말이오!
      - 마지막 기회요. 하나님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십니까? 긍정하십니까?
      - 이런 미친 정신병자 같은 놈아! 내 질문부터 대답해 봐라!
      - 흐흐흐, 좋소, 대답해 드리리다. 본인은 하나님의 아들이자 그분을 섬기는 직업을 갖고 있는 한 마리의 어린 양일 뿐이라오. 그리고 이곳은 본인의 집이자 심판의 장소이기도 하다오.
      - 심판의 장소? 도대체 당신이 뭔데, 무슨 자격으로 심판을 한다 말이오!
      - 다시 한 번 알려드리오? 본인은 그분의 명을 받들어 당신과 같은 사단의 무리들을 이 땅에서 척결하기 위해 파견 된 그리스도의 천사들이오.
      - , 천사? 천사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당신은 한낱 정신병자일 뿐이오. 당신이 무슨 영적인 경험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당신이 경험한 일들은 당신 머리통에 있는 측두엽에서 일으키는, 일종에 간질병으로 나타나는 증상과 같다는 말이오!
      - 흐흐흐, 간질병이든 영적 경험이든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오. 내 곧 그대에게 영적인 경험을 체험하게 해드리리다. 기대하시오.
     
      태수는 복면을 다시 씌운 뒤 지하실 문을 하고 닫으며 거실로 올라간다.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이틀. 그리고 또 이틀.
      인간이 물을 먹지 않고 얼마나 버틸까? 의학적으로는 일주일을 넘기기 힘들지만 세계 곳곳의 테러, 혹은 자연재해 현장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종종 목격되고는 한다. 닉네임 <해금사랑>이라 칭하는 그는 정신력과 체력에 한계를 느낀다. 그는 자신이 왜 태수에게 잡혀 왔는지 결정적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몽롱한 정신에서 본인이 올렸던 어떠한 게시물 하나가 떠오르게 된다.
     
      <종교 체험과 측두엽>
     
    측두엽 문제시 발생현상
     
    -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복통이나 두통 - 특정한 이유가 없는 불안이나 공포- 비정상적인 감각 지각, 시각 혹은 청각적 왜곡 - 기시감(Deja ve) 이나 미시감(Jamais ve) - 비 현실감이나 혼란의 경험 - 종교나 도덕의 심취 - 과도한 그림 그리기, 과도한 글쓰기 - 발작
      
    위의 현상들을 보면, 왠지 종교적 광신자의 행태와 일치합니다.
    타인의 종교적 성향을 뭐라 하기는 힘들지만, 그러한 현상이 과도할
    경우 뇌 건강을 점검해볼 필요성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는 이미 탈진한 상태이지만 그 문장들이 정확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 젠장, 이유가 그것 때문인가? 니미럴······.
    해금사랑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술을 꽉 깨물며 한탄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위장 상태로 보아서 수일은 흘렀을 것 같음을 느낀다.
     
      온몸에 수분이 다 빠져나간 관계로 소변 또한 더 이상 마렵지가 않다. 적당히 싸질러 놓은 배설물이 엉덩이와 허벅다리 안쪽에 굳어있다. 의식이 흐려져 악취 또한 느껴지지가 않는다. 눈물과 침으로 범벅이 된 두건이 콧구멍을 틀어막아 호흡 또한 쉽지가 않다.
    <신을 믿느냐고? 망할, 신이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 쳐 죽여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가 생각한다.
     
      해금사랑은 기도를 한다. 신이 아닌 자신의 조상님들께 기도를 한다.
    <제 주위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계신다면 제발 저를 구원해 주십시오. 제게 신은 바로 당신들입니다. 부디 저를 지켜주시옵소서······.> 그 기도를 끝으로 해금사랑은 의식을 잃고 림보의 세계로 떨어지게 된다.
     
      얼마나 흘렀을까. 차가운 물기둥이 해금사랑을 덮고 있는 두건을 강타한다. 잠시 림보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던 해금사랑은 차갑게 적셔진 두건을 갈라진 입술로 핥기 시작한다. 두건에 적셔진 물을 한동안 빨아먹던 그는 호흡이 가빠오는지 이내 가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힌다. 그리고 들려오는 한마디.
     
      - 신을 만나 보았나?
      - ······.
      - 다시 묻겠다. 신을 느껴 보았나?
      - 헛소리 하지 마 이 개새끼야······.
    해금사랑의 입에서 쥐어짜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흐흐흐······. 아직 못 만나 보셨나보군. 그렇다면 내가 도와드릴 터이니 반가운 마음으로 신을 영접해 보아라.
     
      태수는 해금사랑을 대형 십자가모형의 나무형틀에 눕혀 놓은 뒤, 양팔과 다리, 목과 이마와 허리에 유리가루로 코팅 된 가죽벨트로 단단히 채워 놓는다. 그리고 양손바닥에 주사바늘을 찔러 넣는다. 옆에 놓인 빈병에는 <로피바카인> 이라는 영문이름이 적혀있다. 국소마취제이다. 그리고 양쪽발목에도 두 바늘을 놓는다. 그는 안간힘을 다해 몸을 비틀어보지만 단단히 묶인 벨트로 인해 모든 신체기관이 마비가 된 듯 움직일 수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유리벨트에 베여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 때문에 뒷머리가 축축해져 옴을 느끼게 된다.
     
      해금사랑은 이제 양팔과 양쪽무릎 밑으로는 감각이 없다. 머리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도 없다. 두려움은 밀려온다. 저자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알 수가 없으니 공포심은 배가 된다. 잠시 후 !!!!’ 일정한 간격의 망치소리가 들려오고 자신이 누워있는 십자가 형틀에 작은 충격이 전해짐을 느끼게 된다.
     
      5분여가량 들려오던 망치소리는 실실거리는 태수의 웃음소리와 함께 멈춘다. 그리고 잠시 후 국소마취제의 효과가 떨어져 갈 때쯤 태수는 <프로포폴> 이라 적혀 있는 링거액을 해금사랑의 팔뚝에 놓는다. 대량을 투여하면 환각을 느끼게 되는 의학적으로 문제가 많은 전신 마취제이다. 몇 초 후 해금사랑은 잠시 동안 의식을 잃게 된다. 그리고 곧 손바닥과 발목에서부터 엄청난 고통이 그의 망할 <측두엽>에서부터 몰아치기 시작하여 정신을 차리게 된다. 눈동자를 움직여 보지만 보이는 것은 오로지 천장에 붙어 있는 밝은 형광등 불빛뿐이며 손가락을 움직여보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몸의 감각은 느껴지나 마취는 풀리지 않았다. 이른 바. <각성>이다. 수술 시 간혹 일어나는 의료사고 중 하나인 각성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을 선사해 준다. 매스로 배를 찢어놓을 때 고통은 그대로 느끼나 그 어떤 반응도 보일수가 없다. 혀를 깨물고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수백 번도 더 들게 된다. 그런 악몽의 시간을 수술시간 내내 겪게 된다. 태수는 회칼을 이용해 그의 배에 문양을 그려 넣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달구어진 쇠막대기를 이용해 피가 배어나오는 그곳을 지지기 시작한다.
    치지지직.’
     
    해금사랑은 어디선가 고기 굽는 냄새가 올라옴을 느끼며 자신의 살이 타는 냄새를 맡고 식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곧 그 냄새의 정체를 알게 되며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는다.
     
      끔찍한 상황에 놓인 채 형광등에 고정된 그의 두 눈이 애처롭게 떨려온다. 눈물을 흘릴 수도 없다. 눈꺼풀을 깜빡일 수도 없다. 오로지 부릅떠진 두 눈동자만이 형광등 불빛을 쳐다볼 뿐, 자신의 몸에 예술작품을 그려 넣고 있는 그를 쳐다볼 수도 없다. 비명을 지를 수도 없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도끼로 난자를 당하는 느낌이다. 마치 대뇌 속에서 바퀴벌레 수백 마리가 뇌수를 빨아먹고 다니는 느낌이다.
     
      순간 해금사랑은 신을 생각한다.
    <그대가 정말 존재한다면 지금 나를 구원해 주소서··· 아니, 차라리 지금 당장 나의 숨을 거두어 주소서······.>
    절망 가득한 눈빛으로 형광등에게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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