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 갔다. 햄버거를 사서 데우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편의점 아주머니께서 존나 불쌍한 놈 돈도 없어서 음료는 안사고 햄버거만 사니? 하는 표정으로 쿨피스 하나를 주고 가시는 거였다. 아... 고맙긴 한데 이 씁쓰름한 느낌은 뭘까.
 
 순간 나는 빨래하는 노파에게 밥을 얻어 먹으며 생활하던 한신이 된 것 같았다. 한신은 망한 韓의 귀족의 후예였다. 그래서 반그지처럼 생활을 했는데 꼴에 귀족의 후예라고 항상 검을 착용하고 다녔다. 그리고 한나라 출신 여자가 몸을 팔며 그를 먹여살리다가 그 여자도 죽고나자 빨래터에서 노파에게 찬밥을 얻어먹으면서 연명했다. 그러던 어느날 꾀죄죄한 샌님놈이 검을 차고 돌아다니는걸 아니꼽게 생각하던 불량배가 그 검으로 자신을 쳐보라고 했다. 한신이 거절하자 그 불량배는 그러지 못할 거면 자신의 바짓가랭이 사이로 기어가라고 했고 한신은 먼 훗날 자신의 입신양명의 날을 위하여 그 굴욕을 참고 바짓가랑이 사이를 기어갔다.
 그리고 훗날 한신은 漢이 초나라를 격파할 때 군사령관이 되어 공을 세우고 제후에 봉해진다. 하지만 결국 유방의 이성제후 숙청 때 억울하게 반란 죄를 뒤집어 씌우고 사형에 처해진다.
 
 아... 물론 내가 한신 정도의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단지 그 때 그 상황의 한신의 심리와 조금의 비슷한 심회 느끼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현실은 희망이 보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웅크린 짐승의 모습같은 것이 오버랩된다.
 
 시벌 날도 어스름하고 방사능 비는 때마침 내리는데 가서 방사능 비나 맞고 키나 크러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