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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이라는 게 있다.
이게 뭔고 하니, A라는 주장에 대해서 찬반의 견해가 엇갈릴 때, 내가 만일 ‘찬성’ 쪽을 지지하는, 혹은 A가 참이기를 열망하는 입장이라면, 제아무리 ‘반대’쪽에 해당하는 근거가 무수히 제기되어도 이를 모조리 무시하고 찬성에 해당하는 소수의 의견만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자신이 믿는 바가 정확하다고 스스로 확신하는 행위가 바로 확증편향이다.
요즘(2015년 10월) 인터넷에 ‘아베 노부유키의 예언’이라며 돌아다니는 사진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베 노부유키는 이런 말을 한 적 없다. 단지 이상각의 책[1910년, 그들이 왔다](효형출판, 2010, 사진) 223쪽 각주 부분에, 아베 노부유키의 발언이라고 하면서 이 사진의 두 번째 문단에 해당하는 내용이 들어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출처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은데, 사람에 따라서 혹자는 유언으로 남겼다고도 하고, 혹자는 자신의 일기에 적어었다고도 한다. 어느 쪽이 됐든 결국 ‘도시 전설’이라는 소리다.
그나마도 도시 전설이라도 있는 건 오직 두 번째 문단에만 해당한다. 앞의 “위대한 옛 조선의 영광 운운”이라거나, 뒤의 “나는 100년 뒤에 다시 돌아온다”는 애초부터 언급되지도 않았던 문장이다. 아마도 이런 ‘소문’이 돌고 도는 과정에서 퍼뜨리는 사람이 입맛에 맞게, 그리고 사람들이 좀 더 잘 속아 넘어가서 열심히 퍼뜨리도록 추가로 살이 붙여지고 조작된 발언일 것이다.
나는 이런 사진이 소위 역사인식의 중요성 운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일 건전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발언을 보면서 ‘맞아! 맞아!’를 연발하기 이전에 이 발언 자체가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를 의심해봐야 했을 것이다.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는다”와 같은 수사를 당시의 조선 총독이 구사할 리도 없고, 더군다나 “나는 다시 돌아온다”와 같은 터미네이터(!)스러운 낯간지러운 대사를 조선 총독이 읊었다는 것도 우스꽝스럽게 여기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한 분의 제보에 의하면, 맥아더가 바탄 반도에서 후퇴하면서 남겼던 “I shall return”을 차용한 게 아니겠는가 한다. 나도 이쪽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굳이 적어놓는다.)
게다가 당시의 인식 일반을 생각해보더라도 조선 총독이 ‘나’라는 주어를 내세워가며 조선을 식민화한 주체인 양 언급했다는 건 아귀가 맞지 않는다. 이런 식의 발언을 했다면 군국시대의 일본에서조차도 지탄받았을 일이다. 제국이나 덴노(てんのう; 일왕)를 무시하고 그 ‘신하’인 조선 총독이 제국 통치의 문제에 관해 ‘나’라는 주체를 내세우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베 노부유키의 예언’은 인터넷에서 올바른 역사인식 운운하는 이들조차도 얼마나 편향된 역사관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마침 듣고 싶은 발언이고, 이 발언을 통해 누군가를 ‘까고’ 싶으니 진위와는 무관하게 일단 받아들이고 보자는 식이 아니겠는가.
만일 이처럼 행동한다고 한다면, 국정 교과서 문제를 관철하기 위해 대중을 상대로 “현재 역사 교과서에서 북한 3대 세습을 옹호한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는 자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는 말이다.
누차 하는 말이지만,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인물들, 특히 출처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공된’ 역사물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한 번쯤 의심해야 한다. 만일 당신이 국정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인식 수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좀 더 올바른 역사관 수립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자신이 접하는 역사 관련 자료에 대한 ‘합리적 의심’ 한 번쯤 해 보는 태도 정도는 갖춰주길 당부한다.
이런 뜬소문이 마치 사실인 양 떠돌면서 진실을 오도하고 ‘거짓’ 역사를 만들어내는 한, 제아무리 수많은 학자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사적 진실을 밝혀낸다 할지라도 역사는 올바른 궤도에 올라설 수 없다.
출처 | http://slownews.kr/468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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