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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gomin_52349
    작성자 : Draven
    추천 : 3
    조회수 : 467
    IP : 121.188.***.224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0/01/20 14:09:30
    http://todayhumor.com/?gomin_52349 모바일
    불장난
     어렸을 때는 왜 그렇게 불장난을 좋아했을까. 예전에 살던 동네는 약간 농촌의 풍경이 남아있던 곳이라서 

    여기저기 뛰어놀 장소들이 많았었다. 깨끗한 냇가나 들판 이런게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여

    기저기 불장난 할 곳도 많았다. 겨울만 되면 공사장에 버려진 목재나 종이들을 모아서 몇 시간 동안 불을 질

    러 놓고 마치 화형당하는 마녀를 바라보는 듯한 홀린 눈빛으로 꼬마들이 불 구경을 하던 기억... 은 아니고 

    단순히 뭔가 불은 신기한 거니까. 프로메테우스에게 불을 받았을 때 불을 향한 인간의 경외? 태초에 번개맞

    은 나뭇가지에 붙은 불을 보는 인간의 두려움?  타오르는 화마의 뇌살적인 무도? 뭔가를 소멸시킨다는 매력 

    같은 게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겨울에 불 피우면 일단 따뜻하잖아...


     다리 밑에서 불장난, 들판에서 불장난, 놀이터에서 불장난. 불장난은 지금해도 즐거울 거 같다. 어렸을 때

    는 더 즐거웠겠지. 왜냐하면 그 때는... 다른 생각 안하고 화염에만 집중하는 그런 어린애들의 철 모르는 순

    수함 같은 것이 있었지만 이제는 불을 보며 불에만 집중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일단 지금은 불 질러 놓으

    면 술이 매우 먹고 싶어질 거 같네.


     그러다가 이제 아파트촌으로 이사가게 되니까 불장난 할 곳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왠지 시멘트와 불은 잘 

    안어울리고... 어른들한테 들킬 가능성이 더 농후해졌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하여튼 지금 생각하면 무슨 

    안드로메다식 개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파트 지하실에서 형들, 친구들과 불장난을 한 적이 있다. 그 때의 초

    딩들의 머리로는 '지하실은 지하에 있으니까 절대 안들킬 거야!'라고 야심차게 생각한 모양인데... 지랄 연

    기는 니들이 다 마실거냐... 결국 지하실에서 악마의 연기를 본 경비 아저씨는 테러리스트가 폭탄이라도 설

    치한 것 마냥 긴장하며 들어왔을텐데 왠 꼬마들이 어이없게도 불을 쬐며 화목한 대화의 장을 갖는 것을 봤으

    니 황당하기도 했을 것이고 그 이후에는 자신을 서프라이즈하게 해줘서 고마울... 것은 아니고 불유쾌한 기

    분과 함께 그들에게 치도곤을 안겨주고 싶었을 것이고 이내 우리는 존내 맞았다... 생각해보니 그날 비오는 

    날이었는데 연기가 보다 크고 아름답게 피어올랐겠네...아! 비가와서 거기서 불장난을 한 모양이군... 역시 

    난 대단해.


     어쨌든 그날 이후 불장난을 한 기억은 내 기억 속에 없다. 혹은 있었는 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내가 완전 땅

    꼬마에서 조금 우울한 청소년으로 되는 분기점이었던 것 같다. 이젠 그 때처럼 불에 홀려 있을 수가 없으니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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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0 14:53:31  121.138.***.189  
    [2] 2010/01/22 10:23:56  218.159.***.199  
    [3] 2010/02/14 16:38:48  119.20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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