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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gomin_1591071
    작성자 : 경은아끊어
    추천 : 0
    조회수 : 271
    IP : 49.168.***.15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2/14 03:40:56
    http://todayhumor.com/?gomin_1591071 모바일
    2월13일에 적는 1월 23일. 그날의 일기.
    너무 우울하고 속상해서 적고 싶지 않았던 사회복지사 1급 시험날. 그날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는데도 알람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깼었다. 친구의 차를 타고 시험을 보러 가는데 창 밖에는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제대로 볼 겨를도 없이 조사방법론 요점정리만 정신없이 봤다. 다른 동기들은 다 두명씩 시험장에 들어갔지만 나만 다른 시험장에 배치되었다.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이 끝나고 동기들과 수다떠느라 다음 시험을 준비하지 못하면 어쩌나 했었는데. 괜한 걱정 하나가 시험을 보기 전에 사라졌다. 9시 30분 까지가 입실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험 시작 시간은 10시 즈음. 요점정리를 마저 보려고 했지만 감독관이 와서 자세히 읽어보지도 못한 채 시험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됐다. 그분들에게 있어 당연한 일인데, 괜히 감독관이 미웠었다.  1교시 시험과목인 인행사는 예상보다 쉬웠다. 안심이 되었는지, 시험에 대한 부담감인지 모르겠지만 문제를 풀며 헛구역질이 나오려고 해서 입을 틀겨어막고 시험을 치뤘다. 조사방법론도 그럭저럭. 약한 과목이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어려운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고 느꼈었고, 이어진 2교시 역시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2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 간단히 빵과 우유를 사왔었다. 먹으면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동기들과 잠깐 만나 수다떠느라 시간을 소비하고,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동창과 수다를 떨까봐 다른 동기 언니 차에서 같이 공부했는데 눈이 엄청 쌓여 거기까지 가는데 또 시간을  엄청 잡아먹어 3교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었다. 초조해 하면서 시험을 보러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3교시 때는 출제자들이 시험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해서였는지 상대적으로 어렵게 문제를 출제됐었다. 시험지를 보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었지만, 멘붕할 시간조차도 없어 정신을 힘겹게 부여잡고 마지막 시험을 치뤘고,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정줄을 놓을 수 있었다. 동기들을 만나서 늦은 점심으로 고기짬뽕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가체점 답안지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덤덤했지만, 막상 체점을 할때는 엄청 초조했다. 예상대로 1교시는 무난, 2교시는 예상보다 점수가 좋지 않아 엄청 충격을 받았었고, 걱정했던 3교시는 걱정과는 다르게 점수가 좋았지만 커트라인에 3점이 부족했다.  처음에는 머리가 멍했다. 허탈감에 웃음이 나왔고, 가채점을 하는 동안 계속 전화가 오던 엄마한테 전화를 하면서 사실을 말하는데 눈물이 터져 버렸다.  많은 복잡한 생각들이 들었다.  이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는구나.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구나. 그래도 이제까지 풀어봤던 기출중에는 제일 잘봤어. 근데 내년에는 이것보다 더 잘볼수 있을까? 내년에도 또 이렇게 공부를 해야 된다니, 끔찍해.  올해 대학원에 가는 애가 이렇게 공부를 못하다니. 교수는 커녕 논문하나 제대로 쓸수나 있을까? 가장 끔찍했던 것은 다시 또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부담감을 가지고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이 봤던 문제들, 봤던 강의들을 보며 같은 공부를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3점 차이로 떨어졌어!' 하고 말할 수 있는 지금에서야 다시 생각해 보면 어차피 죽을 때까지 해야 되는 공부 인생을 살기로 마음 먹었으면서 왜 이렇게 끔찍하다 생각했을까 싶지만, 그때 당시의 나는 이러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어쩔 줄을 몰라했다. 모든것이 미웠고 우울했던 하루였다. 지칠줄 모르고 내렸던 눈이 미웠고, 시험 잘보라고 시험장에서 나눠주던 핫팩도 이유 없이 미웠고, 올 생각도 안하는 버스도 미웠고, 바쁘다며 버스타고 오라던 매정한 아빠도 미웠고. 그와중에 냄비 샀으니까 본인 대신 냄비오면 냄비 정리해 달라던 엄마도, 아직까지 저녁을 먹지 못했다며 라면사다달라던 동생한테 서운했고, 그와중에 버스를 잘못타 외도가지 간 나의 운세가, 그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던 고게의 타로카드 점괘가 야속하게만 느껴지던 하루였다. 고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최악이라고 느꼈던 그날. 1월 23일.
    출처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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