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빗방울이 내리는 오늘, 친구 U가 생각납니다. <div><br></div> <div>내 친구는 참 예뻤습니다. <div>내 나이 스무살, 대학생 신입 때 처음 만난 동갑내기 친구.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친구는 서른이 될 때까지 예뻤습니다.</span></div> <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순한 양처럼 커다란 눈망울에 비단같이 찰랑거리는 긴 머리.. 그리고 얍실한 허리며 청순하게 보이는 여리여리한 외모 때문에 인기가 많았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근처엔 항상 여러 남자들이 있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녀 곁에서 항상 그녀를 즐겁게 해주던 세 명의 형들도 있었고, 싸움 잘할 것 같이 생긴 친구도 그 U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서 말을 잘 들어주었습니다.</span></div></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마음도 착했습니다. 아니, 착했는지는 모르겠네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래도 친구들에게는 '착하고 예쁜 친구'로 통했습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반면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여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좋아했던 여자애 앞에서는 아무런 말도 못했습니다.</span></div> <div>그리고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아무런 감정이 없다 하더라도 '여자' 앞에서는 항상 쭈뼛쭈뼛 하며 긴장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div> <div>얼른 내 앞에 있는 여자가 볼 일을 마치고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참 대학생이 되서도 부끄러움이 많았습니다.</div> <div><br></div> <div>친구 U는 그래서 더 신기했습니다.</div> <div>어떻게 저렇게 주변에 사람들이 많을까? 이성이든 동성이든 항상 주변에 누구든지 따르는 건 외모때문이었을까?</div> <div>우연히 같은 조로 활동하기도 하고, 신입생 이후 학생회 활동도 같이 하게 되면서 간간히 인사는 했지만..</div></div> <div>너무 예뻤던 U는 제게 너무 부담스러운 공주님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부담스러운 공주님을 피하던.. 그렇게 유야무야 지내던 시간이 지나고,</div> <div>조금씩.. 사귀고 싶다기 보다는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여자랑 일대 일로 술을 마셔본 것도 친구 U가 처음이었고,</div> <div>나의 컴플렉스를 누군가에게 말한 것도 친구 U가 처음이었습니다.</div> <div>술을 마시고, 취한 것도 친구 U앞에서는 가능했고,</div> <div>취한 상태에서도 집에 데려다 주고는, 호기롭게 "나 간다"라고 쑥스럽게 말한 것도 친구 U라서 가능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녀는 지금 내리는 보슬비처럼 그렇게 조금씩조금씩 저를 바꾸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녀는 외로움을 참 많이 탔습니다.</div> <div>그렇다고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면 겁을 내는 겁쟁이였습니다.</div> <div>그래서 항상 거리를 두려했던 제가 되려 편했었나 봅니다.</div> <div>학생회를 성공리에 마치고, 각자 돈을 모아서 놀러갔던 스키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야간스키를 즐기고 있을 무렵</div> <div>U는 저에게 물어봤습니다.</div> <div>"키스.. 해봤어?"</div> <div>세상에.. 그렇게 쿵쾅쿵쾅거리는 제 심장을 그녀는 느꼈을까요?</div> <div>내 눈 앞에, 연예인처럼 예뻤던 U가 눈을 감고 서 있는데..</div> <div>결국에는 전 키스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두려웠습니다. 그녀 주변에서 떠났던 사람들은 다시 오질 않는 걸 봐 왔거든요..</div> <div>그저 어색하게 웃으면서,</div> <div>"사.. 사람들 오겠다. 이거 정리하는 것 좀 도와줄래?"</div> <div>라고 철벽 아닌 철벽을 쳤죠.</div> <div><br></div> <div>돌아오는 길에 그녀의 어깨에 기대서 잠을 청했습니다. 포근하고.. 따뜻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외로움 많은 친구에게 강아지를 기르게 했습니다.</div> <div>한 번의 실수가 있었던 강아지 간택이었습니다.</div> <div>약하지 않고 건강한 강아지였으면 좋겠다는 말에 첫번째 입양했던 아이는 코카 스파니엘이었습니다.. 하하.</div> <div>네. 그 3대 견공 중 하나인 코카 스파니엘요. 하하하. 3일도 안되서 엄청 미안하다는 느낌으로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div> <div>"얘는 너무 활발해, 내가 체력이 딸린다 야. 힝."</div> <div><br></div> <div>다시 어렵게 입양한 아이는 태어난 지 한달 된 말티즈 강아지였습니다.</div> <div>제 손이 큰 편이 아닌데, 제 손 하나에 그 강아지는 딱 들어오는 사이즈였습니다.</div> <div>이 작은 강아지를 그녀가 받으면 잘 키울 수 있으려나 했는데,</div> <div><br></div> <div>U는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로 좋아하며, 티컵말티즈의 수명인 5년을 넘게 잘 키웠습니다.</div> <div>그녀의 싸이월드에서 가끔 볼 때마다 "아들"이라고 부르면서 저에게 보라고 자랑하는 게 너무 예뻤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어느 비오던 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녀는 병상에 계셨던 어머니를 여의었습니다.. 너무도 안타까웠던 것은.. 그녀 주변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질 않았다는 것..</span></div> <div>왜일까요.? 그렇게 인기가 많았는데, 주변에 남은 사람들은 몇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아직도 그 때가 눈에 선합니다. 너무 울어서 빨갛게 부어오른 눈두덩을 가리면서</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고마워... 내 눈 그만 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라고 나를 보며 친근한 모습으로 토닥거리는 친구 U의 얼굴이 기억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녀의 그 모습을 뒤로 하고, 누구나 그렇듯 천천히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소홀히 할 무렵..</div> <div><br></div> <div><br></div> <div>올해 초.. 친구 U의 마지막 소식이 들려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어머니께서 떠난 그 자리를.. 지독한 외로움을 잊기 위해 술로 채웠던 그녀는..</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술과 같이 질병이 차오는 것을 몰랐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저는 친구 U덕분에 여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는데,</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친구 U는 그 많은 친구들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고..</div> <div><br></div> <div><br></div> <div>마지막까지 곁에 있어주었던 사람 외에는 누구도 자신의 마지막을 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그녀 U는..</div> <div><br></div> <div><br></div> <div>너무 어린 나이에 죽었습니다. 서른 살.</div> <div><br></div> <div><br></div> <div>오랜만에 들려온 소식.. 결혼 소식이려나 하고 축하나 해줘야지 했던 나의 눈에 눈물을 기어코 뽑아낸 나쁜 친구 U..</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친구에게 아직도 내가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div> <div><br></div> <div><br><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6/14353179935ujcYFT1OiN.jpg" width="199" height="355" alt="K-045.jpg" style="border:none;"></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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