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학번 후배가 선배님들께 인사드립니다. <div>안녕들 하십니까?</div> <div><br /></div> <div>제가 처음 대학에 들어갔을 때...</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민주화를 부르짖으며 치열한 청춘을 보낸 선배들을 보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저는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span></div> <div>햇살 따사로운 어느날 수업까지 제끼고</div> <div>선배가 따라주는 낮술을 받아 마시며 들었던 그 열정적인 가르침은</div> <div>어느 교수의 강의보다 훌륭하고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div> <div>선배들을 통해 정의가 무엇인지 배웠고,</div> <div>선배들을 통해 삶의 지향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div> <div><br /></div> <div>그런데...</div> <div>십 수년 만에 만난 선배들은 참 많이도 변해있더군요.</div> <div>언젠가 그러셨죠?</div> <div>'너희 동기들은 왜 그모양으로 사냐'고...</div> <div>네, 이런 모양으로 살아서 죄송합니다.</div> <div>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200만원 짜리 비정규직으로 살아서 죄송합니다.</div> <div>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이직장 저직장 옮겨 다니느라 제대로 된 경력을 못 쌓아서 죄송합니다.</div> <div>나이 먹고 장가도 못 가고 혼자 살아서 죄송합니다.</div> <div><br /></div> <div>하지만요...</div> <div>저희도 할 말은 있습니다.</div> <div>선배들이 저희에게 남겨 준 것이 무엇입니까?</div> <div>정의롭게 살라는 가르침 아닙니까?</div> <div>그런데, 선배들은 정의롭게 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까?</div> <div>치열했던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통해 얻은 승리의 단 열매는 선배들이 다 받아 먹고</div> <div>정작 저희에게 물려준 건 IMF의 혹독한 고난 뿐이지 않았나요?</div> <div>4년제 대학교 졸업장이 곧 취업 증명서이던 시절에 대학교를 다니신 덕분에</div> <div>별 힘 들이지 않고도 좋은 직장에 취직 잘 하신 분들이</div> <div>석사 학위를 가지고도 정규직 취업이 힘든 시기를 살게 된 후배 세대들을 나무라실 자격이 있으신가요?</div> <div>저희 동기들 태반이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고, 또 많은 수가 박사학위를 갖고 있습니다.</div> <div>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모양 요꼴로 살고 있습니다.</div> <div><br /></div> <div>장가 못 가는 이유요?</div> <div>집이 없어서 못 갑니다.</div> <div>단칸 월세에서라도 시작하라고 하셨죠?</div> <div>네, 선배들 시절엔 가능한 얘기였죠.</div> <div>그런데요...</div> <div>참 아이러니하게도</div> <div>단칸 월세에서 시작한 선배들의 그악착 같은 집욕심 때문에</div> <div>후배세대들은 단칸 월세를 탈출하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div> <div>박정희와, 전두환과 싸웠던 선배들이 지금에 와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div> <div>바로 집값 때문이 아닙니까?</div> <div>단칸 월세에서부터 악착같이 모아서 산...</div> <div>그 알토란 같은 집값이 떨어질까봐...</div> <div>그래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거잖아요.</div> <div><br /></div> <div>솔직히...</div> <div>선배들 딸이 '4년제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비정규직에 단칸 월세에서 살고 있는 남자' 를 데리고 오면</div> <div>그 청년의 장래성만 보고 흔쾌히 허락해 주시겠습니까?</div> <div>언젠가 술자리에서 그렇게 여쭤봤더니 대부분 대답을 피하시더군요.</div> <div>그러면서도 대학 시절에 저희들에게 했던 그 가르침...</div> <div>정의로운 삶에 대해 설파하시더군요.</div> <div>저 그날 진심으로 토 나올 뻔 했습니다.</div> <div><br /></div> <div>요즘 애들은 너무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없다고 하셨죠?</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요즘 애들은 책을 너무 안 읽어서 상식이 없다고 하셨죠?</span></div> <div>요즘 애들은 정치와 사회에 너무 관심이 없다고 혀를 차셨죠?</div> <div>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누굽니까?</div> <div>선배들을 포함한 우리 어른들이잖아요.</div> <div>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을 만한 시간을 주신 적이 있나요?</div> <div>솔직하게 얘기해봅시다.</div> <div>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이유가</div> <div>정서 함양이나 상식 쌓기 같은 거창한 이유라고 말 못하잖아요.</div> <div>학교 들어가서 교과서와 참고서 열심히 붙들고 공부하라고...</div> <div>미리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포석 깔아놓는 거잖아요.</div> <div>공부 열심히 해서 명문대 들여 보내고 싶어서 악 쓰는 거잖아요.</div> <div><br /></div> <div>언제 선배들의 자식들에게 저한테 그랬던 것처럼</div> <div>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을 읽게 해 보셨나요?</div> <div>마키아밸리의 군주론을 읽게 해 보셨나요?</div> <div>그런거 다 떠나서...</div> <div>선배들 집에서 신문은 보고 있습니까?</div> <div>아이들한테 뉴스는 보게 해 주십니까?</div> <div>아이들이 친구들이랑 맘 편히 놀 수 있는 시간은 주십니까?</div> <div>애들 학원 뺑뺑이 돌리느라 사회성을 형성할 기회도 주지 않아놓고</div> <div>왜 사고만 터지면 아이들 탓으로 모는 겁니까?</div> <div>아이들이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가질 기회도 안 준 주제에</div> <div>왜 투표율 낮은 것을 두고 아이들 탓만 하시는 겁니까?</div> <div><br /></div> <div>공부 못하는 아이랑은, 가난한 아이랑은 어울리지 말라고 가르쳐 놓고,</div> <div>나보다 약한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라고 가르쳐 놓고...</div> <div>왜 왕따 사건만 터지면 그 아이들의 인성 탓만 하는 겁니까?</div> <div><br /></div> <div>선배님들...</div> <div>작금의 모든 문제적 사회현상은</div> <div>모두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div> <div>우리 어른들이 싸놓은 똥입니다.</div> <div>누구를 탓할 계제가 아닙니다.</div> <div>싸질러 놓은 우리 어른들이 책임지고 치워야 할 똥입니다.</div> <div>우리부터 반성하고 고쳐야 합니다.</div> <div><br /></div> <div>아이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div> <div>우리 아이들이 취직을 하기 위해</div> <div>쓸모도 없는 토익 점수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도록,</div> <div>갔다 와 봐야 영어 한마디 못하는 어학연수를 돈 들여 가지 않아도 되도록...</div> <div>우리 어른들의 의식부터 뜯어 고쳐야 합니다.</div> <div><br /></div> <div>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고, 봉사활동을 하며</div> <div>정의로운 삶을 사는 방법과 이유를 알 수 있도록...</div> <div>우리 어른들이 배려하고 인도해야 합니다.</div> <div><br /></div> <div>저는...</div> <div>선배들이 그립습니다.</div> <div>열정적이고 찬란했던...</div> <div>그시절의 그 선배들이 그립습니다.</div> <div>누구보다 정의로웠던 그 선배들이 그립습니다.</div> <div>그 선배들을 다시 만난다면...</div> <div>하루쯤은 회사도 제끼고 낮술을 거하게 마시며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div> <div><br /></div> <div>선배님들...</div> <div>안녕들 하셨습니까?</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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