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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산들바람이 불던 봄이었습니다.
성당 동생으로 알고 지내던 아이가 대학후배가 되고,
같이 밥먹고, 같이 통학하고, 같이 술마시다보니 어느새 같이 자는 사이가 되어버린...
흔한 젊은날의 추억이죠.
이제 갓 스물한살, 성에 대해 왕성한 욕구를 자랑할 나이다보니 시도때도없이 탐했고 궁금해 했습니다.
그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전 그 아이의 집까지 데려다줬고,
단지앞 놀이터에서 남들 눈치봐가며 소심한 터치를 주고받으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어요.
문득, 그녀가 제 서투른 손길에 반응했는지,
[오늘 엄마아빠랑 오빠 늦게와]
라고 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함께 올라갔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이쁜 방,
왠지 향긋하게 느껴지는 내음,
책상위 정렬된 소소한 숫자의 화장품들...
그녀만의 조그만 침대...
그리고 그 위로 그녀는 절 끌어당겼습니다.
얼굴을 가슴에 묻고 그저 촉각만으로 그녀의 허물을 벗기고
아래로 내려가 냄새를 맡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나네요...
그렇게,
서투른 행위로 실내온도를 올리고 있을때쯤...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오는게 아닙니까!
[아빠다!]
그녀는 분홍색 원피스 잠옷을 걸치고 현관으로 달려갔고,
저는 여기저기 흩어진 옷가지를 주워챙기며 방안에 숨었습니다.
그녀는 참 대단했어요.
아버님께서 들어오시자 마자 그녀가 한다는 소리가,
[아빠한테서 냄새나! 얼른 씻어!]
라고 하더군요.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여튼
아버님은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셨고,
그사이에 저에게 온 그녀는 얼른 나가라고 하더군요.
우스운게,
왜 저는 그 시간동안 옷도 못입고 덜덜 떨고 있었던건지 모르겠습니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옷가지들을 손에 든 상태로 현관문을 향해 행여 발걸음이라도 들릴새라 조심조심 다가가 현관문을 열었죠.
복도에 서서 그녀와 나중에 놀이터에서 보자고 말하며 등을 돌리려는 순간,
누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왠 남자가 절 때리기 시작하더군요.
오빠였습니다.
놀이터로 끌려갔어요.
자비를 배풀어 주셔서 팬티는 입은채로,
또 나머지 옷을 손에 든채로 놀이터에서 몇대 더 맞았습니다.
눈물콧물 흘리며 사죄했는데도 화를 풀 기세가 없더군요.
옷 다 챙겨입게 하시더니 절 끌고 다시 그아이 집으로 끌고가더라구요.
어머님까지 와 계셨습니다.
전 거기서 아버님께 또 맞았구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런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데,
아버님께서 앉은상태로 카포에라를 시전하시더군요.
가슴팍 얻어맞고
억!!!
하는 신음소리를 냈는데,
어~억? 아프냐? 라고 하시며 더 때리셨어요.
얼굴 주위로 손바닥과 주먹만을 이용해 구타하던 오빠와는 달리 아버님은 종합격투기선수마냥 막 때리셨습니다.
머리채도 잡고 흔드셨구요.
다행이 어머님께서 말려주셔서 상황은 정리되었고,
일단은 집에 가라, 나중에 연락하마 라는 말씀을 듣고 전 추방되어 나왔습니다.
털레털레 걸어서 집에 오니,
부모님과 동생이 마루에서 사과를 깎아드시고 계시더군요.
동생이 사과먹고 방에 들어가라 했지만, 전 그럴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동생이 소리치더군요.
[엄마, 오빠 얼굴이 이상해!]
어머니께선 궁금해 하시며 방으로 들어가던 절 세우고 찬찬히 살피시더니,
[어디서 맞고 들어왔어!]라고 뇌갈하셨죠.
왜그랬는지,
전 정말로 서러운 느낌에, 또 억울한 느낌에,
그자리에서 무너져 흐느꼈습니다.
아니 오열했던거 같아요. ;;;
전후사정을 부모님께 쭉 이야기 하니,
아버지께선 허허 하시며 웃으셨고,
어머니께선 [남의 귀한 아들을!]이라시며 분노하셨고,
동생은 쓰레기 쳐다보듯 절 쳐다봤습니다.
일주일정도 지나서 양가 부모님들과 그녀와 함께 식사자리를 가졌습니다.
결혼은 언제하자, 아니다 군대는 다녀와야 하지 않겠냐... 이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그럼 군대 당장 보내자.
라는 말이 나왔고,
얼마 안있어서 전 입대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전역을 3개월 앞둔 화창한 봄날,
그녀는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고,
3개월 뒤 갓 전역한 차림 그대로,
그때 그 놀이터에서 그녀의 창문을 바라보며 한참을 울다 집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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