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당시 시골에서 드물게 남녀공학 고등학교를 다녔지
입학도 나름 시험을 쳐서 들어가는 학교라,
입학이 정해지고 당분간은 기분이 좋았지
옆집 친구언니랑 희얀하게 친했는데
그 언니가 친동생보다 내가 말이 잘 통한다고..
마산시내에 자주 놀러갔지
그 언니와 친구 나,
부림시장에서 아구찜 먹고..
그렇게 마산 시내를 쏘다녔지
우리가 대학 갈때쯤
그 언니도
마산에서 대학 다녔고
또 우린 그렇게 쏘다녔지
우리는 다들 자취를 하니
누가 하나 시골 집에 가면
다 부탁을 했어
쌀, 김치, 반찬에 방세, 용돈까지
그렇게 하다 한번은 다 못갈 일이 생겼고
그나마 유일하게 말 잘 듣던
고등학교 동창에게 심부름을 시켰지
꽤 괜찮은거야
힘이 좋으니
세집 반찬이랑 쌀도 거뜬이 받아오고..
그래서 그 녀석도 같이 모임에 껴주고
또 그렇게 주말마다 시내를 쏘다녔지
나, 동창녀석, 친구, 그 언니까지..
어떨때는 나랑 언니가 시골을 갔고
또 어떨때는 언니랑 동창이 둘이 가기도 하고..
언니가 요리를 좋아해서
어느 새 그 동창 녀석이 심부름 한번에
저녁밥을 언니네서 대놓고 먹는거야
뭐 그래도 ..
그럴수 있지
심부름 잘 하니까
남자 한명도 필요하니까
그 녀석 입대했을 때도
또 우리 셋이 면회도 가고..
그러다가 어느날,
언니가 결혼할 사랑 생겼다, 소개해 주겠다 해서
엄청 기대하고, 시내 경양식집에 갔지
갔더니 동창녀석이 어쩐 일로 양복까지 입고,
웃기는 새끼, 지가 왜 지랄이야?
언니가 오더니
갑자기
동창에게 난데없는존댓말을,
우리는 뭐지,
으음 나 결혼할 사람이 재호씨다
니네 인사해, 이제 형부야
지금 30년이 지났는데도
기억이 난다
등뒤에서 빙하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래,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 동창에게 형부라고 부른다
우리 생리대까지 사다 주던
심부름 잘 하던 녀석은 여전히 귀엽더라
지난 주말에 그 부부 아들 녀석 결혼했다
혼주석에 앉아 있는 그 동창형부는
여전히 귀엽더라
언니는 여전히 우리 앞에서만
존댓말 하고..
모처럼 썰렁해진 마산시내도 한바퀴 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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