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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1621190
    작성자 : 욥요비
    추천 : 2
    조회수 : 238
    IP : 59.17.***.15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8/31 14:19:44
    http://todayhumor.com/?freeboard_1621190 모바일
    #커피숍#창가#인강#담배…. 그리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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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지독하게 공부만 한다. 한번쯤은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볼 수도 있는데.

     

    담배가 늘었다. 그녀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내 눈에 담기 위해 담배 피러 나가는 횟수가 늘었다. 그런 모습이 자칫 골초로 보이지 않을까 약간 고민도 해봤다. 노트북으로 재생되는 인강을 뚫어지게 보거나 교재를 보거나 지우개로 공책을 지우거나 펜으로 무언가 적는 모습만 보이는 그녀가 과연 잠깐 담배를 피기 위해 나오는 내 모습을 보기나 했을까? 바보 같은 고민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한번이라도 더 담배 피러 나가는 게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외모만 보고 이성을 만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쁘고 잘생긴 건 참 좋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엔 아무리 아름다운 이성이라도 한달 정도만 바라보고 있으면 금새 외모에는 질리는 편이다. 그와 반대로 특별한 매력을 - 하루 종일 공부에 몰두하는 모습 같은 - 가진 사람은 외모와는 상관없이 오랫동안 좋아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외모를 보지 않는 건 아니다. 스스로를 방치하는 사람. 살은 찌게 놔두고, 옷은 그냥 벌거벗지만 않으면 되며, 헤어스타일은 불편하지 않으면 된다는 그런 사람은 싫다. 이 법칙은 나 자신에게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나 같은 경우 철저하게 내 삶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편이었는데 1년 반전 전 재산에 대출까지 받은 커피숍이 단 98일 만에 화재로 인해 폐업 했을 때 완전히 무너진 적이 있다. 물론 지금 까지도 그 여파로 인해 현재까지 여전히 예전의 외모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시고, 마셨던지. 올해 들어서는 웨이트 트레이닝, 등산, 자전거 운동과 더불어 처음으로 식단 관리도 시작하고 있다. 난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관대한 사람이 되는 건 추구하지 않는다.

     

     그녀가 창가에 앉은 지 약 두 달이 되었다.

     

    그 날도 나는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친 그녀. 볼륨 감은 찾아볼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근육 량은 유지하고 있는걸 보니 약간의 생활 운동은 하는 것 같아 보였다. 학생이라고 하기엔 조금은 성숙된 복장에, 갈색 긴 머리를 뒤로 반 묶음 했다. 아름다웠다. 좀 가볍게 말하자면 예뻤다. 길을 걷다가, 혹은 출근길 버스 안이나 창 밖을 바라보다가 우연히 아름다운 이성을 보게 되면 그날은 그냥 기분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고 운이 좋은 하루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날이 그날이었다. 그냥 평소와 다름없이 오늘도 참 아름다운 여성을 봤군. 역시 세상은 넓어 라고 생각하는 그런 하루. 왠지 기분 좋은 하루.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그런 그녀가 두 달 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있다. 난 월요일이 휴무라 출근하지 않아서 그녀가 앉아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그녀는 변함없이 9시 조금 지나 그 자리에 앉아있고, 저녁 7시가 지나서 내려가면 없다. 물론 내가 스토커 처럼 계속 감시하는 건 아니기에 그 사이에 잠깐씩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볼 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아는 한 그녀는 거의 10시간을 같은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커피숍에 10시간씩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민폐일수도 있겠지만 그 곳은 대형 커피숍 카운터에서 가장 먼 창가자리이기 때문에 매장 직원 중 그 누구도 신경 쓰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항상 그란데 사이즈의 음료를 시키고, 점심때쯤이면 커피숍에서 파는 브런치 메뉴를 추가해서 먹는 것 같았다. 계산적으로도 생각해봐도 커피숍에선 그다지 손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슨 공부를 하고 있을까? 워낙 열심히 공부만 하는 모습만 봐서 그럴까? 옆에 다가가 한마디 건네는 게 민폐가 될 거 같고, 왠지 혐오감을 심어줄 것 같다. 외모와 옷차림과 공부시간으로 미루어 봤을 땐 공무원 시험이 아닐까 한다. 정말 창 밖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면 어떤 시험이든 반드시 합격할 것만 같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녀의 공부가 잘 되고 어떤 시험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히 합격하길 기원하는 것이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응원을 받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남몰래 사랑 받고 있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당신도 누군가로부터 분명 응원을 받고 사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말이지. (당신 에게 해당될까? 그건 좀더 고민해보기로 하자. 솔직히 확신이 없다.)

     

     공부에만 집중하는 그녀에게, 자존감은 바닥이며 미래도 불투명한 내가 관심을 표현하는 건 그녀에게 낭비요 나에겐 사치라는 이성적인 생각이 앞선다. 그저 바라는 건 조금이라도 더 오래 그녀를 바라보는 것 정도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알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있다면, 꼭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음 번엔 또 한번 그런 사람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물론 100% 같지는 않겠지만 그 만큼의 만족도는 똑같은 것이다. 그때는 내가 좀 더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사람을 볼 땐 누구나 예외 없이 그 사람의 외모, 매력, 배경을 보게 된다. 아니 꼭 봐야 한다. 개인적으론 셋 중에 중요도를 정하자면 매력이 첫째고 배경이 둘째이며 외모가 마지막이다. 하지만 늘 그러하듯 우리는 보통 외모부터 보고 시작한다. 뭐 이건 당연한 일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 보자면 외모나 매력은 둘 다 그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다. 이 두가지 요소가 원래는 선천적인 요소였지만 외모는 이제 의학의 힘으로 극복되었다. 매력은 여전히 스스로 극복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고유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만큼은 확신한다. 하지만 대게 자신이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열심히 일하고 땀 흘리는 모습이 매력적일 수 있고, 평소 사용하던 향수가 누군가에게 매력이 될 수도 있다. 말할 때 보이는 덧니가 매력적일 수도 있고, 말할 때 한번씩 찡긋거리는 코가 매력적일 수도 있다. 이처럼 매력포인트는 너무 다양해서 누구 하나가 너의 매력은 무엇이다 라고 정해주기 힘들다. 하나 확실한 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더욱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엔 그래도 몇 가지 내 매력을 발견했고 또 유용하게 어필도 했었다.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현재는 이 말은 과거의 매력포인트가 현재는 없다라는 뜻이다. –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 물론 현재 나 자신에게 새로운 매력포인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난 그때의 나 자신이 스스로도 더 사랑스럽다.

     

     어쩌다 이야기가 이리로 흘렀는지 모르겠다. 결론을 말하자면 난 그녀에게 다가가거나 고백을 하거나 연락처를 받아낼 생각이 전혀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럴 용기가 없다. 다행히 앞으로 이런 상황은 또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땐 내가 원하는 나 자신이 되어있기를 바라고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때는 이렇게 아쉬워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지. 난 알고 있다. 지금 내 모습을 스스로 사랑하지 않다는 것을. 솔직히 사랑스럽지 않다. 그래서 난 나를 더욱 가꿔 갈 것이다. 예수님께서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 하셨는데, 일단 나는 나부터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거울 앞으로 가 스스로를 보라. 사랑스러운가? 1시간만 골똘히 거울을 보라. 그렇지 않다면 사랑스럽지 않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대부분의 문제들은  해결이 가능한 것들일 것 이다. 문제는 단 하나.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하다는 것. 난 스스로에게 관대한 사랑을 그릇된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똑바로 사랑하자. 나 자신을.

     

     지금 또 난 담배를 피러 간다.

    출처 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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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31 14:22:07  112.222.***.244  안녕코르크넛  300978
    [2] 2017/08/31 14:23:38  172.68.***.31  초가을하늘  54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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