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고등학교 2학년, 나는 남자친구와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는 게 일상인 고등학생이었다.</div> <div> </div> <div>수업시간. 짝꿍이 존다.</div> <div> </div> <div>깨울까, 하다가, 너무 곤히 자고 있어 깨우면 경기를 일으킬 것 같아 내뒀다. 곧 일어나겠지.</div> <div> </div> <div>싶었는데 결국 수업 종이 칠 때까지 한 시간 내내 자더라. 종이 치고 쉬는 시간이 되자 깨어났다.</div> <div> </div> <div>"너, 아까 자는데 깨우면 잘 자는데 깨우는 것 같아서 안 깨웠어...."</div> <div> </div> <div>라고 하니, 친구는</div> <div> </div> <div>"고마워!! 나 아까 진짜 잘 잤거든.ㅠㅠ"</div> <div> </div> <div>하며 고마워 한다.</div> <div> </div> <div>'안 깨워준 걸 고마워하다니... 공부 못 하게 내둔건데....'</div> <div> </div> <div>라는 생각을 했다.</div> <div> </div> <div>일부러 남이 공부 못하게 훼방놓고, 이간질하고, 재수없다고 하며 압박을 주는 반 친구들도 있었지만,</div> <div> </div> <div>그렇게까지 악인이 될 생각도 없고, 그런 짓을 할 시간도 없고, 그렇게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할 필요성도 못 느꼈다.</div> <div> </div> <div>다만 자는 애를 그냥 내두는 정도.</div> <div> </div> <div>사실, 반에는, 자기가 열심히 노력해서 무언가를 이루기엔 역부족하고, 남이 잘 되는 건 기분이 나쁘고,</div> <div>그래서 쉬는시간에 영단어를 외우고 수학문제를 푸는 나같은 애한테 시비거는 애들이 몇몇 있다.</div> <div>직접적으로 시비 거는 애들도 있지만,</div> <div>흘끗 다 들리게 '재수없어' 라든가, '서울대 가려나보지 뭐 ㅋㅋ' 라면서 비아냥거리면서 지나간다던가, 하는 식으로 압박을 주는 것이다.</div> <div> </div> <div>뭐,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고, 그렇게 말한다 한들 내가 공부를 안 하고 손 놓는 것도 아니고,</div> <div>별 수 없는 짓거리를 하는 것뿐이다 그네들은.</div> <div> </div> <div>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도 이런 부류가 있어서, 좀 웃길 뿐이고.</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무튼 그 짝꿍은, 내게 잘 의지했다.</div> <div>그리고 나는 내가 읽은 많은 책들을 이야기해주었다. 한창 고전소설에 빠져있을 땐, 금오신화라든가 이런 전설적인 이야기들을 해 주기도 하고,</div> <div>여러 이야기들을 하는 걸 좋아했고 그 친구는 내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잘 들어줬다.</div> <div> </div> <div>어느 날은 공책 뒷 면을 찢어 편지를 적어주었다.</div> <div>'나 수학 알려주면 안 돼? 나 수학 하나도 모른단 말이야 ㅠㅠ 이번에도 수학 50점 맞았어. @@아 너는 이번에 하나 틀렸잖아. 나 기말고사 수학 알려주라 ㅠㅠ'</div> <div> </div> <div>라고 하였다.</div> <div> </div> <div>나는, '친구는 학교에서 봐도 되는데 굳이 주말까지 시간을 내서 만나야 하는가. 내가 사랑하는 내 남자친구도 일주일에 하루, 몇 시간밖에 못 보고 연락도 성인처럼 자주 할 수 없는 고등학생 사이인데.'</div> <div> </div> <div>라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 </div> <div>주말마다 남자친구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div> <div>평일은 수업 끝나면 태권도를 갔다가 혼자 복습을 하고 자기 때문에, 평일엔 시간이 안 났다.</div> <div> </div> <div>"주말에 남자친구와 약속이 있어서..."</div> <div> </div> <div>라고 말하였다.</div> <div> </div> <div>사실, 안 봐도 뻔했다.</div> <div> </div> <div>나와 그 친구는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div> <div>이 범위의 수학을 다 가르쳐주기엔, 내 하루를 온전히 다 써서 강의를 해야 했다.</div> <div>나는 남자친구와 그 다음 진도를 예습하고 수학 문제를 풀고 공부해야 하는데,</div> <div>이 친구에게 지수 로그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니, 이건 내 시간을 이 아이에게 온전히 하루를 쏟아야 하는 것이었다.</div> <div> </div> <div>그렇게 하루를 낭비할 순 없었다. 주말은 너무나도 짧고, 공부할 양은 많은데, 뒤치다거리까지 할 시간은 없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사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공부 잘 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오해가 있다.</div> <div>공부 잘 하는 애들은 이기적일 거다, 인간성이 없다, </div> <div>자기만 안다, 재수 없다,</div> <div>자기만 시험 잘 보려고 안 가르쳐주는 거다,</div> <div> </div> <div>등 오해를 많이 하곤 한다.</div> <div> </div> <div>사실, 나는 학원도 다녀본 적 없고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다.</div> <div>EBS가 무료 수능강의가 되기 전, 용돈을 모아 2만원으로 수학 강의를 들은 게 다였고,</div> <div>나머지는 그저 모르는 게 있으면 도서관에 살면서 지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div> <div> </div> <div>교과서가 아니라 일반 문제집을 풀다가도 모르는 게 있으면 교무실에 찾아가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다.</div> <div>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달라가 아니라, 여기서 이게 왜 이렇게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 등으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중간 풀이과정에 대해 물었다.</div> <div>혼자 자력으로 풀 때까지 풀다가, 이해가 안 되는 걸 묻는 거였다.</div> <div> </div> <div>내게, 인생관과 학습 태도는 모두 같았다. 세상은 답이 나오면 그걸로 끝이지만, 사실 모든 문제집에 답은 이미 나와있다.</div> <div>하지만 풀이과정을 모르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div> <div>이건 내가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고,</div> <div>이걸 질문하러 다니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한심하게 보기도,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한다' 고 잘못 해석하기도 한다.</div> <div> </div> <div>난, 어차피 그 상대방과 좋은 인연을 맺고 싶어서 사회관계에 대해 질문하는 게 아니다.</div> <div>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사고방식과 구동체계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div> <div>사회적 지위, 역할, 경쟁 관계, 이런 것 따위는 관심없다.</div> <div> </div> <div>상대방이 내게서 어떤 걸 얻으려고 하고, 나는 여기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내 자존심을 살리고 무시 당하지 않을 수 있는지,</div> <div>이런 생존적인 사회적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남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묻는 게 아니다.</div> <div>보통 사람이라면 그러겠지. 그리고 이게 현대 사회에서 자연적으로 진화할 수 밖에 없는 능력이라는 것을 안다.</div> <div> </div> <div>하지만 나는 그런 것 따위 관심 없다.</div> <div>남들이 나를 또라이로 보든, 찌질이로 보든, 상관없이</div> <div>'저 사람은 이런 가치관을 가졌고, 이런 상황에서 한결같이 분노를 표했으며, 이런 대화 주제를 던졌을 때 항상 이런 쪽으로만 해석한다. 그런 이 사람이</div> <div>나의 이 행동에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이것과 일맥하다. 이 사람은 이런 것을 중요시여긴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보여주었으며</div> <div>이 사람은 나의 이런 행동에서 위기감과 위협을 느끼고, 그런 위협적인 상황에서 이 사람은 이런 행동으로서 방어를 취하려고 한다.</div> <div>이 사람은 이런 지능적 조건 하에서, 이런 태도를 항상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div> <div> </div> <div>등을 종합해 보는 것이다.</div> <div> </div> <div>물론 나 또한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div> <div>나 역시도 주눅들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태도도 취하지 못한 채로 남아있기도 한다.</div> <div>그런 나의 모습도 관찰하고 기록해두는 것이다.</div> <div>나는 이럴 때, 항상 이런 기분이 들었고, 그때마다 나의 행동은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되어가는구나. 하면서 잠깐 멈추어 서서 나를 정면으로 보는 것이다.</div> <div> </div> <div>내가 정신과 의사가 될 지, 과학자가 될 지 아직은 모른다.</div> <div>다만 여러 사람들의 여러 행동과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방법이 각각 다른 것은 눈여겨 볼 만 하다.</div> <div>나는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 되었다가, 약한 사람이 되었다가도 한다.</div> <div>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살펴본다.</div> <div> </div> <div>이미 웬만한 근거들이 다 논문으로 나와있어, 내가 설 자리가 없을 것 같아 허무하기도 하지만,</div> <div>미지의 세계를 알아간다는 것은 내게 큰 즐거움이다.</div>
당신은 나의 찬란한 봄이다. 
You make me smile.
당신은 나를 웃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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