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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1235320
    작성자 : Lynn
    추천 : 0
    조회수 : 102
    IP : 61.73.***.25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01/18 10:13:40
    http://todayhumor.com/?freeboard_1235320 모바일
    아버지 여당지지성향이 변했어요. 콘크리트가 조금씩 풍화되고 있습니다.
    옵션
    • 창작글
    비록 저희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지만, 요지부동이던 분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를 나누고 싶어요. 

    어제 부모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와이프와 딸아이 모두 가서 잘 먹고 좋은 이야기 하다 왔습니다. 

    평소에 아버지와 내가 너무 논쟁을 벌여 와이프는 제가 정치이야기 꺼내는 걸 극도로 싫어합니다. 

    아무리 그래봐야 부모님은 안변하신다고. 


    어제 식사하다가 불쑥 이리 말했습니다. 

    "아버지, 이번 선거에서는 문재인을 밀어주지 마시고 김종인을 밀어주세요. 
    그 양반이라면 아버지도 납득하실 수 있을거 같은데." 


    한 호흡 짧은 정적이 찾아오더군요. 

    또 다시 논쟁이 시작되나 생각할 찰나,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노인층이 모두 정부를 지지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아라. 
    가만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 야당이 빌빌거리고 저래서야 쓰겠나 싶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 건전한 야당 육성에 한 표 행사할 생각이다." 


    말씀은 야당 하는 모양새가 너무 어처구니 없어 한 표 준다는 표현이었지만 의미는 그게 아니데요. 


    와이프가 그리 싫어하고 어머니가 싫어해도 꾸준하게 얘기해온 보람을 어제 느꼈습니다. 


    작년 가을에 아버지와 둘이 있을 때 이리 말한적이 있었거든요. 

    어제 이전 마지막 정치적 대화였어요. 자주 찾아 뵈었어도 이후 4~5개월 동안 정치적인 대화를 아버지와 하지 않았으니까.  

    "아버지가 살아온 그 어렵던 시절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당신들의 노고엔 그저 깊은 애정과 감사을 말씀드릴 수 밖에 없어요.  
    내가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버지 세대의 고생과 노고와 노력이 아니라 부모님들의 노고와 고생을 자신들의 영도 덕인 양 포장하며 뒤로는 온갖 피와 부정을 저질러왔던 정권에 대한겁니다. 
    아버지 세대가 새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의 정치를 걱정하시는 것이었겠죠.
    어느덧, 저도 이제 마흔이 넘어 새끼를 기르는 부모가 되었어요. 
    아버지와 같은 부모의 입장이 되어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늦기 전에 이제는 바꿔야 할 것을 말씀드리는 것 뿐이에요.  
    부모님들이 자기 살이라도 먹여 우릴 키워주신 것처럼, 저도 제 자식을 위해 그리고 아버지세대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위해 더 늦기 전에 이젠 바꿔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제가 아니라 아버지 손녀딸을 보고 조금 저희 세대가 무엇을 위해 이러는지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듣고 계시다가 말씀하신 건 당연한 반응이나 기대했던 변화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거였죠. 

    화를 내거나 지난 시대를 말씀하신 것도, 그렇다고 네가 그리 생각한다니 생각 더 해보겠다... 라는 게 아니었습니다. 

    "네 마음은 충분히 알았다. 서로 살아온 시간이 다르니 생각의 차이도 쉽게 좁혀지지 않는구나. 여기까지만 이야기하자. 최소한 네 마음은 충분히 알았다."

    그리고 나서 거의 4~5개월 지났습니다. 

    변화는 한순간에 찾아오는게 아니더군요. 

    상대방을 이해하고 보듬어 준 후에 정말로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충분히 전달한 후 시간을 드리는 일이 필요했던 겁니다. 


    어제 집에 오면서 와이프와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와이프에게 들은 말. 


    "그리도 징하게 말씀 드리더니, 결국은 아버님을 좀 바꿔놨네. 여전히 밥상머리 정치얘긴 싫지만, 잘했어. 이번엔."


    부모님, 어르신 세대와 충돌하고 대립하는 게 아닌것 같아요.  

    따듯한 시선으로 어르신의 시대 그 자체를 안아드리고, 그 분들이 하셨던 것처럼 내리물림 사랑하는 걸 전달하는게 결국 그 분들을 바꾸는 단초가 될것같습니다. 


    주말을 마치고 힘든 월요일이지만, 이걸 나누고 싶었습니다. 


    두서없는 글입니다만, 말하고 싶은건...

    뭔가 변하고 있어요. 그 작고 소중한 변화를 하나하나 모아갑시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살기 위해 그런 작고 소중한 변화 하나하나를 소중히 지켜 큰 변화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좋은 한주 되세요. 





     



    출처 직접 쓴 글입니다. 본삭금 옵션이 왜 안먹는지는 모르겠지만.
    Lynn의 꼬릿말입니다
    얼음이 두껍고 밤이 더 깊을수록 봄은, 새벽은 한걸음 더 다가왔음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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