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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다흘린달빛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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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1092711
    작성자 : 자다흘린달빛
    추천 : 1
    조회수 : 176
    IP : 211.205.***.19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5/10/07 23:41:50
    http://todayhumor.com/?freeboard_1092711 모바일
    새벽 야근은 뻘글이지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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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내쉬는 숨소리보다, 들이 마시는 숨소리가 더 커져 가고 있다.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겠다. 내리 쬐고 있는 뙤약볕 조차 어둡다. 마른 땅을 거칠고 가는 발자욱이 힘겹게 떨어진다. 뙤약볕 밑에 자리 잡은 그림자를 찾아 발자욱을 쉴 자리를 찾는다. 또 다시 헤매는 도중, 익은 소리에 발자욱을 다시 움직인다.

    왔어? 여기 좀 와봐.”

    익은 목소리에 귀가 도착한 곳은 노인정 앞 장기판이 벌어진 곳이다. 오늘도 영감들 오늘도 한 판 크게 벌인 모양이다.

    최 영감이 오늘도 한판 크게 딸 모양이야. 옆에 있다가 얻어 먹자고 그래.”

    박 영감이 너스레를 떨며 판에 흥을 돋우고 있다. 노인정 최고의 장기 실력자 둘이 자웅을 나누려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둘의 장기 내기는 심상치 않은 향기를 품고 있다. 마치 쇳조각이 부닥쳐서 나는 탄 내음처럼.

    장이야!”

    최 영감의 승리 예고로 푸석하고 오래된 장기판이 울리며, 노인정의 사람들의 눈을 크게 만든 모양이다. 하지만 또 다른 김 영감 역시 만만치 않다.

    잘 먹겠습니다. 차 띠고, 포 띠고 나한테 어떻게 이길까 그래? 멍군

    딸그락 거리며 떨어지는 장기 알이 김 영감의 웃음소리를 불러 왔고, 따낸 장기 알을 딸그락 거리며 박 영감의 초조함이 잇달아 왔다. 여태까지의 분위기를 맡아 보았을 때, 박 영감이 진듯하다.

    졌어. 장기만 두고 팔십 평생 살았나에잉…”

    혀를 단말마로 차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박 영감의 신발은 요 앞 슈퍼에 간식거리를 사러 가기를 기다린 듯이, 신발이 바닥에 발자욱을 남긴다.

    허허원 사람도같이 가. 사탕은 내가 살 테니까.”

    너털웃음을 뿌리며 자기도 거들겠다며 김 영감도 자리에 남겨졌던 발자욱을 옮겨간다.

    김 영감이 역시 보통은 아니야.”

    오늘은 어찌 했답니까?”

    오늘은 김 영감이 차 하나, 포 하나 접어주고 시작했지. 여간 실력 차가 많았는데, 최 영감도 많이 따라왔어.”

    그래도 노인정 내에서 둘이 가장 친하지 않습니까? 들을 때 마다 항상 부러울 따름입니다.”

    둘이 오래 되긴 했지. 서로 안지가 삼십 년이 넘었으니까. 투닥거리기를 삼십 년 했다는 소리일 테니까…”

    그러게요…”

    그들이 사온 아이스크림의 차가움으로 뙤약볕의 어림을 식혀가고 있었다..

    김 영감은 언제부터 이 동네에 살았는가?”

    5년 됐습니다. 혼자 사는 것이 여간치 않네요.”

    안사람은?”

    사별하고, 이사 왔습니다. 혼자서 살기에는 자식들 신세지기가 껄끄러워서요…”

    자식들이 그렇지. 지들 혼자 큰 줄 알어…”

    그렇지요…”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에 떨떠름한 쓴맛이 배여 든다.

    할아버지!”

    익은 목소리에 얼핏 고개를 돌려 본다.

    어이구 동사무소 아가씨가 여기는 웬일이야?”

    주민센터 지원 나왔지요. 내일 노인정에서 잔치 할거거든요. 그것 때문에 인원 조사 나왔어요.”

    몇 해전 동네로 전입 신고를 하며, 익숙해진 목소리다. 동사무소 복지 과에 근무중인 김지은이라는 아가씨다. 처음 들었던 목소리가 이제는 귓전에 머물러 있다.

    먼 일로 잔치를 한데? 평소에는 술도 안 사다 주면서…”

    아이고할아버지. 술은 건강에 나빠요. 조금만 줄이세요.”

    어리광에 가까운 퉁명함을 부리며 술을 찾는 박 영감을 어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번 잔치 술은 주는가?”

    술은 안돼요 할...!”

    단호하다 못해, 매정 할 정도로 박 영감을 다그치는 것이 보통의 영감들을 상대한 솜씨로는 저렇게 하지는 못할듯하다. 꾸준히 노인정을 상대해오며, 거울 속 자기자신에게 이야기 해온 듯하다.

    김 영감님은 노인정 오시는 길 어렵지는 않으셨어요?”

    그렇게 어렵지는 않더구먼…”

    날씨도 더운데 그늘 있고, 친구분들 계신데 같이 계세요. 그래야 저도 자주 찾아 뵙죠.”

    알겠네…”

     

    홀로 되고 나서 2년간을 문외불출 하고 있을 때, 누구의 손때도 묻지 않았던 문을 두드리던 목소리였다.

    누구요?”

    동사무소에서 나왔습니다. 노인 지원 때문에 조사 나왔어요 할아버지.”

    앳된 얼굴을 보임직한 목소리에는 어린 나이의 아가씨가 이 더운 날에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를 보여주었고, 그조차 느끼게 하지 않으려 연신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할아버지, 전입신고 하신지 두 해 되셨는데, 아직도 등록이 안되 계셔서요, 조사하러 나왔어요.”

    오신 분은 이름이 어찌되는가?”

    저는 김지은이라고 합니다. 말씀 낮추세요 할아버지.”

    그럴 수 있는가나 찾아, 먼 길 온 객을 그리 맞을 수 있는가…”

    아휴괜찮아요 할아버지. 이게 제 일인데요.”

    멀찌감치 놓여 있는 물을 가지러 일어서던 나를 말리는 손길이 와 닿았다.

    아휴할아버지 물 가지러 가시는 거면 괜찮아요. 몇 가지만 알아보고 바로 다른데 가야 되요.”

    웃음을 싣고 겸연쩍게 말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가씨다. 나를 만류하는 손에 혹여나 내가 넘어질까, 힘을 싣지도 않고 그저 가져다 대고만 있었다.

    할아버지 여기 혼자 사세요?”

    그렇지혼자 이사 왔어.”

    자녀분들은요?”

    따로 살고 있다네.”

    멀리 따로 살고들 있으신가 봐요?”

    그렇다네…”

    흐려지는 말끝이 가져온 시간으로 서로가 알고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사실을 동의했다.

    이거 등록을 해놓으시면, 저희가 할아버지를 관리 할 수 있거든요. 자녀분들 말고, 저희 쪽에서 지원 가능한 일이 있으면, 통보만 드리고 저희 쪽에서 서류도 올릴 수 있고요.”

    그러게나나야 걸음 안 해서 좋지…”

    알겠습니다. 그럼 신분 확인만 할께요.”

    나에 대한 내용을 끄적거리며, 쉬지도 않은 아가씨가 안쓰러웠다.

    다 됐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께요. 그리고 혹시나 혼자서 적적하시면, 요 앞에 동네 어르신들 모여있는 노인정이 있거든요거기서 친구분들 만드셔도 괜찮으실듯한데같이 가드려요?”

    이제는 저승길목에서 기다리는 친구가 더 많은 나이다. 자리를 떠보려 하지만, 팔십 평생을 못살게 굴었던 몸뚱아리는 이제서야 세월의 복수를 하고 있다.

    일어남세, 먼저 나가게나…”

    문 앞에서 기다릴께요 할아버지.”

    묵직했던 문을 비벼 열었을 때, 몸을 데우는 따사로운 햇빛이 나를 맞이 했다.

    여기로 나가셔서, 다음 모퉁이에 가면 정자도 있고요, 어르신들 많이 계세요.”

    발자욱이 닿는 길에 햇살 조각들의 온기가 남아있다. 처음 나를 만난 이 아가씨는 나를 이끌고 햇살 조각들이 뿌려져 있는 길을 누비며, 어디론가 향했다.

    여기가 바로 우리동네 노인정이랍니다. 짜잔~”

    해맑은 웃음소리를 내며, 나를 시끌벅적한 무리에게 소개를 했다.

    누구여 김양?”

    박 영감이었다.

    제가 친구 데려 왔어요 박 영감님.”

    친구는 무슨딱 봐도 어려 보이는 구만…”

    나를 탐탁치않게 여기는 박 영감이었다.

    이 동네 살고 계신데, 동네 노인정이 어디신지 모르는 것 같으셔서요. 제가 데려 왔지요~. 친하게 지내 주셔야 되요. 안 그러면 제가 매일 박 영감님 괴롭히러 올 꺼에요.”

    알았어. 알았어. 그러니까 김양이 시집을 못 가는 거야. 남자들한테 역정 피워서.”

    귀찮은 짐을 떠안았다는 듯이 체념하며 다시금 말을 이어가는 길목에서, 홍조를 띤듯한 아가씨의 목소리가 뒤를 따라 왔다.

    그건 제가 아직 젊어서 그래요....”

    또 또어른한테 역정 피우는거 아니라고 했지.”

    마치 삐친 손녀를 달래는 말투에서, 둘의 사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친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잘들 부탁 드립니다. 오르막 위에 사는 김가 라고 합니다.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지며 서로간의 인사가 이어졌다.

    나는 박가여. 내가 소개들 해줌세.”

    이쪽은 꾀 제재한 얼굴의 좀생이 최가, 이쪽은 장기 둘 때는 만부무당 김가. 요즘 들어 자주 오는 사람이 없어서 우리가 제일 친하게 지내게 될 꺼야.”

    반갑습니다. 김가 라고 합니다.

    최가 라고 하오.”

    맞잡은 손이 얄팍한 것이 세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같은 김가 구만, 나이차이가 나도 얼마나 나겠소, 서로 다들 친구로 지내고 있으니, 친하게 지냅시다.”

    두툼한 손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힘과, 검지와 중지의 느낌은 마치 프로 기사처럼, 장기 알과 바둑알이 손끝에 오랜 시간 머물러 있었다.

    어르신들 저는 이만 가 볼께요. 친하게들 지내세요.”

    가봐. 오늘도 돌아볼 때 많잖아.”

    ! 자주 올께요.”

    멀어져 가는 목소리와 발자욱이 더운 여름의 기억 속에서, 어둡던 눈가에 모습을 그려낸다. 그때부터의 내 기억은 노인정에서 그려지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언제 만나셨어요?”

    따스한 온기를 가진 목소리가, 옆에서 천진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가을 이었지내가 일하던 곳, 내가 매일 끼니를 해결하러 가는 식당에 일하던 사람이었지…”

    그때 처음 만나신 거에요?”

    처음이었지처음의 모습이었지…”

    처음 만났던 그 사람의 모습은 마치 국화를 한아름 따다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예뻣어마치 피지 않은 수국 꽃처럼 말이야…”

    우와그럼 할머니 만난 할아버지도 한 얼굴 하셨나 보네요?”

    예끼! 노인네 놀리면 못써…”

    박 영감이 나이든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김 영감 얼굴 봐. 소싯적에 여자 여럿 울렷겠구만안 그런가?”

    푸석한 웃음으로 기억을 떠올려 가며 말을 이어간다.

    그저그냥 가서같이 살자고 했지그때는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었어…”

    세월의 흐름에 스며드는 땀방울을 닦아 내는 손바닥에 손수건을 움켜 쥐며 숨을 고른다.

    여느 때처럼 식당을 찾아갔고눈을 마주치는 순간에어디서 사냐고 물었고, 나랑 같이 살자고 했지…”

    할아버지 진짜 말재주 없으시구나…”

    웃음으로 변해 가는 추억이 기분이 좋았다.

    나는 이제 가봄세. 해가 많이 뉘엇 해 진 것 같구만내일 봅세…”

    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저도 어차피 퇴근길이에요.”

    잘 모셔다 드려. 안 그러면 내가 미워 할 꺼야.”

    할아버지..하나도 안 무섭거든요?”

     

    언덕배기를 오르는 발자욱이 힘겹게도 떨어져 간다. 연신 숨을 쉬며 오르는 길이 이렇게도 긴 길인가 생각한다.

    할머니많이 생각나세요…?”

    말의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흐려지는 대답이 나왔다.

    “…아가씨는흐려져있는 국화를 본적 있나…?”

    아니요없어요…”

    피지 않은 국화가 얼마나 예쁜지알 수는 없겠지…”

    그렇지요…”

    피지 않는 꽃봉오리만 봐도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을 정도였지…”

    할머니가 그렇게나 예쁘셨어요?”

    내쉬는 숨이 웃음을 불러왔다.

    그런 사람이었지이제 그만 가봐집에 다 왔어…”

    . 할아버지 들어가 볼께요. 내일 노인정 잔치에 꼭 오세요.”

    그려내일 봄세…”

    삐걱거리는 문을 열어 닫으며, 팔 뻗으면 닿는 좁은 방안으로 들어섰다. 연신 내쉬었던 숨을 고르며, 물가에 앉아 세숫대야를 바라보며 국화꽃향기를 기억해본다. 아련했던 나의 추억을 세기며.

     

    아침 해가 다릿가에 연신 조각을 뿌려 대며 아침잠을 깨웠다. 몸이 아픈 것이 일어날수가 없다. 늙그막한 나이에 몸이 아픈 것은 당연하다. 천장이 보임직한 자리에 누워 햇살에 기댄다. 어둡기만한 방에서 햇살이 들어오는 자리에서 몸을 추스리려, 어두워진 방안을 비쳐보려.

    할아버지! 할아버지!”

    삐걱거리는 무거운 소리가 외침과 함께 들려온다. 콜록대는 숨을 붙잡고 어두운 방안에 발자욱을 남긴다.

    할아버지 어디 안 좋으세요? 잔치에 왜 안 나오셧어요?”

    몸이 안 좋은듯하이이제 막 일어나던 참이야…”

    어휴약이라도 드셔야 될 텐데감기몸살이요?”

    그런듯해…”

    제가 가서 약 사 올께요. 자리에 누워 계세요. 얼른 갔다 올께요.”

    세차게 닫히는 소리 사이로 그리운 향기가 들어왔다. 국화향기. 그리운 향기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묻어온 국화꽃 향기는 젊었던 시절 피지 않았던 꽃봉오리를 만난 향수를 불러왔다. 아직 피지도 않은 꽃봉오리는 자그마한 모습으로 향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바스락바스락…”

    손으로 꽃을 만져 볼수록 더욱더 짙어지는 향기에 취해 자리에 걸터앉아 웃음을 지었다. 무거운 소리를 내며, 마음 급한 발자욱으로 내 옆으로 오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다.

    할아버지. 여기 감기약이요.”

    내몰아 쉬는 숨소리에서, 무거운 문밖을 나가 오르고 내렸을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국화꽃….자네가 사왔나…?”

    세차게 들려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요. 오는 길에 보여서사가지고 왔어요…”

    고맙구만먼 길 남지 않은 노인네생각해줘서 고맙구만…”

    아니에요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그럼 약 먹고 쉬세요. 얼른 자리에 누우세요. 저는 이거 꽃병에 꽂아 놓고 갈께요.”

    자리 펴 누운 곳에서 차가운 물소리에 국화꽃향기가 젖어 드는 것을 느끼며 나지막한 말 한마디를 열어본다.

    국화꽃임자 있는 곳 가면활짝 피어있을까…?”

    ?”

    그 국화꽃임자 만나러 갈 때 들고 가면그 때쯤이면그 꽃은 피어 있을까…?”

    향기에 젖어 든 목소리로 어렵사리 내뱉어 보는 말이다. 내가 그녀를 만날 때, 꽃은 피어 있을까라는.

    에이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지요…”

    이 나이 되면그런 생각이 안 드네먼저간 사람 기다리는 생각이 들지…”

    서로 잠시간의 대화를 조용히 이어간다. 순간을 깨며 말한다.

    늙은이가심심찮이 헛소리를 하니이해허이…”

    활짝 필 꺼에요어느 때보다할아버지가 처음 할머니를 만나셨을 때 만큼이요…”

    돌아오는 목소리에 눈물이 젖어 있다. 괜한 말을 꺼낸듯하다.

    고마우이꽃봉오리는 이쁜가…?”

    어떤 꽃보다어떤냄새보다 예뻐요피지 않아도 꽃이 얼마나 예쁜지 알 정도로요…”

    눈물 젖은 목소리로 울음을 참아가며, 다릿가에 뿌려지던 햇살조각들의 사이에 국화꽃을 밀어 넣는다.

    할아버지 저 가볼께요아프시면병원에 가게 저 올 때까지 기다리세요저 내일 또 올께요…”

    고마우이멀리 못 가네…”

    묵직한 소리로 침묵의 시작을 알린다. 방안은 칠흑의 어둠이 드리운, 메아리 치지 않는 공터로 변했다. 약 기운을 빌려 이내 잠을 청해본다. 드러누운 코앞으로 국화꽃향기가 스쳐 지나간다.

     

    시끌한 노인정으로 발자욱을 옮기는 길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더 가까이에 있다. 박 영감의 목소리가 하늘을 찢을 듯한 토성을 내고 있다. 목소리가 기운을 잃어 잦아 들기 전에 얼른 박 영감에게 가본다.

    이 사람아…. 이 사람아…. 어찌 그러나 이 사람아…”

    가까이 자리 잡아 박 영감을 달래본다.

    무슨 일인가박 영감…?”

    김가김가 그 놈이…”

    김 영감이 왜…?”

    김가 그 놈이 어제 다른 길로 갔어…”

    어제께만 하더라도 최 영감과 장기내기를 하며 찌를듯한 공기를 내놓던 그였기에, 이 일이 무덤덤할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

    어쩐 일로 말인가…?”

    훔쳐내는 숨소리를 멈추고 박 영감이 말을 잇는다.

    내기가 끝나고술 한잔 걸친 두 놈이길을 가다최가 놈이 차에 치일 뻔 한걸 김가 놈이 구했는데김가는 그만…”

    최 영감을 찾아 향내 짖은 노인정 안으로 들어간다. 집이 아니라 노인정에 있던 시간이 많았던 터라 노인정에 분향소가 차려진 것 같다.

    최 영감…”

    김 영감왔는가…”

    너무 심려하지 말게나자네는 살았지 않는가…”

    주저 앉아 있는 팔뚝에는 넘어지며 생긴 생채기로 깁스가 묶여 있다.

    나만나만 산게야김가 그 놈은김가는…”

    울음을 적셔오며 목소리가 잦아 든다. 엎드린 최 영감을 일으키려 다가섰을 때, 발께에 채이는 것의 소리. 장기 말을 손에 쥐고 있었나 보다.

    이제는이 놈이이 놈이 짝이 없지 않는가김가야!! 이 놈 짝은 이제 누가 해준단 말이냐!! 김가야!!”

    잦아든 목소리가 그리움을 찾아 점점 커져가고 있다. 흐트러진 최 영감 대신 쥐어 든 장기 말은, 두 사람이 엉켜서 지내던 삽십년의 세월만큼을 지새온 듯, 달그락 거리는 소리로 나에게 화답한다.

    김 영감이제는 장기 짝도 못 찾겠구만우리 김가는이제 장기 말도 못 들겠구만…”

    어렵사리 그리움이 가라 앉았던 자리는, 서로간의 그리움을 찾아 울먹이기 시작했다. 팔십께 가까운 세월이 가져다 준건, 세월의 바람이 얼려놓은 마음이 작은 일에도 요동치는 어린애처럼 만들어 놓았다.

    밖을 나와 더운 바람을 쏘이며, 마음을 추스려 본다. 익숙한 목소리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눈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목소리의 옆에 자리를 잡는다.

    힘든가…?”

    연신 눈물을 훔쳐내던 아가씨는 내 목소리를 알아챘는지 잠겨가는 목소리를 풀어본다.

    그렇게...그렇게 되실 줄은 몰랐어요…”

    다잡은 마음 켠에서 이제는 익숙할법한 말을 꺼낸다.

    우리는 이제 죽는 것이 무섭지는 않네허나친구를 잃는 것은 언제나 슬프지…”

    내쉬던 숨에 울음이 젖어 나와, 목소리를 한번 삼킨다.

    슬프지만우리는 이제 이런 일도 점점 줄어든다네이제는 저승 가서 만날 친구들이 더 많은 게지그렇게 점점 더 슬픔에 젖는 시간이 줄어들고, 눈물이 마르는 시간이 짧아진다네우리 옆에 있으려면이런 일에 익숙해 져야 할 걸세…”

    자리잡은 발자욱을 바꾸기 위해 자리를 일어난다. 달그락거리며 장기 말도 자신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듯이 화답한다.

    이걸김 영감 자식들이게 전해주겠는가…”

    멀찌감치 자리해 있던 장기 말을 건넨다.

    아마 분향소라 해도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라 찾아 왔을게야손때 묻은 물건전해주게…”

    …”

    나는 그만 일어남세…”

    발자욱을 옮겨 박 영감에게로 간다. 아직까지 젖어 들어가는 목소리에서 그리움을 찾는 중이었다.

    박 영감그만하게몸 상하겠네…”

    이 사람아어찌 그리 매정한가어찌어찌 그리 매정할 수 있단 말인가…”

    이미 우리랑 길을 다르게 걸어가버린 사람이야돌아설 수도 없는 길을 다르게 가는 사람정도 많았던 사람더 이상은 눈물로 붙잡는 것 같아 그러이…”

    훔쳐내던 눈물을 거두어 들이는 박 영감은 자리를 일어난다.

    그래산 사람을 사는게지그런데그런데살만큼 살았다고 해도어제까지 같이 있던 사람 아닌가보내줄 수…. 없네보내기가너무…”

    말 조차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그리움에, 눈물에 젖어 버린 목소리는...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안녕하십니까…”

    낯선 목소리가 들리나, 이내 익숙해 진다. 김 영감의 아들인듯 하다.

    아들인가…?”

    어르신…”

    정작 젖어서 아프게 와 닿아야 할 목소리일진데, 깊은 마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 영감이 찾고 있는 그리움보다 마른 그리움이 와 닿았다. 달그락 거리는 익숙한 소리를 내며 마른 목소리를 이어간다.

    이걸전해 주셨다고…”

    그래가는 길에 같이 보내주게여기 울고 있는 친구보다 훨 나은 길동무 일걸세…”

    아버지는장기를 전혀 두실 줄 몰랐습니다…”

    눈이 휘둥그래 커질만한 이야기였다. 아마 그러지 싶다.

    아버지께서는어느 샌가 노인정을 다니시면서부터장기를 두셨습니다항상 저에게 상대 해달라고 하셨고제가 시간이 될 때면 제가 상대 해드렸지만…”

    깊은 곳에 있던 마른 목소리는 갈라진 끄트머리부터 적셔오는 그리움에 목마저 잠기게 했다.

    아버지께서는아버지께서는노인정에 내가 이겨야 될 상대가 있다며장기 말과 장기판을 사달라 하시며제가 사다 드린장기 말인데장기는 차 포 띄고 이겨야 실력이 는다 하셨는데그러셨는데…”

    같이 보내주게아마 나였어도장기 말을 넣어 달라 했을 걸세아들이 사준 것이 아닌가친구들과 같이 있던 놈이 아닌가그 놈이길이 달라도우리를 대신 가 줄 걸세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우리가 최가를 만나러 간다 해도장기 말 달그락 거리며 우리를 맞을 걸세같이 보내주게그리고자주 찾아 오게나우리도 적적하이…”

    어르신…”

    말을 잇지도 못할 정도로 잠겨버린 그리움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기의 주인을 찾는 장기 말을 쥔 손의 떨림이 되었다.

     

    주섬주섬 거리며 옷을 챙겨 입고, 우리들은 장례식장에 앉았다. 잠시의 시간으로는 젖었던 목소리들이 이내 돌아올 방법 조차 못 찾은 듯하다. 홀짝거리며 비워지는 소주잔만이 남아 있는 우리들이 낼 수 있는 목소리였다.

    김 영감…”

    날 부른겐가…?”

    힘겹게 운이 띄워진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문답이었다.

    아닐세다른 김 영감일세…”

    그럴테지…”

    이제는 장기 상대를 잃어버린 최 영감은, 가냘퍼진 손가락만큼이나 목소리가 가냘퍼졌다.

    우리도이 자리를 하나씩 비우겠지…”

    이런 일이이제 곧…”

    말을 잇기에는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기에, 소주 한잔으로 마지막 화답을 한다. 비어진 잔에 부어진 소주로 그들에게 묻는다.

    자네들은마지막 길에 무엇을 가지고 가고 싶나…??”

    무슨 말인가…?”

    마지막마지막 길동무로 무엇을 가지고 가고 싶냐는 말일세…”

    젖어있던 목소리들이 차츰 더 깊은 곳으로 잠겨 가며 말을 이어갔다.

    김 영감가는 길 적적하지 말라고장기 말 대신 보냈네최 영감이랑 하루 종일 하던 게 그거 아닌가옆에 있던 건 우리고우리 잊지 말고다시 만날 때 그거 가지고 만나자고그렇게 했네…”

    마른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최 영감이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콩사탕김가 놈이 제일 좋아 하던 콩사탕지난번 내기에서 졋어아직내기 빚을 못 갚았어자기가자기가 따 먹은 게 훨씬 많은 놈이이렇게 가버리는 게 미워서라도빚 갚고내가 더 받아 먹을 걸세…”

    흘리던 눈물을 다시 집어 넣으며 박 영감이 말을 이어간다.

    나는소주살아생전 죽을 까봐 마시지도 못했는데그거라도 실컷 마셔야겠네…”

    젖은 목소리가 말을 잇기가 힘들 정도로 목이 잠기었지만, 말을 이어 나간다.

    나는국화꽃 들고 갈걸세우리 마누라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것 처럼미처 안 핀 꽃봉오리만 보아도꽃이 얼마나 예쁠지 기대할 만큼 예쁜 꽃봉오리로…”

    이 친구사별한지가 언제데 아직도 마누라 타령인가…”

    아직도 잊을 수 없다네처음 눈에 담았던 그 모습을 말일세…”

    이제 그만들 집에 가자고늦었어늙어도 잠은 자야지 않겠나…”

    각자의 마지막 잔에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눈물과 함께 담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너털거리며 오르는 오르막길에서 내돌려 나오는 날숨을 크게 쉬며 한숨 쉬어간다. 집이 얼마 남지 않는듯한데, 어찌나 길게 느껴지는지... 너털거리는 발자욱은 집 앞에서 무거운 소리 그만 내려 놓는다. 몸을 추스려 이불께로 몸을 디민다.

    김 영감좋은 곳에 가시게가서우리 자리 좀 잡아 놓으시게장기 두기 좋고햇살 잘 비치는 곳으로…’

    걸어둔 옷에서 미처 빠지지 않은 향내가 빠져 나온다. 어렵사리 발걸음 옮겨 왔것만, 마음을 두고 온 모양이다. 어둠이 드리워진 내방에서 국화꽃을 찾아본다. 좁디 좁은 방안에 국화꽃내음이 풍긴다. 아직은 만개 하지 않은 꽃봉오리의 파르라한 내음을 풍긴다. 햇살 조각이 다리께에 뿌려진다. 화병 그림자에 다리를 피해본다. 국화 꽃봉오리에 햇살 조각 떨어 지며, 꽃 내음이 진해 진다. 만개가 얼마 남지 않은듯하다.

    꽃이 필 때쯤꽃봉오리 만개 할 때임자 보러 가겠소국화꽃 필 때쯤국화꽃내음 길 동무 삼아임자만나러 가겠소임자 눈떠서 보오임자국화꽃이 피었소….”

    출처 빠질꺼 같은 내눈,
    불쌍한 내 손구락,
    땀띠날것 같은 내 궁디.
    자다흘린달빛의 꼬릿말입니다
    컴터 더 보다가는 눈이 멀어 버릴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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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07 23:43:08  1.225.***.138  엉클백작  13373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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