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모험가가 입원해있는 병실이 유난히 소란스러웠다. 평소에도 심심해하는 어른들의 말소리로 종종 떠들썩해지기도 했지만, 오늘은 모험가의 침대 쪽이 특히 더 떠들썩했다. 모험가를 찾아온 동료의 병문안이었다. 귀가 뾰족한 어린 소녀인 것으로 보아 마계인인 모양이었다.</div> <div> 마계인 소녀는 모험가의 침대에 걸터앉아 뭐가 그리 바쁜지 쉴 새 없이 조잘대었다. 모험가가 여러 번 마계인 소녀에게 목소리 좀 낮추라 부탁할 정도로 소란스러웠지만, 마계인 소녀는 목소리를 낮출 줄 몰랐다. 중간중간 지나가던 간호사가 마계인 소녀에게 핀잔도 주었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금세 소란스러워지기 마련이었다. 모험가는 포기했는지 한숨만 내쉬었다.</div> <div><br></div> <div> "다들 뭔 일 있어? 왜 너 혼자 왔어?"</div> <div> "응? 아아. 아저씨는 잠시 볼 일 있다고 퀘스트 끝나고 어디 갔고 폐암 열차는 놀러 갔어. 그나마 나니까 이렇게 금방금방 오는 거야. 존경해. 존경해봐."</div> <div> "고마워서 단명하겠네. 그나저나 아저씨야 이해는 하겠는데 그 담배쟁이 새끼는 참…."</div> <div><br></div> <div> 모험가는 글렀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다 퍼뜩 뭔가 생각난 듯 마계인 소녀를 보았다.</div> <div><br></div> <div> "야, 그나저나 그 퀘스트 결과물은? 보상은? 내 몫은 있냐?"</div> <div> "아저씨가 가지고 있어. 솔직히 던전에서 그렇게 큰 도움도 못 주고 리타이어 해서 병원에 실려왔는데 보상을 1/4 해야 하…음, 하는 거냐고 폐암 열차가 그랬어! 진짜야!"</div> <div> "웃기지 마! 딱 들어도 뻥 구라잖아! 내가 누구 때문에 실려왔는데! 이 촉새년이 진짜!"</div> <div> "사람이 농담도 못해? 응?"</div> <div><br></div> <div> 그렇게 소란스럽게 꽥꽥거리며 말싸움이 심화되기 직전 날아온 간호사의 블록 버스터 덕분에 모험가와 마계인 소녀는 절로 숙연해졌다.</div> <div><br></div> <div> "여기 간호사들 분위기 장난 아니네…."</div> <div> "어젠 히든 스팅도 날리던데."</div> <div><br></div> <div> 그 말에 마계인 소녀는 가만히 치맛자락을 만져대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곧 마계인 소녀는 한숨을 내쉬곤 모험가에게 이만 가보겠다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마계인 소녀는 한 어린아이가 멀뚱멀뚱 모험가를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 마계인 소녀는 어린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지만, 어린아이는 잠시 마계인 소녀를 보았다가 다시 모험가를 멀뚱히 쳐다보았다.</div> <div><br></div> <div> "쟤 너한테 관심 있나 봐."</div> <div> "모험하다가 너한테 들은 소문들 좀 말해줬더니 매일 와. 귀찮게. 근데 심심해서 계속 얘기해주는 중."</div> <div> "소문? 얘, 너 얘한테 소문 들으러 왔어? 너 네 수준에 맞는 친구 찾은 듯?"</div> <div><br></div> <div> 마계인 소녀의 말에 모험가는 아무 말 않고 마계인 소녀의 귀를 잡아당겼다. 마계인 소녀는 아프다고, 귀 떨어진다며 소리 질렀고 곧 모험가의 머리채를 잡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 둘이 서로를 놓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어린아이는 모험가의 침대에 붙어 소문을 들려달라 졸라대었고 그 둘은 그제야 서로를 놓아주었다.</div> <div> 모험가는 마계인 소녀에게 얼른 돌아가라며 대충 손을 휘저은 뒤 어린아이에게 해줄 이야기를 떠올리고자 했다. 하지만, 마계인 소녀는 돌아갈 생각은 조금도 없는 듯 어린아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하였다.</div> <div><br></div> <div> "너 안 가냐?"</div> <div> "너 얘한테 이것저것 말해줬다면서. 나도 얘기 줘도 되지?"</div> <div><br></div> <div> 마계인 소녀의 말에 모험가는 잠시 생각하곤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마계인 소녀는 재밌겠다는 듯 웃으며 이야기할 준비를 시작했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 얘, 얘. 이야기 시작하기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쟤가 하는 얘기들 재밌었어? 어, 재밌었어? 너 엄청 용썼나 보네? 너 말 엄청나게 못하잖아. 에이, 너 이런 사소한 말에 일일이 화내면 안 돼. 속 좁게 보여. 손 올라간다, 손 올라가! 때릴 거야? 작고 귀여운 어린 여자아이를 때릴 거야? …하면 되잖아, 하면.</div> <div> 에헴! 너 무슨 무슨 얘기 들었었어? 으음…불법, 귀신, 고어…애한테 해줄 말이 있고 못 해줄 말이 있지 너 어떻게 그런 것만 말할 수 있어? 내가 할 얘기? 후후후, 아주 흥미롭고 재밌고 무써어운 이야기? 어쨌든 네가 해준 이야기들이랑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 소문의 근원지께서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란다? 아, 때리지 좀 마! 알았어, 이제 시작할게.</div> <div><br></div> <div> 얘, 혹시 제국에 대해 아는 거 있니? 응, 요즘 막 마을에 돌아다니고 던전 앞이라던가 여기저기서 경비도 서고 하는 그 제국. 잘 몰라? 그런가…. 그럼 있지, 제국에 대한 얘기를 해줄게. 모험을 하다 보면 제국인들을 몇 번 만나볼 수 있곤 하거든. 말은 말대로 막 던지고 듣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던 막 말하고. 어떤 제국인은 막 조금만 신경 거슬리게 하면 엄청나게 화내고 그래. 제국의 기사단장 님은 성격은 괜찮은데 뭔가 좀 찜찜하기도 하고. 애초에 제국의 황녀…님부터가 되게 사람 말하는 게 기분 나빠!</div> <div> 뭐…나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그래도 기분이 나쁜 걸 어떡해! 게다가 마치 자기네들이 전부 다 잡아먹겠다는 양 이곳저곳 끼어들고 여기 서있고 저기 서있는 것도 찝찝해서 기분 나빠! 언더풋도 흑요정들 마을인데 왜 지들이 경비를 서? 천계도 천계인들 동네인데 왜 지들이 경비를 서? 그거 엄청나게 찝찝한 일이잖아!</div> <div> 게다가 걔네들은 실제로도 찝찝해! 걔들이 옛날에 무슨 짓 했는지 말해줄까? 어…그럼 너 가까이 와봐. 차마 크게는 못 말하겠어서 그래. 응. 얘 너 전이 알지? 응, 몬스터들 막 흉포해지고 세계가 막 이상해진 전이. 걔들이 전이 실험을 했었더래니까? 그거 때문에 걔네 실험장은 개판 났었어. 내가 봤어. 진짜야.</div> <div> 전이 실험뿐만이 아냐. 전이 실험에 동물실험도 했었어. 전이 에너지에 취해서 그걸 제멋대로 다뤄서 지 힘으로 삼고 싶었던 건지 뭔지. 동물들을 잡아다가 전이 에너지를 주입해서 변이 시킨다거나 뭐 그랬었지. 그 실험장 근처를 지나다가 전이 에너지를 한 됫박 맞은 사람들도 잡아다가 실험을 했댔나?</div> <div> 그런데 그 실험에 대해 들리는 얘기가 있어. 이런 류의 이야기에선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인간성을 버리는 실험 이야기! 무슨 이야기냐고? 당연히 사람 데려다 하는 인체실험이지. 방금 말한 거 아니냐고? 음…방금 말한 것은 전이 실험의 부속실험의 느낌이고 이건 뼛속까지 순수한 인체실험.</div> <div> 소문으로 들리는 실험도 여러 개야. 하나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주사를 놓고 그 경과를 지켜본다는 실험. 주사 놓는 것들이 워낙 독한 약물들이라서 피실험체는 다 죽었다고들 해. 다른 하나는 동물을 이용한 실험. 말도 안 되는 시시한 실험에다 유인원도 안 할 실험 얘기 뿐이더라. 또 다른 거로는 사람들 데려다가 마법적인 거 불법적인 거 온갖 거 다 써서 강하게 만드는 거랬나? 이 실험은 결과가 나와도 얼마 못 가서 다 죽어버렸더래. 마지막 하나는 몬스터를 이용한 실험이야. 몬스터를 잡아다가 사람과 섞어 키메라 병사를 만드는 실험이더래. 그 실험은 키메라가 폭주해서 아무것도 안 남았대.</div> <div> 왜 이런 실험이 밝혀지지 않았냐고? 모험하다 보면 제국이 진짜 실험을 한 곳에 가볼 수 있는데 거기가 진짜 진짜 어두워. 얼마나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나오는 건지 가늠도 안될 정도야. 빛이 들어오긴 하는데 그 빛도 기분 나쁘게 음습하고 다 꺼져버린 기계들이 내는 빛도 기분 나쁜 곳이야. 그런데 인체실험장은 그것보다 더 깊고 음습한 곳에 있더래. 그러니까 당연히 알려지지 않지. 이렇게 소문만 무성할 뿐이야.</div> <div> 나는 그 실험들 중에서 마지막 소문을 믿어. 말 잘 듣는 키메라 병사를 육성하기 위해 인륜도 저버리고 사람과 몬스터를 융합한다잖아. 얼마나 있을법한 얘기야? 나도 한 번 나중에 호문쿨루스 가지고…아, 이 얘기는 그냥 넘겨. 별거 아냐. 아무튼 키메라 병사를 원했다가 제 뜻대로 안돼서 자멸했다는 제법 그럴듯한 이야기잖아.</div> <div><br></div> <div> 그나저나 제국이 얼마나 미움받았으면 그런 소문까지 돌고 그랬을까? 그런데 얘, 가장 재밌는 게 뭔지 알아? 제국이라면 그 소문이 진짜여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야. 나는 마계인이라 많은 것은 모르지만,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인체실험은 못 봤지만, 실험하는 것 자체는 봤거든.</div> <div> 아, 이거 내가 말했다는 건 비밀이야? 제국한테 찍히는 건 싫거든. 난 아직 할 일이 많으니까! 아직 고향에도 못 가봤고! 그러니까 비밀이야?</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 마계인 소녀는 제 얘기를 마친 뒤 재밌었다는 듯 웃었다. 마치 비밀을 말해 후련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린아이는 무섭다며 모험가에게 매달리며 칭얼거렸다. 모험가는 귀찮은지 어린아이를 살짝 밀어내었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떨어지지 않았고 계속 모험가에게 붙어있었다. 모험가는 계속 칭얼거리는 어린아이를 다시금 밀어내며 말했다.</div> <div><br></div> <div> "꼬맹아, 혹시 제국 기사가 와서 그 소문 어디서 들었냐 물어보면 모험가에게 들었다고 해. 그럼 넌 아마도 괜찮을 거야."</div> <div> "어…아저씨랑 아저씨 친구는 어떻게 돼?"</div> <div> "…잡혀가나?"</div> <div> "안 돼!"</div> <div><br></div> <div> 어린아이는 모험가의 대답에 그래선 안된다며 침대를 연거푸 내리쳤다. 모험가가 그럴 일 없을 것이라며 간신히 어린아이를 진정시켰지만, 어린아이는 진정이 덜됐는지 계속 씩씩대었다. 모험가는 어린아이를 가리키며 마계인 소녀에게 뭐 좀 해보라 부탁했고 마계인 소녀는 어린아이의 흥미를 돌릴 이야기를 생각해냈다.</div> <div><br></div> <div> "얘, 너 호문쿨루스라고 알아?"</div> <div> "호…그게 뭐야?"</div> <div><br></div> <div> 어린아이는 시작되는 마계인 소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진정되어갔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사실 이야기꾼인 모험가는 제가 첫날에 올린 아라드의 모험가에 나오는 그 모험가였습니다.</div> <div>4일 째가 되어서야 동료가 문병을 와주는 모험가 ㅠㅠ</div> <div><br></div> <div>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div> <div>남법 신직업과 직변권 미지급 소식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글을 옮기러 찾아왔습니다.</div> <div><br></div> <div>오늘로 아라드 기담도 4일차입니다...만...</div> <div>...이건 별로 인기가 없는 것 같아...</div> <div>기이한 이야기보다 더 기이한 게 현실이라서 그런 걸까요</div> <div><br></div> <div>그럼, 즐겁게 읽으셨길 빌겠습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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