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margin:0px;line-height:20.4px;"><font face="돋움"><span style="font-size:10pt;">　모험가는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제 3일 차였지만, 벌써 모험가는 침상생활에 싫증 나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검을 수련하는 것도 할 수 없었고 병문안을 와주는 사람도 없었다. 모험가는 베개 끝자락만 괜히 잡아당기며 무료하게 시간만 보내는 중이었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모험가는 평소처럼 수련이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지만, 침대에 난 구멍을 보곤 바로 생각을 접어버렸다. 조금 전 간호사에게 검술을 수련해도 되느냐 물었다 생긴 히든 스팅의 바늘 자국이었다. 바늘을 주저 없이 꽂아넣는 것을 보자 모험가는 그냥 얌전히 누워있고자 마음먹었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모험가는 구멍이나 대충 만지작거리며 속으로 자신의 동료들을 탓하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된 동료가 병문안을 한 번 안 오는 건지 모험가는 동료들이 매정하게 느껴졌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망할 것들. 어떻게 면상 한 번을 안 비춰? 내가 누구 때문에 여기 처박히게 된 건데….'</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소리가 병실을 가득 채웠다. 모험가는 병실 안의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도 이야기를 해주는 어린아이를 빼곤 없었기에 병실 안의 그 흔한 이야기장에도 끼어들 수 없었다. 혹여나 끼어든다 하더라도 일상적인 화젯거리는 알지 못했기에 금방 떨어져 나갈 것이 당연했다. 곧 모험가는 다른 환자에게 시끄럽다 지적받아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게 됐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잠이라도 자야 하나 생각하며 눈을 감았지만, 잠은 생각처럼 쉽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천장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몇 번 더 뒤척이다 간신히 잠이 들려는 참이었다. 모험가는 갑작스레 자신을 때려대는 손길에 깜짝 놀라며 깨어났다. 늘 찾아오는 그 어린아이였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아저씨 일어났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안녕, 아저씨."</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오늘은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아이를 달고 찾아온 것이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이야기 공유하고 왔냐? 그리고 아저씨 아니라고…."</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아저씨 오늘도 이상한 얘기 해주세요."</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넌 누구냐?"</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얘 보러 온 친구. 아저씨가 재밌는 얘기 해준대서 같이 왔어."</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모험가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부권은 없는 건가 생각했지만, 그래도 할 일 없이 뒤척이는 것보단 낫다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 color="#000000"><span style="font-size:10pt;">──</span></font><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아, 새 꼬맹아. 나는 어린이들을 위한 필터링은 못 하니 일단 이해 좀 해줘. 꼬맹아, 너는 얘기 듣는 게 세 번째네. 안 질리냐? 아, 안 질린다고…. 하긴, 이제 삼일 차인데 질릴 리가. 나는 좀 많이 질릴 것 같은…아아 그래. 그만 보채 곧 얘기할 테니까.</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오늘 할 얘기는 어떤 몬스터에 관한 얘기야. 사도에 대한 건 알고 있지? 그래, 전이인지 나발인지로 아라드로 넘어온다는 괴물딱지들. 뭐…악의가 있어서 아라드에서 개판을 쳐놓는 거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아라드에서 개판 쳐놨다가 지금은 모험가들에 의해서 토벌된 놈들이 있거든?</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베히모스…그러니까 너희가 말하는 하늘고래 있지? 거기에 전이된 문어 딱지라거나. 아, 로터스라고 하는 문어 딱지야. 귀찮은 거. 그리고 저어기 시궁창 쪽. 거기에 전이된 질병 덩이 개시끼. 디레지에라고 까딱 잘못하면 죽을뻔했지. 용도 한 마리 다 죽어가던 거 잡아봤고…안톤이라고 천계에 전이된 엄청나게 커다란 불 거북이도 잡았어. 어때, 대단하지?</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여기서 얘기해야 하는 사도는 디레지에야. 가만히 있는데 주변에 온갖 질병을 다 뿜어대는 녀석이야. 그러니까 꼬맹이 너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이 다 썩고 녹아서 죽어가는 거야. 끔찍하지? 그게 사람이고 사물이고 안 가리고 다 녹이거든. 벽도 바닥도 녹아내리고 디레지에와 같이 온 몬스터가 아니면 몬스터도 녹고 썩고 변이되고. 사람도 사정없이 녹고 썩고 변이되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몬스터를 멜트맨이라고 해.</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내가 동료들이랑 같이 그 질병 똥개 자식을 토벌하러 갔을 때 한 번 보고 출처를 말할 수 없는 곳에서 또 한 번 봤었는데 몇 번을 보건 진짜 끔찍하더라고. 진짜 온몸이 녹아서 끈적하게 흐르는데 속에 아직 덜 녹은 잔해의 실루엣 같은 게 언뜻 보이기도 하고 공격할 때도 전신을 거의 휘두르듯이 공격하거든. 어우…아, 몬스터 묘사는 그만하고 얼른 본론으로 가라고? 알았어, 알았어.</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있지, 꼬맹아. 사람이 지독한 질병에 의해 죽어가면서 전신이 썩어가고 녹아 문드러지면 어떨 것 같아? 끔찍할 것 같다고? 응, 엄청나게 끔찍하겠지. 아마 정신을 잃을 만큼 아플 거야. 그렇게 멜트맨이 된 사람은 이성도 없이 그저 사람을 습격이나 하는 몬스터가 되어버려. 슬픈 일이지. 이젠 그럴 일 없다는 게 다행이지 않냐?</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그런 상태가 되어서도 이성을 잃지 않은 멜트맨이 있다고 해. 솔직히 말도 안되는 얘기지. 어떻게 그런 끔찍한 상태가 되어서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겠어? 전신이 녹아내리는데, 썩어 문드러지는데, 분명 아파 죽을 텐데.</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그런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렇게 된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목소리도 못 내게 되어서 아프단 말도 못하고 계속 그 끈적끈적한 소리만 낼 테고 앞을 볼 눈도 녹아서 아무것도 안 보일 테고…우연히 지나가던 사람에 의해 완전히 죽어버리기 전까지 계속 고통받을 거야. 어쩌면 중간에 맛이 가버렸을 수도 있고. 생각하는 걸 그만뒀을 수도 있겠네. 어떻게 되었든 그렇게 된 운 없는 사람은 분명 그냥 죽게 되기 전까지 고통받을 거야.</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내가 이 소문을 듣고 나서 괜히 들기 시작한 생각이 있거든? 일단 멜트맨들은 몬스터야. 구물구물 기어 와서 전신으로 모험가를 공격해. 그런데 그 모험가를 향해 구물구물 기어오는 모습이 자길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야. 죽여달란 소리도 못 내서 그저 살아있는 사람을 향해 전신으로 표현하는 느낌이라 소름이 끼치면서 불쌍하게 보이더라고. 나 원, 쓸데없는 생각만 늘어가지고는….</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왜, 꼬맹아. 그렇게 된 사람이 불쌍하다고? 당연히 불쌍하겠지. 다들 이 얘기 들으면 불쌍하다고들 난리거든. 그래도 너무 마음 두지 마. 그냥 헛소문일게 분명하니까. 알았지?</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 color="#000000"><span style="font-size:10pt;">──</span></font><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어떠냐, 새 꼬맹아. 들어보니 재밌었냐?"</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새 어린 아이는 모험가의 질문에 인상을 찌푸리는 것으로 답해줬다. 아무래도 이번 모험가의 이야기가 새 어린 아이에게는 영 불편한 얘기였던 모양이었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너 이런 이상한 얘기 왜 들어?"</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난 재밌는데…."</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아저씨는 이런 이상한 얘기 왜 해요?"</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할 게 없거든. 이쪽 꼬맹이가 들려달라고 보채기도 하고."</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br style="margin:0px;padding:0px;"><span style="font-size:10pt;">　새 어린 아이는 징그럽고 재미없다며 횡하니 자리를 떠버렸다. 어린 아이는 잠시 새 어린 아이가 가버린 쪽을 보았다.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모험가를 보며 모험가의 이야기에 대한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span><br></font></p> <p style="margin:0px;line-height:20.4px;"><span style="font-size:10pt;"><font face="돋움"><br></font></span></p> <p style="margin:0px;line-height:20.4px;"><font color="#000000" face="돋움"><span style="font-size:13.3333px;line-height:20px;">─</span></font></p> <p style="margin:0px;line-height:20.4px;"><font color="#000000" face="돋움"><span style="font-size:13.3333px;line-height:20px;"><br></span></font></p> <p style="margin:0px;line-height:20.4px;"><font color="#000000" face="돋움"><span style="font-size:13.3333px;line-height:20px;">모험가는 필터링따윈 모른다! 그런 건 여자나 어린 아이나 하는 것이다!</span></font></p> <p style="margin:0px;line-height:20.4px;"><font face="돋움"><strike>사실 모험가는 저것보다 더 리얼하게 전해들었다고...</strike></font></p> <p style="margin:0px;line-height:20.4px;"><font face="돋움"><br></font></p> <p style="margin:0px;line-height:20.4px;"><font face="돋움">안녕하세요. 아라드의 흔한 글쟁이입니다.</font></p> <p style="margin:0px;line-height:20.4px;"><font face="돋움">오늘의 세 번째 옮기는 글은 아라드 기담 3일 차였습니다.</font></p> <p style="margin:0px;line-height:20.4px;"><font face="돋움"><br></font></p> <p style="margin:0px;line-height:20.4px;"><font face="돋움">그렇다면, 오늘 하루 즐겁게 읽으셨길 빌면서</font></p> <p style="margin:0px;line-height:20.4px;"><font face="돋움">오늘도 어김없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font></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