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난 영화가 좋다.</div> <div> </div> <div>늘 극장으로가는 그 과정이 날 설레게한다.</div> <div>예매도 없이 새벽에 일어나 단관극장에 가 매표소가 열리면 표를 사고 상영시간까지 남는 시간에 </div> <div>근처의 패스트푸드점에라도 들어가 간단히 요기를하는 귀찮은 과정이 나에겐 낭만이었다.</div> <div> </div> <div>서울극장앞 문어다리굽는 냄새를 풍기는 가판대를 지나 길을 건너면 피카디리와 단성사가 좁은 길을 사이에두고 마주보고 있었고</div> <div>조금 더 발품을팔아 시네코아의 상영작 간판을 구경한 뒤 길을 건너면 조금 의외인 곳에 내가 재일 좋아하던 코아아트홀이 있었다.</div> <div>발길을 돌려 신촌으로 나가보면 녹색극장앞 오고가는 젊음이 참 싱그럽게보여 극장이름과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게 바로 어제같다.</div> <div> </div> <div>영화라는 두시간여의 호흡이 좋았다.</div> <div> </div> <div>전하고픈 이야기의 군더더기를 뭉텅뭉텅 잘라내야 맞출 수 있는 상영시간이 각본가와 감독을 참으로 미치게 만들겠구나싶어 피식 웃음이 나오고</div> <div>때로는 어릴적에 경험했던 인터미션의 풍경들도 회고할 수 있어서 좋았다.</div> <div> </div> <div>슈퍼히어로가 여름을 다 차지하기 전에는 헐리우드영화도 재기넘치는 아이디어의 영화들이 많았는데 생각하니 시절이 좀 아쉽지만</div> <div>그래도 큰 홍보없이 우연찮게 걸려보는 명작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주기에 영화에 대한 애정은 쉬이 식지를 않는다.</div> <div> </div> <div>로베르토 베니니에게 삶이라는 선물을 받았던 해가 생각난다.</div> <div>그해는 우연찮게 한해동안 모았던 극장표가 딱 53장이었기에 한주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던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div> <div> </div> <div>새뮤엘 L, 잭슨이 상어에게 잡아먹히던 순간 놀라서 나에게 안겼던 여자아이의 모습도 기억나고</div> <div>두 도둑이 쥬크박스 안에서 "Only you"를 부를때 친구와 둘이 미친듯이 웃다 콜라를 엎었던 순간도 기억난다</div> <div>롯데백화점 옥상에서 변사가 나와 대본을 직접 읽어주던 "검사와 여선생"을 본 사람은 아마도 나 뿐이겠지</div> <div>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건 어쩌면 고딩때 은평구청 앞 도원극장에 나이를 속이고 들어가 보았던 옥보단이었을지도 모르겠다.</div> <div> </div> <div>극장에 들어가면 풍겨오는 방향제냄새 섞인 서늘한 공기가 난 늘 그립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이렇다보니 난 드라마가 아직도 낮설다.</div> <div> </div> <div>스토리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간신히 스토리를 이해하면 그 과정이 모짜렐라 치즈마냥 쭈욱 늘어지는게 견디기 힘들었다.</div> <div>그래서인지 저녁시간 과일을 깎아먹으며 가족과 함께 봤던 드라마는 "서울뚝배기"가 마지막이었던것 같다.</div> <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531" class="chimg_photo" style="border:;" alt="서뚝.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1/14849132042d4eb08697d14dcf8116d1f660ead274__mn738772__w950__h631__f109821__Ym201701.jpg" filesize="109821"></div> <div> </div> <div>누가봐도 세트장에 만들어놓은게 분명한 골목길과 가게, 집안...</div> <div>현장감을 느낄 수도 없었고 드라마 특유의 과장된 연기와 바스트샷의 연속을 견디기 힘들었다.</div> <div>그래서 우리집 거실의 TV앞 풍경에는 늘 나만 빠져있었던 것이겠지.</div> <div> </div> <div>그 뒤로는 한참을 드라마와 만나본 기억이 없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다시 본 드라마는 MBC의 "네 멋대로 해라"였다.</div> <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727" height="544" style="border:;" alt="네멋.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1/1484913182ef7c843e2cc34a658ce142e6b8dc8ea2__mn738772__w727__h544__f71607__Ym201701.jpg" filesize="71607"></div> <div> </div> <div>한 친구녀석이 촬영현장에서 일을 한다고 자신도 한몫 거든 드라마라며 한번 권해줬는데</div> <div>그걸 계기로 나의 드라마의 편견은 많이 날아갔다.</div> <div> </div> <div>우선 야외로케가 많은게 맘에들었고 주인공들의 면면이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영화와도 다른 이질적인 느낌이어서 좋았다.</div> <div> </div> <div>작가 이름이 인정옥이었나? 이사람 드라마는 봐도 괜찮겠다 싶어서 훗날 "아일랜드"를 봤는데 3회만에 때려친건 아쉬웠지만...</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 다음으로 봤던 드라마는 MBC의 "환상의 커플"이었다.</div> <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651" height="412" style="border:;" alt="환상의커플.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1/14849131536adbe8e755f84fd785f208625c23070f__mn738772__w651__h412__f69588__Ym201701.jpg" filesize="69588"></div> <div> </div> <div>사실 이 드라마를 보게된건 할일이 없어서였다.</div> <div>어떤 계기로 외국에서 산 적이 있었는데 그 나라에 도착한 뒤 적응기동안 언어문제로 밖에도 나가지 못했고</div> <div>다른 즐길거리가 딱히 없어서 별 수 없이 억지로 봤다.</div> <div> </div> <div>그래도 운이 좋았던게 드라마하면 떠오르는 흔한 도식을 따르지않고 약간 일본 순정만화같은 진행이 괞찮았던 것 같다.</div> <div>간간히 코믹씬도 괜찮았는데 여주인공이 탁주에 집착하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리고 십여년이 지나...</div> <div> </div> <div>나에게 닥친 어떤일로 나는 일상의 한부분을 잃고 힘들어하고있었다.</div> <div>늘 카톡을 통해 몇시간이고 대화를하던 상대를 떠나보내고 이제 그 일상의 시간들이 오롯이 공허로 변해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이럴땐 아주 재미있는 영화나 연달아 보고픈 마음 뿐인데 마침 볼만한 영화가 하나도 없어서 </div> <div>인터넷으로 여기저길 기웃거리다 꿩대신 닭 삼아 만난게 TVN의 "도깨비"다.</div> <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533" class="chimg_photo" style="border:;" alt="도깨비.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1/14849131190f68168fd93e4fd096151f2997d038b6__mn738772__w960__h640__f86245__Ym201701.jpg" filesize="86245"></div> <div> </div> <div>요새는 드라마도 쪽대본없이 선제작을하고 촬영비도 영화 뺨 칠 만큼 높아졌다더니 과연 이 드라마는 나의 선입견을</div> <div>송두리째 날려버렸다.</div> <div> </div> <div>대단할 건 없지만 적절한 CG도 있고 카메라트릭을 이용한 특수촬영도 제법이다.</div> <div>자연광을 많이 쓴 조명이 특히나 좋더라, 이런 화면이면 충분히 사실감을 설득해낸다.</div> <div>스토리의 분배, 호흡도 치밀하게 짜 넣은 것 같고 복선 하나하나 맥거핀으로 만들지 않는게 영화에 버금갈 정도로 능숙하다.</div> <div> </div> <div>이정도면 내가 본 중 가장 괜찮은 드라마인 것 같다. </div> <div> </div> <div>그 증거로 정말 오랜만에 드라마 본방을 보기위해 시간을 기다리고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피식웃음이 새어나온다ㅋ</div> <div>앞으로는 드라마 무시하지말고 이것저것 챙겨봐야겠다.</div> <div> </div> <div> </div> <div>여러분들, 도깨비 즐감하시기 바랍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