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늦은 11시 자정이 되기 13분 전 쯔음 전화가 왔다. <div><br></div> <div>'오늘 일 일찍 끝났어, 이제 출발할꺼야. 밥 먹었어?' </div> <div>'월요일이라 손님들이 많이 없었나봐, 보고싶어 빨리와'</div> <div><br></div> <div>동거를 하게 되었다. 방값을 아끼자는 명목 아래 이렇게 되어버렸다.</div> <div>레스토랑 일을 시작하게 된 남자친구는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자정을 넘어서 일이 끝난다. </div> <div>출근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서 인지 혼자서 시간 쓰는 일이 많아서 한편으론 잘됬다고 생각한다. </div> <div><br></div> <div>밤 늦게 치타폰이 울린다. 반가운 얼굴이 문 앞에 서있다. </div> <div>어서와 인사를 하고 한껏 껴안는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본다. </div> <div>낮에 사둔 와인을 몇 잔 마시며 작업하고 있다고 말을 하자, 부엌에서 컵을 들고 내게로 온다. </div> <div><br></div> <div>각자 해야 할 일들을 하고선 3시 반이 넘긴 새벽에 잠이 들었다.</div> <div><br></div> <div>7시 50분에 눈이 떠졌다. 옆에 있는 사람을 깨워 묻는다. </div> <div><br></div> <div>'커피 끓여줄까?' </div> <div><br></div> <div>응, 이라는 대답을 듣고서 샤워를 하러 가는 그 사람을 뒤따라 부엌으로가 모카에 커피를 담는다.</div> <div><br></div> <div>아직도 어색하다. </div> <div>한달 넘게 같이 지냈다만, 동거는 다른 이야기니까. </div> <div><br></div> <div>이미 한번의 동거 경험이 있었다. 타지에 오고 나서 처음, 현지인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div> <div>집값을 아끼자는 이유로 그 친구 집에서 함께 살았던 적이 있었다.</div> <div>예쁜 고양이 한마리도 같이 키우며 지냈다만, 너무 가까이서 서로를 오래 바라봐서 그런지</div> <div>모든게 금방 끝나버렸다. </div> <div><br></div> <div>나와 같이 청소를 해주지 않는 그 사람이 싫었었다. </div> <div>예쁜 내 고양이의 화장실을 비워주지 않는 그가 싫었다. </div> <div>부엌 싱크에 쌓여진 그릇들을 치우지 않는 그가 싫었다. </div> <div>화장실에 갈 때마다 올려진 변기 커버를 보기 싫었다. </div> <div><br></div> <div>누가봐도 사소한 이유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그가 싫어졌다. </div> <div>이런 사소한 이유들을 가지고 트집잡는 내가 그는 싫었었나보다, 이내 맘이 떠남을 느꼈다. </div> <div><br></div> <div>또 이런 상황이 돌아오게 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div> <div><br></div> <div>모카에선 짙은 커피향이 퍼져나간다. </div> <div>작은 팟에 우유를 담고서 예쁘게 거픔을 낸다, 머그겁을 살짝 데워놓고 그 안에 우유를 넣는다.</div> <div>위에 커피를 쏟아 붓는다. 예쁜 냄새가 난다. </div> <div><br></div> <div>샤워를 마친 그는 어느새 내 옆에와 있다. </div> <div>커피를 건낸다. </div> <div><br></div> <div>연말이라 마트에서 많이 파는 파네또네 빵을 조금 잘라 나름의 아침상을 차려준다. </div> <div>후에 내가 먹을 몫까지 잘라 옆에 두고선, 이미 끓여버린 모카를 비우고</div> <div>나를 위해 새 커피를 올려 놓는다. </div> <div><br></div> <div>옷을 챙겨입은 그가 내게 말을 한다.</div> <div><br></div> <div>'어제 콩 삶아 둔걸로 샐러드 만들어 놨어 치킨 육수 간 다해 놨으니까 밥 먹기 싫으면 그거라도 끓여 먹어. </div> <div>혼자 와인 다 마실까봐 숨겨놨으니까 찾지말고, 갔다 올께 </div> <div>런치 끝나고 쉬는 시간 길게 나면 집 들릴께 나갈거면 알려줘.' </div> <div><br></div> <div>라며 다정스러운 말을 한껏 내뱉고선 볼에 키스를 해주고 나선다. </div> <div><br></div> <div>사랑받는다. 누가봐도 느껴진다.</div> <div>이번엔 다르지 않을까? </div> <div><br></div> <div>그가 떠나고 나를 위해 올려둔 모카 포트에서 다시금 짙은 커피냄새가 난다. </div> <div>그에게 만들어준 것과 같이 또 작은 팟에 우유를 담고 거품을 낸다. </div> <div><br></div> <div>그를 위해 만들었던 커피보다 덜 예쁜 커피가 만들어 졌다.</div> <div><br></div> <div>나를 위해 잘라둔 황금빛 빵과 커피를 들고 방으로 향한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대게 아침에 운동을 한 후에 무언가를 먹지만 이제 순서를 바꿔야겠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여기저기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아침식사를 하고, 담배를 다 말아 놓았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름의 오전시간이 끝이 난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운동을 하려 옷을 챙겨입는다. </div> <div><br></div> <div>이래저래 바쁜 일덕에 한동안 운동을 못했더니 금새 숨이 찬다. </div> <div>담배 때문일거라 생각하며, 전에 하던 만큼의 운동을 한다.</div> <div><br></div> <div>10초의 휴식과 시작이라는 말 소리에 몸이 계속해 반응을 한다. </div> <div>몸이 한껏 뜨거워 졌다. </div> <div><br></div> <div>붉게 변한 내 얼굴과 몸을 바라본다. </div> <div><br></div> <div>몇 주전에 풀려버린 내 왼쪽 쌍커풀을 바라본다.</div> <div>짝 눈이 되었다. 옆구리에 군살이 생겼다. </div> <div>다리의 근육이 줄어들었다. 엉덩이가 조금 쳐졌다. </div> <div><br></div> <div>왜인지 모든게 맘에 들지 않는다. </div> <div>오늘 하루 운동했다고 변할 것들이 아니기에 그냥 바라보고 서있었다. </div> <div><br></div> <div>나를 바라보기를 그만 두고 싶어서 서둘러 스트레칭을 한다. </div> <div><br></div> <div>방에 있는 달력을 한장 넘긴다. 남아있는 달력이 없다. </div> <div><br></div> <div>올해에 난 무엇을 했나하며 샤워하기 전에 날 바라본다.</div> <div>상기된 얼굴이 제자리로 돌아와있다. 뜨거웠던 몸이 이내 식어있다. </div> <div>시간은 이렇게 흘러가나보다. </div> <div><br></div> <div>이번달은 무슨 일들이 있을까, 내가 널 더 사랑하게 되었으면</div> <div>내가 주님의 길을 걸었으면, 내가 졸업을 하게 되었으면, </div> <div>내가 더 멋진 딸이 되었으면, 내가 걱정끼치지 않는 딸이 되었으면, </div> <div>내가 감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내가 날 더 사랑할 수 있었으면, </div> <div>내가 그에게 드리는 기도들처럼 모든게 다 그렇게 되었으면. </div> <div><br></div> <div>오늘 점심겸 간식으로는 콩 샐러드와 삶은 계란을 먹을 예정이다.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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