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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diet_83863
    작성자 : 허숭숭
    추천 : 3
    조회수 : 384
    IP : 95.237.***.117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12/01 19:06:14
    http://todayhumor.com/?diet_83863 모바일
    십이월 일일
    지난 밤, 늦은 11시 자정이 되기 13분 전 쯔음 전화가 왔다. 

    '오늘 일 일찍 끝났어, 이제 출발할꺼야. 밥 먹었어?' 
    '월요일이라 손님들이 많이 없었나봐, 보고싶어 빨리와'

    동거를 하게 되었다. 방값을 아끼자는 명목 아래 이렇게 되어버렸다.
    레스토랑 일을 시작하게 된 남자친구는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자정을 넘어서 일이 끝난다. 
    출근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서 인지 혼자서 시간 쓰는 일이 많아서 한편으론 잘됬다고 생각한다. 

    밤 늦게 치타폰이 울린다. 반가운 얼굴이 문 앞에 서있다. 
    어서와 인사를 하고 한껏 껴안는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본다. 
    낮에 사둔 와인을 몇 잔 마시며 작업하고 있다고 말을 하자, 부엌에서 컵을 들고 내게로 온다. 

    각자 해야 할 일들을 하고선 3시 반이 넘긴 새벽에 잠이 들었다.

    7시 50분에 눈이 떠졌다. 옆에 있는 사람을 깨워 묻는다. 

    '커피 끓여줄까?' 

    응, 이라는 대답을 듣고서 샤워를 하러 가는 그 사람을 뒤따라 부엌으로가 모카에 커피를 담는다.

    아직도 어색하다. 
    한달 넘게 같이 지냈다만, 동거는 다른 이야기니까. 

    이미 한번의 동거 경험이 있었다. 타지에 오고 나서 처음, 현지인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
    집값을 아끼자는 이유로 그 친구 집에서 함께 살았던 적이 있었다.
    예쁜 고양이 한마리도 같이 키우며 지냈다만, 너무 가까이서 서로를 오래 바라봐서 그런지
    모든게 금방 끝나버렸다. 

    나와 같이 청소를 해주지 않는 그 사람이 싫었었다. 
    예쁜 내 고양이의 화장실을 비워주지 않는 그가 싫었다. 
    부엌 싱크에 쌓여진 그릇들을 치우지 않는 그가 싫었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올려진 변기 커버를 보기 싫었다. 

    누가봐도 사소한 이유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그가 싫어졌다. 
    이런 사소한 이유들을 가지고 트집잡는 내가 그는 싫었었나보다, 이내 맘이 떠남을 느꼈다. 

    또 이런 상황이 돌아오게 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모카에선 짙은 커피향이 퍼져나간다. 
    작은 팟에 우유를 담고서 예쁘게 거픔을 낸다, 머그겁을 살짝 데워놓고 그 안에 우유를 넣는다.
    위에 커피를 쏟아 붓는다. 예쁜 냄새가 난다. 

    샤워를 마친 그는 어느새 내 옆에와 있다. 
    커피를 건낸다. 

    연말이라 마트에서 많이 파는 파네또네 빵을 조금 잘라 나름의 아침상을 차려준다. 
    후에 내가 먹을 몫까지 잘라 옆에 두고선, 이미 끓여버린 모카를 비우고
    나를 위해 새 커피를 올려 놓는다. 

    옷을 챙겨입은 그가 내게 말을 한다.

    '어제 콩 삶아 둔걸로 샐러드 만들어 놨어 치킨 육수 간 다해 놨으니까 밥 먹기 싫으면 그거라도 끓여 먹어. 
    혼자 와인 다 마실까봐 숨겨놨으니까 찾지말고, 갔다 올께 
    런치 끝나고 쉬는 시간 길게 나면 집 들릴께 나갈거면 알려줘.' 

    라며 다정스러운 말을 한껏 내뱉고선 볼에 키스를 해주고 나선다. 

    사랑받는다. 누가봐도 느껴진다.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 

    그가 떠나고 나를 위해 올려둔 모카 포트에서 다시금 짙은 커피냄새가 난다. 
    그에게 만들어준 것과 같이 또 작은 팟에 우유를 담고 거품을 낸다. 

    그를 위해 만들었던 커피보다 덜 예쁜 커피가 만들어 졌다.

    나를 위해 잘라둔 황금빛 빵과 커피를 들고 방으로 향한다. 

    대게 아침에 운동을 한 후에 무언가를 먹지만 이제 순서를 바꿔야겠다. 

    여기저기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아침식사를 하고, 담배를 다 말아 놓았다. 

    나름의 오전시간이 끝이 난다. 

    운동을 하려 옷을 챙겨입는다. 

    이래저래 바쁜 일덕에 한동안 운동을 못했더니 금새 숨이 찬다. 
    담배 때문일거라 생각하며, 전에 하던 만큼의 운동을 한다.

    10초의 휴식과 시작이라는 말 소리에 몸이 계속해 반응을 한다. 
    몸이 한껏 뜨거워 졌다. 

    붉게 변한 내 얼굴과 몸을 바라본다. 

    몇 주전에 풀려버린 내 왼쪽 쌍커풀을 바라본다.
    짝 눈이 되었다. 옆구리에 군살이 생겼다. 
    다리의 근육이 줄어들었다. 엉덩이가 조금 쳐졌다. 

    왜인지 모든게 맘에 들지 않는다. 
    오늘 하루 운동했다고 변할 것들이 아니기에 그냥 바라보고 서있었다. 

    나를 바라보기를 그만 두고 싶어서 서둘러 스트레칭을 한다. 

    방에 있는 달력을 한장 넘긴다. 남아있는 달력이 없다. 

    올해에 난 무엇을 했나하며 샤워하기 전에 날 바라본다.
    상기된 얼굴이 제자리로 돌아와있다. 뜨거웠던 몸이 이내 식어있다.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나보다. 

    이번달은 무슨 일들이 있을까, 내가 널 더 사랑하게 되었으면
    내가 주님의 길을 걸었으면, 내가 졸업을 하게 되었으면, 
    내가 더 멋진 딸이 되었으면, 내가 걱정끼치지 않는 딸이 되었으면, 
    내가 감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내가 날 더 사랑할 수 있었으면, 
    내가 그에게 드리는 기도들처럼 모든게 다 그렇게 되었으면. 

    오늘 점심겸 간식으로는 콩 샐러드와 삶은 계란을 먹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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