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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diet_123911
    작성자 : 은가비★
    추천 : 3
    조회수 : 835
    IP : 58.126.***.95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8/10/23 19:48:23
    http://todayhumor.com/?diet_123911 모바일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나서도 나는 왜 이러고 있는가.
    옵션
    • 창작글

    안녕하세요, 오유 다게 여러분. 다이어트 성공 인증샷만 냅다 올리고 오지 않은지 대략 보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오랜만이에요, 다들 잘 지내셨나요?


    오랜만에 와서 하는 이야기가 이런 푸념글입니다. 시험공부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울컥해서 오랜만에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려봅니다.



    제 지난글을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80kg이상에서, 체중 53kg, 체지방률 20%, 체지방량 10.8kg로 감량했습니다. 제 키가 165cm에서 166cm정도 됩니다. 장장 2년 간에 걸친 다이어트였고, 수치상으로는 이제 더이상 뺄 살이 없고, 심지어 체지방도 더 빼면 네 몸이 위험하다, 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래요, 현재 상태로는 전 다이어트에 성공한 셈입니다. 허리 25인치 바지도 널널히 입고, 덜렁거리는 살들은 위로 올라붙은 게 느껴지고, 턱선과 목선이 제대로 드러났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지금 혼란스럽습니다. 이렇게 다이어트를 성공했다고 주위에서는 말해주고, 체중계도 말해주고, 제 인바디 수치도 말해주고 있는데 저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아요.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서 저는 음식을 편하게 여기질 못하고, 통제해야하는 대상, 참아야하는 대상, 골라서 철저히 관리해야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고 다이어트를 안 해도 되는 시점인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밥 한 숟갈 더 뜨는게 두렵고, 밀가루 음식이나 튀긴 음식은 한 입만 먹어도 죄책감이 들고, 매 끼니마다 어떻게 먹어야할지 피곤할 정도로 생각하며 다른 일들은 거의 하지 못하고, 패스트푸드나 단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도 막상 가서 먹질 못하고 돌아나온 적도 여러 번입니다. 조금만 많이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지고 배가 부른다는 느낌이 들면 두려움이 슬며시 차오릅니다. 이제는 이래도 돼, 가 아니라 이러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이 더 듭니다. 다른 분들은 다이어트 성공하면 신나서 너무 먹어대는 바람에 걱정을 한다는데, 저는 여전히 이렇습니다. 많이 먹다 보면 자제력을 잃게 될까봐 두렵고, 힘들게 뺀 살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돌아올까봐 두렵고, 먹고 싶은 음식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생기게 되면 그 음식을 두려움 때문에 먹지 못한다는 사실에 다시 두렵습니다. 저는 다이어트를 성공하고나서도 두려움 속에 살고 있어요.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후 조깅에 재미를 붙인지라 매일 아침 공복으로 30분 정도 보통 속도로 산책로를 뛰고, 저녁 때 코어, 하체, 상체 근력 운동을 하루씩 번갈아가며 10분 정도 하는 것, 되도록 많이 걷고 계단을 꼬박꼬박 타고 다니는 것 정도는 매일 하고 있습니다. 운동량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지금 먹는 양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글쎄요, 음식 먹기에 고도의 신경을 쏟아야하는 현재 상태라면, 음식 먹기가 일상적이고 당연한 일이 아닌 너무도 부담되고 큰 일처럼 느껴지는 지금이라면 음식 양을 늘리는 것은 어림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개인적으로 곰곰히 생각해보면 식이 장애의 초기 증상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이 조금 잘못되어있을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대로 잘 먹고 운동하면서 뺐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삼시 세끼를 먹는 행위조차 편하게 할 수 없다면, 제 모든 일상이 제어되고 온갖 수치 속에서 사는 것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가정의학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 볼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런 제 상태에 대한 여러분들의 조언 또한 감사히 받으려고 합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요? 왜 저는 음식에 대한 죄책감, 불안감,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며, 어떻게 하면 조금 편하게, 일상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수 있을까요? 


    너무 포괄적인 말이고 막연한 말이지만, 아무 말이나 자유롭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출처 시험 공부가 안 되서 슬며시 기어들어온 나
    은가비★의 꼬릿말입니다
    나는야 수다쟁이 이야기꾼. 
    나는야 알뜰살뜰 뻘글쟁이.
    나는야 지상최강 허풍쟁이.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8/10/24 10:22:21  220.94.***.139  ㄲㅃ  729087
    [2] 2018/10/25 08:14:04  203.255.***.30  그대라는행운  720788
    [3] 2018/10/25 15:10:11  211.46.***.253  이토깽  637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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