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남편은 월요일 저녁마다 동네 탁구 모임에 가요.
동네 모임이라고 우습게 보고 갔다가는, '발리고 온다'고 해요.
우리 동네에는 중국인 인구가 많은데, 추리닝 입은 할아버지라고
얕봤다가는 돌상에서부터 탁구채를 잡으신 무림의 고수들이 공을 휜 방향으로 서브를 넣으며 한 바퀴의 랠리도 허용치 않으신대요.
옛날 초등학교 앞 동네 오락실처럼, 치고 싶은 상대방이 있는 테이블 앞에 탁구채를 순서대로 쌓아놓고 대전을 하여 지는 사람은 빠지고 다음 도전자가 밀려드는 식이랍니다.
제 생일 선물로 뭐가 가지고 싶냐고 남편이 묻기에, "당신이 일주일에 두 번씩 운동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어요.
그리하여 가벼운 몸이 되고 싶은 남편은 바나나 하나만 먹고 두 시간동안 탁구를 치고 왔지요.
그동안 저는 뒷마당에 본격적으로 솥을 걸어놓고 육개장을 끓여요.
인스턴트 팟에 고사리와 토란대를 삶으면 금방 야들야들해지기 때문에, 잘 익는 나머지 재료는 아까 익힌 고사리 토란대와 함께 곰솥에 때려넣고 애 셋과 씨름하는 동안 육개장은 저절로 끓어요.
애 셋 중 둘을 재우고 나니 남편이 왔어요.
두 시간동안 컴컴한 데서 안 자고 있던 한놈은 노력이 가상하여 방생해 주고, 땀 흘리고 온 남편과 함께 먹으려고 밥상을 차렸어요.
하얀 쌀밥에 뜨거운 육개장을 훌훌 끼얹어요.
친구가 사과를 갈아넣고 담가준 새콤하니 톡 쏘는 무 석박지를 꺼내 둘이 마주 앉았어요.
아쉬운 놈이 우물 판다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라 열심히 끓여대다 보니 제 육개장은 점점 더 맛이 좋아져서 어렸을 때 초가집인 외갓집 마루에서 곤로에다 끓여먹던 외할머니표 육개장 맛이 나기 시작해요.
원래 양지머리를 통으로 삶아 찢어서 그 육수에 끓이곤 했는데, 애 셋 낳고 시간이 없어서 그냥 썬 쇠고기를 해동도 시키지 않고 봉지채로 국에다 투하를 해서 그런가 적당히 촌스럽고 투박한 맛이 나고 아주 좋아서 밤 9시에 두 그릇이나 먹고 말았어요.
남편은 건강한 돼지가 되어가고, 저는 그냥 돼지가 되어간다. ㅠㅠ 아... 젖소 돼지인가요? ㅠㅠ
출처 | http://foodiechicago.tistory.com |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 제 목 | 이름 | 날짜 | 조회 | 추천 | |||||
---|---|---|---|---|---|---|---|---|---|---|
41 | 두 가지 재료로 간단하게 만드는 단짠단짠이 조화로운 크림치즈 팬케익 [6] | 시카고댁 | 18/03/15 04:35 | 319 | 25 | |||||
40 | 봄이 와서 담근 파김치를 가니쉬로 그릴드 오징어 [2] | 시카고댁 | 18/03/14 10:27 | 210 | 13 | |||||
39 | 크림을 너무 많이 넣어 폭망한 도지마롤과 마녀 스프 [6] | 시카고댁 | 18/03/02 02:39 | 439 | 18 | |||||
38 | 시카고 리얼터가 평창 올림픽 엽서를 광고로 보내왔어요. | 시카고댁 | 18/01/24 05:00 | 78 | 0 | |||||
37 | 애 셋 아빠의 탁구 후 생굴과 마구로 드링킹 [14] | 시카고댁 | 17/11/14 14:06 | 249 | 12 | |||||
36 | 스테이크 멍게젓 파김치 삼합 [4] | 시카고댁 | 17/11/08 13:21 | 264 | 16 | |||||
35 | 아버님께 올리는 마들렌 인증샷 [13] | 시카고댁 | 17/11/08 02:03 | 265 | 14 | |||||
▶ | 애 셋 아빠의 탁구 후 육개장 [10] | 시카고댁 | 17/11/07 13:44 | 223 | 13 | |||||
33 | 오 수재너 이 노래부르자 | 시카고댁 | 17/10/29 13:19 | 76 | 0 | |||||
32 | 애 셋 아빠의 스팸 김밥 [2] | 시카고댁 | 17/10/27 04:54 | 339 | 21 | |||||
31 | 하루 중 두번째로 행복한 때 [6] | 시카고댁 | 17/10/19 03:27 | 383 | 14 | |||||
30 | 이니 굴짬뽕이 안 부러운 애셋 아빠의 베이컨 짬뽕 [2] | 시카고댁 | 17/10/16 11:13 | 294 | 17 | |||||
29 | 길가다가 욕했어요 ㅠㅠ [9] | 시카고댁 | 17/10/13 07:08 | 413 | 5 | |||||
28 | 애셋 아빠의 성게 미역국 [6] | 시카고댁 | 17/10/12 03:40 | 378 | 23 | |||||
27 | 평등의 땅 [4] | 시카고댁 | 17/10/12 02:55 | 121 | 1 | |||||
26 | 애셋 아빠의 냉면 [2] | 시카고댁 | 17/09/29 03:58 | 334 | 17 | |||||
25 | 애셋 아빠의 파스타 [5] | 시카고댁 | 17/09/26 10:42 | 220 | 12 | |||||
24 | 세살배기의 혼밥 [2] | 시카고댁 | 17/09/17 02:31 | 369 | 13 | |||||
23 | 아들 머리 바리깡으로 밀어줬더니... [10] | 시카고댁 | 17/09/15 00:01 | 260 | 6 | |||||
22 | 닭 튀기는 날 보나스 도나쓰 [3] | 시카고댁 | 17/09/13 12:59 | 301 | 13 | |||||
21 | 인스턴트팟 버튼 하나로 만드는 간단 카레 [2] | 시카고댁 | 17/09/13 10:59 | 281 | 6 | |||||
20 | 공중 부양 | 시카고댁 | 17/09/07 00:53 | 92 | 4 | |||||
19 | 아들의 핑크 크락스 | 시카고댁 | 17/09/06 12:56 | 92 | 5 | |||||
18 | 인스턴트팟으로 간단히 끓이는 얼큰한 육개장 [1] | 시카고댁 | 17/08/31 08:04 | 268 | 17 | |||||
17 | 싫어 싫어 안 가 관성의 법칙 | 시카고댁 | 17/08/27 23:34 | 121 | 7 | |||||
16 | 양쪽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이유 [9] | 시카고댁 | 17/08/26 07:46 | 134 | 11 | |||||
15 | 미쿡 초딩 개학하다 [7] | 시카고댁 | 17/08/25 00:42 | 98 | 10 | |||||
14 | 홈메이드 아이스 라떼 [4] | 시카고댁 | 17/08/23 10:01 | 233 | 12 | |||||
13 | 립아이 스테이크 [11] | 시카고댁 | 17/08/22 12:10 | 248 | 14 | |||||
12 | 엎어진 김에 쉬어가는 맥주집 [13] | 시카고댁 | 17/08/22 04:39 | 576 | 16 | |||||
|
||||||||||
[1] [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