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아버지께서 밖에서 담배를 태우시고 집에 들어오시더니 손에 뭔갈 쥐고 계셨다. 그리곤 '00아 집 문앞에 이렇게 붙어 있었다?'라고 말씀 하시며 들고 있던중국지 메뉴표를 보여 주셨다. 분명 탕수육이 드시고 싶으신 것일테다. 튀김요리에 대한 선호도는 나 같은 경우 치킨, 아버지는 탕수육, 어머니는 짬뽕이 맛있다고 하셨어... 어머니는 짬뽕이 맛있다고 하셨어. 야이야이야~인데. 문제는 20~30분 전에 내가 라면을 끓여 먹었고 어머니는 그 전 3~40분 전에 갓 지은 팥밥이 맛있다며 양념게장과 함께 드셨던 것이다. 그전 3~4시간 전엔<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어머니께서 팥 밥 지으려고 삶던 팥의 일부를</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가</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강탈해서 팥소를 만들었고 말이다.</span></div> <div><br></div> <div>결국 아버지께서도 남은 양념게장과 함께 밥을 드셨는데, 쉬는 주말에 드시고 싶은 음식도 못 드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처량하드랬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문제는 점심 때 쯤 잘못된 레시피로 팥소를 만들면서 일깨워진, '0요일은 내가 요리사!' 기운이 아직 몸안에 남았던 나는 냉장고에 뜯긴 채로 남아 있던 두부가 떠올랐고 얼마전 냉부에서 봤던 튀김들이 머릿 속을 빙빙 돌던 것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아, 거 방송 보면 허연 가루 물에 개어서 대충 튀길 것 넣고 기름에 튀기던데 나라고 못할 쏘냐?'</div> <div><br></div> <div>그렇게 난 주방에 섰다. 재료는 두부 반모, 밀가루, 소금 찔끔, 후추 쬐끔, 물. 후라이빵, 기름. 소스는? 돈까스 소스랑 치킨 등 시키고 딸려온 소스에 찍어먹으면 된다.</div> <div><br></div> <div>일단 부두는 두쪽으로 쪼갠 나무 젓가락의 뒷부분을 다시 포갠 정도의 두께로 잘랐다.</div> <div>그리곤 냉면 그릇에 밀가루를 붓고 소금과 후추를 넣은 뒤 방송에서 보던 그 걸쭉함을 상상하며 물을 넣고 손으로 밀가루가 뭉치지 않게 풀어주었고</div> <div>기름은 많이 쓰면 그러니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게 둥근 후라이팬에다가 미리 썰어놓은 두부가 반쯤 잠길 정도로만 부었다. 남으면 계란 후라이용 팬에다가 부어서 써야지.</div> <div>기름의 양이 적어서 그럴까? 금세 달궈진 후라이팬에 튀김 옷(?) 튀김 반죽(?) 튀김 물(?)을 묻히고 넣었더니 자글자갈하는 소리와 튀겨지는 그 모양세로 보아 우연찮게도 온도가 제대로 맞아 떨어진 모양이다. 그렇게 먼저 튀겨진 두부들을 뒤집고, 커플 마냥 붙은 것들은 찢어 놓고 완성하니 처음 시도한 튀김 치곤 훌륭했다.</div> <div><br></div> <div>첫 작품을 그릇에 담아 아버지께 '간은 안 맞으니 돈까스 소스라도 뿌려 드시그랴!'하고 드리니 퍽이나 기뻐 하셨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남은 두부들을 튀기고 먹어보니 바삭하니 맛있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7/1437145087EnlB4TFnMerXBykovDUszz5QLEwygb.jpg" width="800" height="450" alt="20150717_214758.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7/14371450919sM5mvfJ8mStnjEKeJzLOv.jpg" width="800" height="450" alt="20150717_215130.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div>미쳐 못 찢은 두부 커플은 입 안에서 와그작 와그작 흔적도 없이 씹어 버렸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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