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꿈을 꿨다.</p><p><br></p><p>백화점에서 자동차 왁스를 한 통 샀는데</p><p><br></p><p>그게 10억번째 생산된 제품인가 하는 이유로</p><p><br></p><p>주황색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에 당첨되었다.</p><p><br></p><p><br></p><p>그간 모아놨던 적금을 다 깨서 제세공과금 8천만원을 내고</p><p><br></p><p>혹시나 가지고 오다가 사고날까봐 30만원 들여서 딜리버리카를 불렀다.</p><p><br></p><p>통장엔 수천원 정도가 남아있었다. </p><p><br></p><p>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놓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p><p><br></p><p><br></p><p>혹시 슈퍼카를 처음 타는 거라 사고가 날까봐</p><p><br></p><p>포르쉐 카레라를 렌트해주는 드라이빙스쿨에 등록해서 100만원짜리 강습을 받고</p><p><br></p><p>떨리는 마음으로 돌아와 무르시엘라고에 시동을 걸었다.</p><p><br></p><p><br></p><p>지하주차장에서 한참동안 엔진음에 취해 있다 보니</p><p><br></p><p>주유등에 불이 깜빡이고 있었다.</p><p><br></p><p>아차, 기름을 넣어야겠구나.</p><p><br></p><p><br></p><p>집앞 셀프주유소에 가져가 고급휘발유를 선택하려는데 무려 3천원이었다.</p><p><br></p><p>오늘 하루 정말 미친듯이 타겠다는 일념으로 가득을 누르고 기름을 넣는데 기름이 끝도 없이 들어갔다.</p><p><br></p><p>정확히 30만원에서 주유기가 멈췄다.</p><p><br></p><p>영수증을 받아든 손이 떨렸다.</p><p><br></p><p>그냥 갖다 팔아버릴까.</p><p><br></p><p><br></p><p>그래도 평생에 다시 없을 기회라 생각하며</p><p><br></p><p>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p><p><br></p><p>아뿔싸, IC 바로 앞에 사고가 나 있었다.</p><p><br></p><p>한참을 옴짝달싹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p><p><br></p><p>가만히 서 있는데도 기름 게이지가 조금씩 떨어지는 게 보였다.</p><p><br></p><p>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핸들을 꺾는데</p><p><br></p><p>'드드득' 하고 가드레일에 휀다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p><p><br></p><p>다시금 내 통장 잔고와, 방금 넣은 기름값이 생각났다.</p><p><br></p><p><br></p><p>서러운 기분에 핸들에 이마를 대고 엉엉 울다가 잠에서 깼다.</p><p><br></p><p>어른이 되니 꿈까지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p><p><br></p><p>........ 아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