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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겨울이 온 적은 없었다. 아니다, 정정한다. 나는 겨울로 찾아간 적이 없었다. 이것이 더 올바른 표현이고, 합당한 표현일 것이다. 내 인생의 기억나는 순간부터는 언제나 병원에 있었던지라, 추운 겨울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크리스마스도 나에겐 거리가 먼 개념이었다. 눈은 더더욱 그러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가루들을 보며 막연하게나마 눈이 내린다고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혹은 애석하게도, 느낄 순 없었다. 병원의 크리스마스는 겨울의 기온으로 내 건강이 악화되어 집중 치료를 받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받고 싶은 선물은 애초에 내게 없었다. 내게 겨울은 그랬다. 봄과 다르지 않았고, 여름과는 약간의 온도와 습도 차이만 있었다. 병원이니까. 병원은 언제나 항상성을 가지는 법이니까.
그 뒤에도 나는 겨울로 찾아가지 않았다. 한 달 남짓 되는 시간의 반복으로는 계절의 변화라는 긴 시간에 다다르지 못했으며, 몇 번인지 모를 반복 사이에 계절은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나는 정지한 곳에 머물렀고, 변하지 않았다. 그것이 슬픈 적은 없었다. 나의 계절은 언제나 겨울이었으면 겨울이었지, 따뜻했던 적은 없었을 테니까. 내가 살아온 병원의 계절은 변함이 없었고, 병원 밖의 계절은 언제나 겨울이었다. 날이 따뜻하더라도, 말을 걸 수 없었으니, 살려낼 수 없었으니, 그리고 사랑할 수 없었으니.
그런 몇 년 만의 겨울을 나는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신비한 것은 아니었다. 알고는 있었고 느끼지만 못한 계절이니까. 등굣길은 추웠고 이따금 눈도 내렸다. 감흥은 없었다. 언제나 겨울이었다. 겨울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는 방학을 했고 나는 조용히 틀어박혀 지냈다. 방학동안 그녀를 가까이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슬펐으나, 달리 만날 핑계는 없었고 그녀에게도 나를 만날 이유는 없었다. 방학하는 날에 일부러 학교에 나오지 않은 뒤, 그녀가 통지서와 숙제를 알려주려고 찾아오게 할까 싶기도 했지만 미키 사야카의 훼방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너무, 어린애다운 발상, 이었다.
달리 할 일이 없는 나에게도 방학은 빠르게 지나서 벌써 몇주가 흘렀을 때, 토모에 마미의 전화가 왔다. 미키 사야카, 사쿠라 쿄코, 그리고 마도카까지 함께 가까운 유원지라도 가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당연히 대답은 거절이지만, 누가 제안한 것인지 물었다. 예상한대로, 당연히 토모에 마미였다. 질문을 한 나에게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미키 사야카가 나를 초대하는 걸 거절했는데, 마도카가 필사적으로 전화라도 해보자고 했다, 왠지 미키 사야카도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았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더 길어질 듯하여 나는 관심 없다는 투로 대답을 그만두고 있었다. 토모에 마미도 금방 알아차렸다. 그녀는 미안한건지,
“사진, 많이 찍어올게, 아케미 양” 이라 한다.
마지막 말에 대답을 않고 끊었다. 사진은 필요 없다. 온다면 받지 않을 것이고, 학교에서 준다면 거절할 것이다. 그녀들 사이에 내가 낄 필요도 없으며, 그녀의 모든 것을 함께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이미 소유했다. 이거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잘 알고 있다. 이런 거리두기가 스스로에게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미 나의 계절은 겨울인데, 나는 겨울방학에 빠져있다. 쓸모없는 방학을 보내려는 내가 슬퍼 나는 전화기 앞에서, 잠시 울었다. 다시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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