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지나가고 날이 바뀌는 게 두렵다. <div><br></div> <div>핸드폰에 디데이 카운터를 다운받아 고양이를 잃어버린 지 오늘이 몇번째날인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 </div> <div>2주뒤에 찾았다, 한달뒤에 찾았다 라는 글을 보고 고양이가 없어진 날을 숫자로 세면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아침부터 엄마랑 싸웠다. 사람을 보라고 사람과 정을 붙여야지 사물이나 다름없는 동물과 정을 붙이는 건 정신병이랬다.</div> <div>엄마가 죽어도 이렇게 슬퍼할 거냐고 해서 나는 고양이는 나 없으면 못산다고 했다. 엄마도 똑같이 소리질렀다. 나도 너 없이는 못살아! 라고. 고양이는 자기 알아서 잘 살거라고. 정 그리우면 똑같은 거 하나 사서 키우라고 헀다. 가족을 그런 식으로 나사 바꿔끼우듯이 대체할 수 있는 거 아니라고 맞받아쳤다. 나더러 정신차리라고 댓바람부터 소리를 버럭 버럭지르며 싸워서 머리가 아팠다. </div> <div><br></div> <div>요즘에는 내가 내가 아닌 기분이다. 누가 말을 해도 잘 듣지도 않고 핸드폰으로 혹시 고양이에 대해 뭔가 올라왔을까 하고 메신저나 사이트를 체크한다. 말이 끝난 다음에 뭐라고 했어? 라고 되묻는 게 태반이다. 고양이 때문에 중요한 일상을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div> <div><br></div> <div>어제 비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소나기라기에는 너무 바람도 거세게 불고 빗방울도 굵어 걱정이 되었다.</div> <div>집을 나서는데 내가 몇일전에 붙여둔 고양이 전단지가 비에 우글어져 있었다. 나가기 전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캣닙을 문앞에 잔뜩 뿌려놓았다.</div> <div><br></div> <div>고양이는 나를 닮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뭔가 조금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다. 관심좀 가져줬으면, 날 더 예뻐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미움도 많이 샀다. 고양이도 그랬다. 한번 보호소에서 죽을 뻔 한지라 그런지 매사에 최선을 다했다. 더 예뻐해달라고 한시도 빠짐없이 관심을 요구했다. 그런 모습이 나와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빈자리가 더 크다.</div> <div><br></div> <div>캐스트 어웨이라고, 무인도에 떨어진 주인공의 이야기가 줄거리인 영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배구공 윌슨을 기억하지만 나는 주인공이 마침내 집으로 돌아와 부인을 만난 장면이 더 인상이 깊었다. 주인공이 없는 동안 가족들은 슬픔을 이기고 새 가정을 이루었다. 죽을 힘을 다해 살아왔지만 더이상 주인공에게는 살아 돌아올 명분 따위가 없어진 것이 슬펐다. 웃긴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아침에 출근하는 데 그 영화가 생각났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지만 어느 고양이든 내 고양이가 될 순 없었다. <span style="font-size:9pt;">그래서 나에게도 빈 자리를 남겨두기로 했다. 이 자리는 고양이 자리다. 무언가를 채워넣기보다는 언젠가 고양이가 돌아올 때를 위해서 비워두는 자리다....</span></div> <div><br></div> <div>전단지가 바래고 내 고양이를 잃어버린 것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더라도</div> <div>언젠가는 다시 만나리라. 반드시 다시 찾으리라 믿는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