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곳은 전북 소도시의 외각이었다. <div><br></div> <div>그것도 가장 가까운 마을이 걸어서 30분 넘게 걸리는 외딴 집이 나의 고향이자 조부모님이 살던 곳이다.</div> <div><br></div> <div>부모님은 일찌감치 도시로 올라와 생업을 꾸리셨기에 우리 가족은 도시에 살았지만 </div> <div><br></div> <div>방학이면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와 여동생은 시골로 내려가 조부모와 지내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되어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 곳에는 또래의 친구도 없었고, TV도 한 두 채널만 나왔기에 </div> <div><br></div> <div>나와 여동생은 시골에서 기르던 강아지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울려 들과 강가를 싸돌아 다니며 노는 것이 일과였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렇게 평범한 4학년 여름방학, 내 생애 가장 많은 교감을 나눴고 지금도 가장 그리운 거뭉이를 만났다.</div> <div><br></div> <div>처음 봤을 때도 한 덩치하던 녀석이 아직은 강아지라는 말을 들었을 땐 왠지모를 기대감에 더욱 그녀석이 좋았다.</div> <div><br></div> <div>세퍼드 혼혈이라고는 했지만 순혈 세퍼드 못지 않게 잘생긴 녀석이었다. 비록 암컷이었지만 정말 잘생긴 녀석이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잘생긴 것보다 좋았던건 정말 똑똑했다.</div> <div><br></div> <div>우리 시골집이 개들에는 명당인지 시골에서 놓아 기르던 녀석들은 대부분이 평균이상의 지능을 가졌고 그중에서 거뭉이는</div> <div><br></div> <div>지금 생각해도 인격을 가졌을거라 생각될 정도로 똑똑했다. 물론 나의 어린시절 기억의 왜곡일지는 모르겠지만...</div> <div><br></div> <div>몇 백미터 밖에서라도 휘파람을 불면 전력질주로 일분이면 달려와 크고 순진한 눈망울로 왜 불렀나고 쳐다보며 긴 혀를 내밀고</div> <div><br></div> <div>헐떡이던 녀석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div> <div><br></div> <div>시골에 유배아닌 유배를 와 있는 나와 동생을 위해 가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읍내에 나갔다오신 할아버지가 사다주시는 정말 귀한 과자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여동생과 반을 가르고 내 몫의 반을 다시 거뭉이에게 나눠줬었던 걸 보면 난 거뭉이가 정말 좋았던 모양이다.</div> <div><br></div> <div>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여동생 몫보다는 내 몫이 많았고 역시 거뭉이와 나눈 것중 내 몫이 많았던거 같긴 하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물론 귀한 과자를 개따위게 나눠준다며 역정을 내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피해 곳감 빼먹듯 조금씩 몰래 나눠주거나</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일부러 바닥에 흘리는 짓을 했지만 영악해봤자 아이의 행동이라 늘 할아버지 할머니께 들켜 혼이 났지만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혼자 맛 있는 걸 먹으면 거뭉이가 삐질까봐 과자를 몰래 숨겨 뒀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거뭉이와 나눠 먹기도 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br></div> <div>여름방학이 끝나고 나와 동생은 다시 도시로 돌아왔지만 난 거뭉이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div> <div><br></div> <div>그러다 추석연휴에 시골에 내려갔을 때 이제 막 시골집 가는 길에 접어들어 집까지는 차로도 5분이 넘게 걸리는 곳에서부터</div> <div><br></div> <div>난 마구 휘파람을 불어댔다. 아버지는 쓸데없는 짓이라며 핀잔을 주셨지만 시골집이 저 멀리 보이는 곳까지 날 마중나온</div> <div><br></div> <div>거대한 거뭉이를 보면서 "하...그놈 똑똑하긴 똑똑한가 보네"라며 웃으셨다.</div> <div><br></div> <div>난 바로 차에서 내려 거뭉이와 같이 걸어가려 했지만 어머니는 애써 입힌 추석빔이 엉망이 될까 걱정이 되셨는지 내리지 못하게하셨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오랫만에 본 내가 반가웠는지 차 옆에 너무나 가까이 붙어 움직이는 거뭉이때문에 결국 내리는 걸 허락하셨다.</div> <div><br></div> <div>두어달 만에 본 거뭉이는 몸을 일으켜 세우면 내 머리가 그 녀석 턱 밑에 들어갈 정도로 거대해져있었다.</div> <div><br></div> <div>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연신 거뭉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골길을 걸어 집에 갔을 땐 할아버지보다 개가 좋으냐며 역성을 내시는 </div> <div><br></div> <div>할아버지께 아양을 떠느라 저녁 먹을 때까지 꼼짝 없이 할아버지 옆에 붙어 있어야했지만 저녁에 먹고 남은 뼈다귀등을 보니 좀이 쑤셨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 역시 포기하셨는지 "고놈 참...."이라며 웃으셨고 난 상위에 흩어져 있던 생선뼈며 고기뼈를 내 빈 밥그릇에 쓸어담아</div> <div><br></div> <div>마당으로 나갔다. 거뭉이도 날 기달렸는지 마당 앞에 엎드려 있다 날 보자 신나서 이리 저리 껑충거렸는데 아무래도 내 손에 들린</div> <div><br></div> <div>밥그릇이 더 반가웠던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ㅎㅎ 짧은 연휴를 마치고 도시로 돌아가는 날 거뭉이는 십분 넘게 아버지차를 따라왔다.</div> <div><br></div> <div>비포장 시골길이라지만 차로 십분이나 걸리는 거리를 배웅하던 그녀석을 보며 겨울 방학이 되면 바로 내려올께라는 약속을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도시에서의 시간은 시골에서보다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을 아마 이때 처음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난 겨울방학이 되자마자</div> <div><br></div> <div>어머니를 졸라 혼자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타고 시골에 내려가는 여행을 감행했다. 지금생각해도 무슨 배짱이었는지 ㅎㅎ</div> <div><br></div> <div>자주 다니던 덕에 길도 잘 알았거니와 할아버지께서 읍내 터미널까지 나와주시기로 약속한 터라 11살짜리가 겁도 없이 </div> <div><br></div> <div>전주 고속버스터미널을 거쳐 전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표까지 스스로 사서 시골 터미널에 여섯시간만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 </div> <div><br></div> <div>할아버지는 첫 손주인 나를 참 많이 아끼셨다. 나도 그런 할아버지를 많이 따랐지만 할아버지는 나에게 큰 어른이며 아버지보다</div> <div><br></div> <div>높은 존재였기에 어려웠다. 할아버지도 그런 점을 잘 알고 계셨지만 유별나게 거뭉이를 챙기는 나를 조금은 못 마땅해하셨다.</div> <div><br></div> <div>어째든 겨울은 정말 나와 거뭉이의 계절이었다. 눈이라도 내리면 덩치는 늑대만하지만 한살짜리 강아지인 거뭉이와 비글기 충만했던</div> <div><br></div> <div>난 추수끝난 논을 미친듯이 뛰어다녔다. 겨울이라 뱀걱정도 없었고 강가의 풀들도 다 죽어있어 평소에는 못가보던 강가나 산자락을</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마음껏 돌아다니며 다람쥐 굴을 찾거나 사람들이 미처 주워가지 못한 알밤을 찾아 이빨로 까서 나눠 먹기도 하면서 겨울의 낮을 만끽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해거름이면 작은방 아궁이에 앉아 군불을 때면서 낮에 주운 알밤이나, 할머니가 내어주신 고구마를 구워먹었다.</div> <div><br></div> <div>이때도 거뭉이는 나에게 정말 고마운 존재였다. 작은방 아궁이는 아궁이쪽을 제외하고 삼면이 노출된 구조였는데 불을 때고 있으면</div> <div><br></div> <div>얼굴을 비롯한 앞은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뜨뜻해지지만 등허리에는 등골시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추웠는데 거뭉이는 내 등뒤에</div> <div><br></div> <div>바싹 붙어 앉아 체온을 나눠주곤 했다. 털이 짱짱 많은 녀석이라 추위를 별로 안타고 오히려 뜨거운걸 피해 내 뒤에 숨은 건 아닌지</div> <div><br></div> <div>의심이 되기도하지만 어째든 나는 녀석 덕에 등골시릴 일이 없었으니까 ㅎㅎㅎ</div> <div><br></div> <div>그리고 이맘때즘 삼촌이 알려준, 거뭉이에게는 괴로운 놀이가 시작됐다. 일명 나 너 믿어 놀이.</div> <div><br></div> <div>별거는 아니다. 커다란 덩치의 개 답게 자주 입을 벌리고 있던 거뭉이 입 속 깊숙이 손을 집어 넣는 것이다.</div> <div><br></div> <div>물론 목구멍 쪽이 아니라 어금니 쪽으로 입안을 가로질러 아래턱을 살짝 잡아버리면 거뭉이는 커다란 갈색눈으로 날 바라보며 </div> <div><br></div> <div>"너 왜그래?"라며 묻는 것 같았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11살짜리 아이의 치기는 입을 못 닫아 괴로운 거뭉이의 입장보다 나에대한 충성심을 확인하고픈 욕망이 더 강했나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래도 지금까지도 이 놀이를 할 수 있었던 건 나뿐이었다. 삼촌이 시도하자 마자 주둥이를 털어버리며 일어나버렸고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관심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없으셨고 내동생은 개침을 정말 싫어했으니....아 결국 삼촌과 나중에 나만 할 수 있었던 거네.....어째든 삼촌이 시도하면 질겁하던 녀석이 내가하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하 귀찮지만, 내가 여기서 털어버리면 너 삐질꺼 다 안다"라는 달관한 표정으로 턱 아래 침 웅덩이가 생길때 까지 내손을 털어내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그렇게 거뭉이와 나는 나름의 추억을 쌓아가며 겨울 방학을 마치고 다음 여름방학을 기약하며 헤어졌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때 기약한 여름이 거뭉이와 나의 마지막 여름이 될꺼라곤 그땐 상상하지도 못했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