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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구석에 박혀있는 동전들을 꺼낸다. 그리고는 잘만들어진 저금통에 길쭉하게
구멍이 나있는 출입구로 그 동전들을 밀어넣었다. 이처럼 동전들을 모으기 시작한건 불과 몇일전부터이다.
요즘들어 돈을 해푸게 쓰다보니 통장에는 잔고가 별로 남지않았다. 평소 귀찮으면 체크카드로 팍팍 긁어대
는 버릇때문인지, 매달매달이 적자만 날뿐이다. 아직 나이가 그리 많지않아서 그렇지, 만약에 신용카드라
도 생기게 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신용불량자가 될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적은양에 동전들이라도 모아두
는것이다. 물론 이런 동전들을 모아봤자 크게 도움은 되지않겠지만, 이것이 나에겐 돈을 아끼기위한 첫걸음
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하는것이다.
"야, 왔냐?"
"어, 오랜만이네."
친구녀석을 오랜만에 만났다. 많은 살이 붙은것으로 보아, 꽤나 잘먹고 잘사는 모양이다. 나는 이처럼 헬쑥
해졌는데 말이다.
"왜이렇게 연락을 안했어?"
"그냥, 이것저것 바쁜일이많았어."
"그래?"
사실 바쁜일이라곤 없었다. 일도 짤린지 벌써 여러달이 지났었고, 통장에 잔고가 남지않자 외부와는 연락
을 끈어버리곤, 집에서 혼자 나날을 지새웠던것 뿐이였다. 가끔 부모님이 보내시는 몇푼으로 내가 자취하고
있는 집에 월세와, 물세 전기세등을 처리하고있었다. 하루종일 컴퓨터앞에 앉아 마우스를 만지작거리고있
는 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길가에 떨어져있는 담배꽁초와 마찮가지인 쓰레기에 불가했다.
친구와 간단한 담소를 나누려고 근처에 보이는 커피숍으로 향하였다. 블랙 커피를 두잔 시킨후 이런저런 이
야기를 나누었다. 요즘들어 하는일과 취미생활등등, 남자 둘이서 할수있는 이야기는 별것 없었지만, 꽤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나는 요즘들어 동전모으는 재미에 푹 빠졌어."
"동전? 저금을 말하는거야?"
"응, 동전들이 하나하나씩 쌓여갈때마다 왠지모를 환희가 느껴지거든?"
"참나, 나이먹은 녀석이 별 취미를 다가지고 있네.. 그럴시간있으면 변변한 직업 하나 구하기나해라 임마."
"야, 내가 지금 이꼬라지로 살지만 두고봐라구, 몇년사이에 멋진 모습으로 변해서 돌아올테니 말이야."
나의 말을 들은후, 친구는 어이없다는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괜히 쑥스러워 머리를 긁적거리며, 딴청을 부
렸다. 일과, 취미에서 시작하던 우리들의 이야기는 어느덧 남자들에 단골 이야기거리인 여자로 바껴가고있
었다.
"아직 그 여자친구랑은 잘되가고있는거야?"
"말도마, 얼마전에 깨졌으니까.."
"아, 미안하네.."
"아, 존나 그곳이 근질근질거려, 어디 좀 이 근질근질거림을 풀곳은 없나?"
"오랜만에 뽕집이나 갈까?"
"흠, 좋은 생각이긴 하다만.. 오늘은 좀 그렇다. 다음에 한번 가자구."
"그래."
그렇게 남자들에 무식한 대화가 끝이나고, 친구녀석이 빌지를 든채 계산대로 향하였다. 커피값을 계산하고
나자 동전여러개가 친구 손에 떨어졌다. 그는 동전을 집어든 손을 나에게로 내밀더니 나의 손바락위로 올려
놓았다.
"너, 동전 모으는게 취미라며? 이것들도 모아. 나는 어짜피 동전들은 별로 쓸곳이없으니까."
그러더니 친구녀석이 주머니에서 동전 몇개를 더 꺼내들어 나에게 주었다. 오늘은 나의 저금통에 배가 많
이 부를것만같다.
집에 도착하니, 온갖 습한 냄새들이 나의 코를 찌른다. 매일 집에만 있을때는 몰랐지만, 막상 밖에있다가
집으로 들어서니, 습도가 장난이 아니였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방으로 향하였다. 어느덧 나의 저금통이
눈에 보인다. 주머니를 불룩하게 채워놓은 많은양에 동전들을 꺼내어, 저금통 출입구로 쑤셔넣기시작하였
다. 어찌나 동전들이 많은지, 그것들을 다 넣는데만해도 시간이 꽤나 소요되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뿌듯하
였다. 왠지모를 오르가즘또한 느껴진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더 빨리 저금을 시작하였으면 좋았을텐데.
그이후 몇일에 시간이 지났다. 더이상은 참지못하여, 오늘 저금통을 개봉하려고한다. 어느정도에 동전들이
모여있을까? 벅찬 기대감을 감싸안으채, 커터칼을 집어들었다. 요모조모 잘만들어진 저금통에 출입구를 향
해 커터칼을 갖다대었다.
- 스으윽
저금통을 베는 소리는 무척이나 스산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금통에서는 떨어져야할 동전들은 나오질않
고, 이상한 액체만이 흘러내리고있었다. 나는 고개를 올려 저금통을 바라본다. 몇달전 나를 인정사정없이
차버린 여자. 그년이 바로 나의 저금통이다. 그녀의 음부가 곧 출입구요, 그녀의 질이 곧 저금통 내부였
다. 나는 들고있던 커터칼로 그녀의 음부를 좀더 깊숙히 도려내었다. 그러자 쇠덩어리들이 보이기시작한
다. 나는 손을 집어넣어 그것들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붉은 피가 덕지덕지 묻은 동전들이 꽤나 수두룩하게
모여있다. 이번 나의 저금은 꽤나 성공적인거같다.
이젠 1회용에 불가한 이것을 버리고 다른 저금통을 구해야겠다.
출처
웃대 - 와이구야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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