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ed src="http://pds20.egloos.com/pds/201104/08/80/01_Main_Theme_-_Kai.swf">
오늘 밤 하늘은 별이 참 많다. 작은 구름에 가려 달은 보이지 않지만, 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푸르게 빛난다.
아마 나의 외모로는, 수천번 비싼 화장품으로 메이크업을 한다 해도 저 아름다움의 발치에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베란다에 서서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본다.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멍하니 별들을 쳐다본다.
눈을 흐릿하게 떠서 별을 더 크게 보이게 하기도 하고, 텅 빈 유리병에 눈을 대고 하늘을 보아 저 별들을 유리병에 가둬 보기도 한다.
별을 감상하는 때만큼은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 같다.
정말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
'시간..?'
'앗'
황급히 시계를 보았다. 이럴 때가 아니다. 친구와의 약속에 늦게 생겼다.
다시 한 번 빛나는 별들을 살짝 올려 본 후 다시 커튼을 친다.
커튼으로 창밖과 단절된 나의 방은 무엇 하나 보이지 않는다.
신발을 신고, 허겁지겁 뛰어간다. 아차, 가방을 두고왔다.
다시 방으로 뛰어간다. 저 가방이 있어야 밤하늘이 빛난다. 특히 오늘 밤하늘은 저 가방을 필요로 한다.
----------------------------------------------------------------------------------------------------
갑자기 옛 생각이 난다. 6학년 첫 국어시간 발표 수업 때였던것 같다.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셨을 무렵이니 6학년 때가 확실하다.
선생님께서 오늘의 발표 주제를 불러주셨다.
"여러분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발표해보세요"
'음.. 어떤 것으로 해야 할까.'
다들 수군수군 거리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에겐 그것 보다 더 큰 고민이 있었다.
6학년에 막 들어설 무렵, 아버지가 직업을 잃으신 후 대인기피증 기질이 생긴 것이다. 때문에 그 여파로 발표를 할 때도 공포가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하지.. 발표를 어떻게 하지.. 주제는 무엇으로 하지..'
계속해서 떨며 고민하던 그때, 내 어깨를 부드러운 손이 어루만졌다.
"야 김연지. 너 또 그래? 야 걱정하지마, 부담 갖을 필요 없어. 너 글 진짜 잘 쓰잖아."
내 이름을 부르며 위로해주는 이 아이는 내 짝꿍이다. 활발하고, 인기 많고, 무엇보다도 정말 아름답다. 초등학생이지만 여기 저기 연예 엔터테이먼트 등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정도로 키도 크고, 예쁘다. 목소리도 참 곱다.
순간, 모든 고민이 해결되었다.
'그래, 하자. 주제는... 바로 너로 할게. 아름다운..'
글을 써내려갔다. 평소 글솜씨는 나쁘지 않기 때문에, 시작은 늦었지만 발표 시간에 맞춰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추스리러 잠시 짝꿍과 함께 화장실에서 심호흡을 하고 왔다.
내 차례가 오니 남자아이들이 키득 키득 웃기 시작했다.
'알아.. 안다고 나도 내 떨리는 목소리가 부끄러워..'
그러나 화를 내려 하기도 전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 김연지 학생 발표 시작하세요."
"아, 네."
글을 차분히 읽어나갔다. 다행히 평소만큼 떨리지는 않았다.
----------------------------------------------------------------------------------------------------
"헉 헉.."
약속시간에 늦은 나는 계속해서 뛰었다. 늦어서는 안된다... 절대...
'콰당'
넘어져버렸다. 하늘에서 별들이 비웃는다.
'아아.. 일어날태니 제발 비웃지 마.'
다시 일어나, 약속 장소로 뛰어가려는 순간
'띠리리리 띠리리리'
전화벨이 울렸다.
"헉헉..여보세요?"
숨이 차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다.
"야, 너 빨리 안와?"
예쁜 목소리가 받는다.
"미안, 정말 미안.. 지금 뛰고 있어. 빨리 뛸게"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별입니다.
반짝이며 세상을 비추는 그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키득키득..'
다른 친구들이 곁눈으로 살짝 살짝 웃으며 나와 내 짝꿍을 번갈아 본다.
내 짝꿍은 조금 부끄러워 하는 하는 눈치다. 그러나 나는 계속 읽어 내려갔다.
"언제나 저 높은 곳에서 절 비춰주는 것도 바로 별입니다."
짝꿍이 갑자기 내 글을 슬쩍 슬쩍 쳐다봤다. 조금 불안해졌다. 그러나 계속 읽어 내려갔다.
"언제나 제 옆에 있어 줄 것입니다. 언제나 저를 비춰줄 것입니다. 그것이 별입니다."
내가 체 다 읽기도 전에, 짝꿍은 내 손에 있는 발표문을 곁눈으로 먼저 다 읽은 것 같았다.
그런데 뭔가 울먹이고 있는 것 같았다.
불안했다.
'짜악!'
그 순간 짝꿍의 손이 내 뺨을 쳤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황 때문에, 발표는 거기서 중단됐다.
그날 이후로, 내 인생이 망가졌다.
----------------------------------------------------------------------------------------------------
저기 공터 앞 약속 장소에 친구가 보인다.
조금 불안하다. 그녀가 씨익 웃으며 다가온다.
"5분.. 늦었나?"
"으응.. 뛰었는데도.."
'짜악!'
그녀의 손이 내 뺨을 후려 친다.
'짜악! 짜악! 짜악! 짜악!..'
아파서 눈물이 난다..그러나 참는다.. 제길.. 사과..해야하나..
"미안.."
재수없는년.. 그러나, 별빛 앞에 서있는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눈도, 입도, 코도 정말 모두 별이다.
"뭘 쳐다보고 있어, 갖고 오라고 한 거나 내놔"
"응.."
가방 속에서 돈뭉치를 꺼낸다.
"오, 잘 갖고 왔네?"
예쁜 신발도 꺼낸다.
"어? 그것도 주는거야? 이년봐라~"
그녀가 갖고 싶어했던 지갑도 꺼낸다.
"야, 너 오늘 무슨 날이야? 씨발 오늘따라 왜이러냐 미안하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을 꺼낸다.
"...어...?"
푸욱
그녀가 배를 움켜잡고 쓰러진다.
"뭐..뭐야..너 왜이래.."
내 손에 들린 날카로운 초생달이 저 하늘의 별과 함께 춤춘다.
구름 속에 아직 숨어있는 하늘의 달도, 꽤나 만족했는지 깔깔깔 웃는다.
오늘 밤하늘은 꽤나 아름답다.
"왜 이러냐고? 몰라서 물어? 너는 진짜 나쁜년 이야.. 까먹었다면 다시 생각나게 해주지........김별"
----------------------------------------------------------------------------------------------------
내 짝꿍 김별. 언제나 나를 밝혀준, 그녀를 위한 나의 사랑 발표.
나의 충격적인 발표가 끝난 뒤, 학교에서 우리는 레즈로 불렸다.
"제가 걔야? 발표시간에 친구 발표로 공개 프로포즈 받았다던.. 그것도 여자한태 킥킥킥."
"킥킥.. 그만 해라 킥."
"솔직히 별이가 무슨 잘못이냐.. 연지 저 병신같은년이 주제를 모른거지."
그때부터 별이는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워낙에 친구들이 많은 지라 나는 당해낼 수 없었다.
결국 고등학교에 와서까지 난 삥을 뜯기고.. 수없이 맞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왕따가 되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칼을 갈았다.
----------------------------------------------------------------------------------------------------
"그래.. 내 방식이 조금 잘못 되었다는건 알아.. 그런데 정말 좋아했던 걸 어쩌란말이야.. 그렇다고 나를 이렇게 까지 만들 수 있니.."
"쿨럭.. 무슨소리를 하는.. 기억이.. 안나냐..?"
"뭐?"
"니가 말한 발표 내용은.. 중간에 끊겼잖아.. 그후로..몇줄 더.. 그것 때문에 난 얼마나.."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나의 기억으로는 거기까지가 내 글의 마지막이었다. 저년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걸까..
여기서 난 약해지면 안된다. 확신한다. 그 뒤에 어떤 말이 있었다 해도, 그것은 모두 별이를 위한 내용이었다.
저년은 날 그동안 계속 괴롭혀왔다.
일단 이년부터 완전히 처리를 하는게 급선무다.
'푸욱 푸욱 푸욱 푸욱.....'
----------------------------------------------------------------------------------------------------
...
태연히 집에 돌아왔다.
..사실.. 태연하지 않았다. 자꾸 그 발표문이 마음에 걸렸다.
그 글을 찾기 위해 온 집안을 다 헤집었다. 밤을 새고 집안을 헤집었다.
그리고.. 찾았다. 종이는 마구 구겨져 있었다.
내 발표가 중단된 뒤 별이가 마구 구겨서 내 얼굴에 던져버린게 기억난다.
난 울면서 그 글을 구겨진 체 가방에 넣어 왔고, 그 발표문은 아직 내 방 한구석에 쳐박혀 있었다.
정성스레 펴서 다시 읽었다. 그때 생각을 하니, 부끄러움에 또다시 눈물이 맺힌다.
"별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별입니다.
반짝이며 세상을 비추는 그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언제나 저 높은 곳에서 절 비춰주는 것도 바로 별입니다.
언제나 제 옆에 있어 줄 것입니다. 언제나 저를 비춰줄 것입니다. 그것이 별입니다.」
... 그 후에는 정말 몇줄의 글이 더 적혀 있었다.
글씨체가 미묘하게 달랐다.
「저는 그래서.. 별이가 싫습니다.
항상 높은 곳에서 절 깔봅니다.
별이가 착한 것 같다고요?
아침처럼 친구들이 오고, 선생님이 오면, 별이는 진정한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밤처럼 아무도 없고, 저만 있을때 별이는 시퍼렇게 빛나며 절 괴롭힙니다.
이제 저를 좀 그만 따라다녔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더러운년"」
모두 내 잘못이었다.
발표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지 말았어야 했다.
남자애들이 키득키득 웃을때 의심을 했어야 했다.
최종 발표 전에 글을 다시 읽어봐야 했다.
별이가 힐긋힐긋 글을 보며 울먹였을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베란다에 서서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본다.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멍하니 별들을 쳐다본다.
눈을 흐릿하게 떠서 별을 더 크게 보이게 하기도 하고, 텅 빈 유리병에 눈을 대고 하늘을 보아 저 별들을 유리병에 가둬 보기도 한다.
별을 감상하는 때만큼은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 같다.
정말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
출처
웃대 - c226作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