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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 일하라고! 커서 뭐될래?!”
악마는 끔찍하기 그지 없다.
검은색 옷을 입고 있고 눈을 부라릴면서 소리치는 것이 날 짜증나게 한다.
밥을 먹을때도 귀에 들려오고 컴퓨터를 할때도 들려온다.
어딜가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마치 쇠 긁는 소리와 할아버지 병든 소리가 합쳐친 것 같은 그런 목소리가 이젠 질릴 때도 되었다.
머리에는 마치 뿔이 솟아나있는 것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입꼬리는 항상 귀에 걸려 있었다.
악마를 만난 것은 약 3년전.
그러니까 중학교 1학년 때부터였다.
여느때와 같이 학교에 다녀왔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힘들고 풀 죽은 목소리로 집안에 외쳤지만 아무도 없는지 찬바람만 불어왔다.
내 마음 한구석이 너무 쓸쓸하고 외로웠다.
이유도 없이 짜증나고 모든 걸 집어던지고 놀고 싶다.
하지만 내게는 숙제가 있다.
빌어먹을 선생님이 내준 숙제.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종이에 난 신물이 났다.
그때,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철아, 학교 다녀왔니? 이제 공부해야지.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공부를 해야 해. 일 안하면 넌 그저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밥 버러지가 되고 말거야”
“누구야!?”
분명 아무도 없는 집이었지만 분명히 소리가 났다.
아주 괴기하고 흉측한 목소리.
병석 환자들이나 낼 그 소리를 어디선가 내고 있었다.
“그래, 그래, 날 욕해라. 더 욕하란 말이야.”
“너 이 새끼 경찰에 신고한다! 당장 나와!”
난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이끌려 야구 방망이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안방에서 정체불명의 괴생물체가 나왔다.
마치 만화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생물.
눈은 가늘고 째져있으며 피부는 온통 검은색.
나와 비슷한 체격에 머리에는 귀가 토끼 마냥 쫑긋 솟아있고
책에서 보던 빨간 마스크 같이 입이 쫙 째져 있는 것이
날 더럽게 했다.
“너 누구야?!”
내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저 놈을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그 몽둥이로 날 치게? 쳐봐. 하지만 후회할거야.”
“이야야야야!”
난 온힘을 다해서 몽둥이를 내려쳤다.
정확하게 머리를 향해 내리꽂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 놈은 피했다.
아니, 맞지 않았다라고 표현해야겠다.
내 손에는 아무런 느낌도 없이 방망이가 내리꽂혔다.
그러자 마치 공기를 통과하듯이 땅바닥에 부딪혔다.
난 이가 떨리고 머리가 쭈삣 섯다.
“너 뭐야.......”
“놀랄 거 없어. 하지만 사람들은 날 악마라고 부르더군.”
그래. 흔히 어릴때보던 만화에서도 저렇게 생겼었지.
“다른 사람은....니가 보여?”
조금 진정을 가라 앉히며 말했다.
“아냐, 아냐. 난 오직 너한테만 보여. 그리고 니가 어른이 될 때까지 널 따라다니는 파트너가 될꺼야.”
“니 목적은 뭔데?”
“별 다른거 없어. 그냥 널 일하게 만드는 것 뿐이야.”
손톱을 마귀할멈 마냥 길게 자라나 있었으며 아주 날카로웠다.
“이게 꿈이야?”
내가 넋빠져서 말하자 한참을 킥킥 거리며 웃는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건 현실이야! 니가 때가되면 나도 사라질거야. 그러니까 서로 나쁜말은 하지 말자구.”
그렇게 놈과 나의 생활은 시작되었다.
악마는 집에만 머물러있었으며 날 따라나오질 않았다.
엄마는 놈을 모르는건지 아님 못본채하는건지 그냥 통과하고 지나갔다.
이걸 경찰서에 말해도 날 미친놈 취급할테고 그러면 완전히 사회생활은 끝인 것이다.
밤 늦게 학원을 다녀와도
“수고했어. 이제 복습해야지?”
이런 역겨운 목소리가 나오고
인라인 강의를 다 들어도
“이제 컴퓨터를 끄고 책상 위로 가야지?”
정말 짜증난다.
이 놈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그 결과, 근 3년 동안 내 몸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살은 무려 6kg이나 빠졌으며 키도 그대로였다.
엄마가 보기에는 난 공부벌레 같이 공부만 하는 놈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걸 누가 알아줄까?
가끔은 이 놈에게 대항도 해보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손톱이 번뜩 빛나는 바람에 말도 하지 못했다.
다크서클은 입에 닿을락말락 내려와있었으며
잠을 안자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썼다.
그리고 난 몸이 나약한 쓰레기 고1이 되어있엇다.
지금 난 고1.
이제 본격적으로 공부해야할 시기라면서 놈이 말한다.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와보니 어느새 시계는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수고했어. 이제 복습해야지?”
“그냥 무시해.”
그때, 난생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주 상냥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난 엄마에게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너에게 필요한건 휴식이야. 조금만 쉬다해도 괜찮지 않을까?”
목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았을 때, 난 수호신을 보았다.
키는 나와 비슷했지만 흰 소복에 아름다운 얼굴.
다소곳이 모인 손이 어우러져 보기만해도 눈이 부셨다.
난 멍하니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누...누구십니까?”
악마가 왔을 때의 목소리와는 정반대였다.
악마는 꺼림칙하게 바라보았다.
“너에게 필요한건 쉬는거야. 안 그래? 미래를 위해서라면 쉬어두는게 좋아. 저 사람 말은 듣지 말고 푹 쉬어.”
난 두 사람을 번갈라보았다.
그러다가 내 시선은 천사쪽으로 고정되었다.
그리고 악마는 떠나버렸다.
다시는 나타나지 않고 말이다.
“잘했어. 이제 노는거야. 실컷.”
천사가 웃으면서 말하자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심장이 빨라지고 얼굴이 벌개졌다.
몇 년 묵은 체증이 한번에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난 하루하루를 양아치 마냥 보내왔다.
난 28살.
천사가 떠나고 나서 난 허무함을 느꼈다.
어느새 내 인생은 시궁창이 되어 있었고 부모님은 방바닥에 자고 계신다.
말로만 듣던 실업계 사람이 되어 있었고 취직은커녕 기술도 배우지 못했다.
그렇게 잉여인간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천사가 찾아왔다.
“뭐해?”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전에 있던 감회는 온데간데 없어진지 오래다.
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게 내 말 좀 듣지 그랬어.”
“????”
고개를 돌려봤을 때, 천사는 이미 없어져버렸다.
천사의 탈을 쓴 악마.
악마의 탈을 쓴 천사.
아무래도 이 둘 중 내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부모님이 아닐까?
출처
웃대 - 좆된몬스터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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