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오던 여름날.

나는 어렸을적부터 형제처럼 지내오던 녀석에게 만나자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녀석은 나와 다르게 훤칠한 외모와 뛰어는 머리를 가지고있었고

고등학교를 나오자마자 장사에 뛰어든 나와 다르게 서울에있는 의대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졸업후 서로의 일에 바빠 자주 만나지 못했고 내가 가끔 만나자고 전화했었지만

녀석이 먼저 만나자고 한적은없었다. 그러다 녀석이 먼저 만나자고 전화를해왔다.


녀석과 약속한 날짜가되었고 여느때와 같이 가게의 문을 닫고 뒤도는순간

비를 흠뻑 맞은 남자가 저만치 나를 향해 서있었다.



" 규호야 "


나지막하게 나를 부르는 녀석. 비에 맞은 생쥐꼴로 덜덜 떨고 있었고

나는 급하게 뛰어가 녀석에게 우산을 씌어주었다


" 왜 비를 맞고 있어 ? 감기걸리면 어쩔려고.. 어디라도 빨리 들어가자 "


어디라도 들어가려던 나의 옷깃을 꽉 붙잡은건 그때였다.

내가 발걸음을 옮기려던 차에 그녀석은 손사래를 치며 내 옷깃을 꼭 쥐었다.


" 아니야.. 사람들이 날 피할지도몰라, 그냥 우리집으로가자 "


자신의 피할지도모른다며 나에게 느껴질정도로 녀석의 손은 떨리고있었다.

가게에서 차로 30분거리인 자신의 집으로 가자며 나를 이끌었다.

비가 오는 그날 저녁 . 나는 녀석과 가지말았어야했다.









녀석은 부모님이 어렸을때 사고로 돌아가신 이후로 녀석은 혼자 쭉 이집에 살고있었다.

학창시절 자주 드나들었기 때문에 난 익숙하게 녀석의 집으로 들어갔다.

비를 맞은 추위때문인지 무었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심하다라고 생각될만큼

몸을 떨고 있는 녀석을 위해 부엌의 찬장을 뒤져 따뜻한 코코아를 데어주었다.

코코아를 꽉 쥔 녀석의 손이 왠지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 민성아, 무슨일이냐 ? 비까지 쫄딱맞고 .. 오랜만에 만난 모습이 비맞은 생쥐꼴이라니"


녀석이 걱정되었다. 아까부터 아무말없이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있었고

눈은 초점이없이 사시처럼 한곳을 응시를 제대로 못했다.


" 나.. 아무래도 병에 걸린것같아"


한참을 고민하는듯한 녀석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뜬금없이 병에걸렸다니...


"병 ? 진단이라도 받았어 ? 힘든거라면 내가 도와줄께"


형제가 없던 나에게 형제같은 놈이였는데 나는 기꺼이 그를 도울 준비가 되어있었다.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란 생각이 그를 두렵게 했었던것 같다.


" 아니 .그냥 내 생각일뿐이야, 근데 확실해 ... 헛것도보이고 몸이 내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누구와 눈을 마주치기도어려워 .. "

창백해진 얼굴로 녀석은 울고 있었다.

대체 어떤 병이 녀석을 저만치 두렵게 하는걸까? 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녀석을 손을 잡았는데. 녀석은 깜짝 놀라며 손을 빼냈다.


"안돼!!"


언성을 높이는걸 처음본 나는 깜짝놀랬다.

만지면 안될것을 만진것처럼 녀석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있었다.

단지 손을잡았을 뿐인데.


"왜그래? 대체 무슨일이야! "


나는 한층 격앙된 목소리로 녀석에게 물었다.

그때였다.


"커..커억"

녀석은 갑자기 온몸이 굳어지듯 멈추더니 눈이 양쪽으로 돌아가서 흰자가 보이고

뒤로 쿵 하고 넘어지면서 입에선 침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도 녀석은 웃는 모습이였다.




.









내가어렸을때 부모님은 원인 모를 병으로 돌아가셨다.

친척들은 모두 쉬쉬했고 나를 서로에게 떠넘기기 급급했다.

무슨 일이였는지 모르지만, 아직도 나는 그들의 차가운 눈빛을 잊을수가 없었다.



부모님과 친했었던 규호부모님이 나를 돌봐주셨고 그후 규호와도 친하게 지냈다,

나는 그래도 고아나 다름없었고 그 사실이 어린 나를 힘들게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나려면 내가 최고가 되어야겠단 생각밖에 없었고

그후로 나는 공부만 열심히했다 , 내가 최고가 된다면 누가 나를 멸시하겠는가


활발하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규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장사를 하겠다고 했고, 나는 장학금으로 의대에 진학에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그때 미처몰랐었다, 내 속에 다른 내가 있다는것을








" 뇌는 약 1.35 KG 정도 밖에 되지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볶잡하고 중요하기도하죠 , 그리고 풀지않은 미지의 수가 많은 부분이기도합니다"


중요하고 볶잡하다라 . 어쩌면 나는 이시간에 끌려 왔는지 모른다.

뇌를 보는순간 미지한 세계가 나에 눈에 확 끌려 오는듯 싶었다.

교수님의 손짓 하나하나 닿는 뇌에 나는 그만 매료되고 말았다. 왜그랬는지 알수없었지만 ...






수업이 끝나고 같이 수업을 듣는 라희가 커피한잔을 건내주었다.

그녀는 성격도 좋고 귀여운 외모에 수석으로 학교에 진학한 수재였다.


" 들을만해? 아 나 아까 뇌보는순간 욱했잖아, 으으~ 어떻하나 몰라"


그녀의 귀여운 재스처에 나는 그만 피식 웃음을 보이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해부학시간에서 괴로워 한다고들 한다.

그녀는 그들중 한명인것 같았지만 왠지 그런 모습이 귀여웠다.


" 뭐,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야. 적어도 나한테는~"


커피를 홀짝거리며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건냈다.

그녀는 베시시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 내 뇌도 그렇게생겼겠지? 아.. 궁굼하긴한대, 해부학그런건 오싹해!"


그녀의 물음에 나도 궁굼해졌다.

정말 그녀의 뇌도 그녀의 얼굴만큼이나 귀여울까?

내 어이없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피식웃었다.

하지만 정말 궁굼했다.







.






" 우와 맛있겠다, 요리잘하네? 잘먹을께 !"


라희를 우리집에 초대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가 잘만드는 스테이크를 선보였다.


-오물오물


작고 귀여운 입술로 열심히 먹고있었다.

이내 고기와 내 요리맛에 만족한듯 기분좋게 웃고있었다


" 맛잇다, 오물오물 "


목에 넘기기가 무섭게 계속 칼질을 하며 그녀는 고기를 먹고있었다.

아주 맛있게, 나는 턱을 괴고 그녀를 한참 바라봤다. 귀엽네, 피식

그 큰 스테이크를 10분만에 먹어치운 그녀는 잔뜩 부른 배에 흐뭇해하고 있었다.


" 스테이크가 이렇게 맛있을줄몰랐네~ 너 의사 안됐음 요리사해두 되겠다!히히"


연신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내게 치켜올려 보이며 해맑게 웃고있었다.

나는 괜시리 쑥쓰러웠다. 요리하기전 남은고기들은 다시 냉동고속 깊숙히 넣어두었다.


"다음에 또해줄께, 자주놀러와~ 같이공부도하고 밥도먹고!"


" 당연하지 , 누가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마다하겠어~"


나는 그녀를 보니 흐뭇해졌다.

누군가가 나를 저렇게 따뜻하게봐준건 규호말고 없었던것 같았는데...



그 후에도 그녀는 자주 우리집에 놀러왔다.

그때마다 나는 냉장고 속 깊숙히 넣어놨던 고기를 꺼내 요리를 해주곤 했다.

아마도 그녀는 그 맛에 매료되었는지 고기를 해먹자는 날이 점점 좁혀져갔다.


어김없이 그날도 그녀에게 요리를해주었다.


-툭


칼질을 하던 그녀가 나이프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더듬더듬 나에게 이야기를했다.


"미.. 민성아, 나.. 나이프좀..."


나는 나이프를 집어들어 그녀에게 줬다.

그녀는 갑자기 손을 덜덜 떨더니 나이프를 다시 떨어트렸다.

그리고 눈이 좌우 반대 쪽으로 돌아가고 온몸을 사시나무떨듯 떨더니

이내 방바닥으로 툭 쓰러졌다.


" 귀찮게 됐네 "


나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나의 맛있는 요리를 맛보며 세상을 떠낫기 때문일까?

얼굴엔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내 요리가 그렇게 맛있었나?

그녀 말대로 의대가지말고 요리사가 됐으면 성공했을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학교에 안나타나자 흉흉한 소문이 떠돌아다녔다.

나와 함께 다녔기때문인지 나는 같은 수업을 듣는아이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냐면서 ....

물론 나는 그때 이후로 그녀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로 내 요리에 내가 매료되고있었다.


"오물오물, 맛잇네, 꿀꺽"


집에서 혼자 해부학 책을 펴놓고 나는 그녀에게 해준 그 스테이크요리를

나혼자 즐기고있었다, 그녀와 함께 먹을수 없다는게 안타까웠지만.

내가 요리를 즐기며 먹을때마다 그녀가 내 앞에 앉아서

턱을 괴고 웃는 표정 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혼자이길 바라지 않는 그녀의 고운 심성인가? 내가 외롭지 말라는...





.






" 이민성씨 친구분이죠 ? "


경찰에서 나왔다는 한 중년의 남자가 규호앞에 서있었다.

규호는 그저 멍한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있었고

그의 질문에 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 친구분 부검결과 쿠루병을 앓고 계셨다는데, 알고계셨습니까? "


1950년대에 나타났던 포어족 식인풍습에의한 병이였다.

뇌를 먹는 장례습관으로 감염에 의한 병이였다.


" 아뇨, 전혀요.. 그런병이 아직도 존재합니까? "


" 확실한건아니지만, 어디에선가 감염되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처에 의한 감염도가능하구요

그리고 친구분 집에 냉동실에서 사람의 뇌로 추정되는 물체가 나왔습니다, 3개정도요. "


규호는 고개를 떨구며 그저 울고만있었다.


" 잘은 모르겠지만, 살인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것 같네요 "


" 말도안되요 녀석은... 온몸을 떨긴했지만 그건 비를 맞고추워서 때문이였고

내성적인녀석이라 남을 헤칠만한 위인이 안된다구요!, 쿠루병은 식인병이잖습니까..

그런 징그러운것을 녀석이 먹었단겁니까? "


형사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였다.

규호는 망연자실한 얼굴이였고 . 형사가 꺼낸 다음말에 규호는 그만 털썩 주저앉았다.



" 말씀드려야할것 같네요

이민성씨 집안에서 시체 3구가 나왔습니다. 시체는 각각 다 뇌가 없었고

옷장에 갈고리로 걸려져있더군요. 세구다 시신훼손은 머리쪽만 있었습니다.

한명은 같은 과에 다니던 의학도인 김라희라는 학생으로 추정되고있구요

두구는......... 몇달전 박규호씨가 신고하신 실종되신 박규호씨 부모님 시체더군요."




규호는 그말에 형사를 쎄게 밀치며 소리질렀다.


"말도안됩니다.... 평생 돌봐준 우리부모님을 녀석이 죽였다구요?

그리고 부모님을 민성이가 죽였는지 어떻게압니까? "


형사는 가지고있던 투명 봉투에 담겨져있는 쪽지 한조각을 규호에게 넘겨주었다.

그 쪽지엔 민성의 글씨체로 글이 적혀있었다.








< 내가 끝이길 바래. 미안하다, 규호야 >




































출처




웃대 - Riper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