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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4018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9
    조회수 : 2584
    IP : 121.170.***.68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04/13 22:30:04
    http://todayhumor.com/?panic_14018 모바일
    브금주의]감자, 그 오래전 이야기










    1958년 7월 여름

    아내가 요몇일 사이에 건강이 부쩍 안좋아졌다.
    아니, 건강이 안좋다기보다는 먹은게 없어 몸에 기력이
    없어져버린것이 올바른말 일지도.

    "이년아 정신좀차리라"

    윽박을 질러봐도 주름살만 깊게 내려갈뿐 도통 일어설 생각을 하지않는다.
    전쟁이끝난지 5년이 지났지만 전쟁통에 먹었던 음식들보다
    요즘 입에 풀칠하는것들은 영 형편이없다.

    "아빠 감자좀캐다주라카이."

    7살먹은 애새끼가 아버지한테하는말은 고작 이것뿐이다.

    "니새끼 총알날아오는사이에 후딱낳느라 뇌가 아직 엄마뱃속에 있는갑다 마!
    쳐먹는거밖에 모르노저건."

    하는수없이 아들놈 입에 넣어줄 감자를캐러 오늘도 20평 남짓하는
    감자밭으로 갔다.
    열심히 감자를 캐는중에 호미끝에 무언가 단단한게 걸렸다.

    "고마 여기다 몇명을 묻어놓은기가. 5년이 지났는데도 두개골이나오노..참.."

    심심치않게 우리 감자밭에서는 아직덜썩은 시체가나오곤 한다.
    그덕에 실한 감자가 무럭무럭자라는걸지도..

    "아빠왔다"

    "감자는? 와! 감자다감자 으히히 잘먹겠심더"

    7살난 아들놈은 곧장 부엌으로 달려가
    아궁이에 불을때고 감자를삶는다.
    감자도 다떨어지면 이제 뭘먹고사나..
    오늘도 푸념을늘여놓다 아내옆에서 잠이든다.



    1959년 1월 겨울.

    먹을게 없다.
    감자는 4계절 다 키울수있는거라지만
    이번겨울은 온천지가 눈으로 덮여버린바람에
    도저히 감자닢이 빛을보지못해서 다 썩어버렸다.

    "아부지 내 배고프다.."

    "쪼매만 참아라. 아부지요즘 일거리생겼응게 쪼매만있으면 곧 고기도사줄수있다안하나."

    "우와, 고기? 참말이가?"

    "그럼 자슥아. 맘껏먹게해줄게 쪼매만참아라?"

    항상 밥투정하는 아들놈덕에
    조금씩 얻어온 음식으로 아내의 생명줄도 연장되고있다.




    1959년 2월

    도저히 일거리가 들어오지않는다.
    그덕에 아내도 점점 병약해지고있다.

    "아부지..나 감자묵고싶다.."

    나도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야이 버러지같은자식아, 니엄마 저레아픈데 니가지금 밥타박할때가? 어?
    니같이 밥만축내는놈 보기도싫으니깐 나가!"

    "아부지는 하루 한끼도 제대로못먹이면서 왜나한테그러는데? 나배고프단말이다!"

    하며 대문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솔직히 아들놈잘못은 하나없다.
    다 못난내가 잘못이지..

    "여보 이거라도 좀 묵으라."

    나는 찬장에 아들놈몰래 숨겨놓은 누릉지를 끓여 누워있는아내옆으로갔다.
    하지만 아내는 들은체만체였다.

    "일어나라고"

    대답이없었다.

    "설마.."

    아내는..숨을쉬지않았다.

    "크...크윽..여보..미안타..내가 이렇게보내가 미안타.."







    오늘 아부지한테 혼나고 저녁에 다시집으로들어왔다.
    왠지 더 혼날거같았지만 왠일인지 아부지는
    흥얼거리며 부엌에서 밥을짓고계셨다.

    "왔나?"

    "네..어? 아빠 그거 고기가?!"

    "그래 마. 아부지가 고기먹여준다켔지?"

    "우와! 아빠최고다정말!"

    그날 저녁으로 난 고기를 맛있게먹었다.

    "근데 아부지 이 고깃국이름은 뭐라부르나?"

    "감자탕."

    "감자탕? 근데왜 감자는없는데?"

    "그 뼈에붙은고기 보이제? 그 고기를 감자라부르는기다."

    "아.. 어쨋든 최고맛있다. 근데 엄만왜안먹나?"

    ".. 엄마는 오늘 저기 미국으로 수술받으러갔다."

    "아~ 난 엄마랑 얘기해본기억이 단한번도없다."

    "그렇겠지.. 니낳고 한번도 일어난적이없으니 너도그만큼 정을못붙였을기다.
    진석아 잘들으레이. 자고로 엄마라카면, 등골이 빠지도록 너에게 희생을하는기다.
    평생살면서 오늘있었던일 한개도빼먹지말고 기억해라. 그리고 제일배고픈순간에 생각해내라.알았제?"

    "응, 알았다. 이 맛있는고기 배고플때마다 기억할끼다."



    1973년 11월 겨울


    아버지가 많이아프시다.
    나때문에 허리가많이굽으신 아버지.

    먹을게없다.
    그 어릴적 먹었던 고깃국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엄마라는존재에게서만 등골을 빨아먹는거라고
    아버지께서 그러셨다. 난 드디어 이뜻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치만 난 아버지허리는 도저히 건들지 못하겠다.




    1985년 4월 봄.

    적잖은나이에 장가를갔다.
    나는 부모님 한분 안계시지만
    장인어른이 하도 나를 이뻐하셔서
    부모님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셨다.
    아내가될 여자의 어머님은 역시 계시지 않는다.
    모두가 배가고픈시절이니까..



    1992년 9월 가을.

    어느 스산한날밤.
    드디어 나에게 2세가 생겼다.
    하지만 계집아이라 걱정이 태산이다.
    엄마가되면 안될텐데..
    이름은 부인이 진희라고 지었다.



    1996년 5월 초여름


    난 내 딸년에게 조금 이상한 증세가있다는걸 알았다.
    꼭 애새끼가 하는행동이 밥을 맥여도 몇일 굶은애마냥
    쳐먹여도 처먹여도 끝이없다.
    이상한일이다.
    요즘 조금씩 회사사정이 좋지않다.
    집안사정도 별로 좋지않다.



    1997년 11월 겨울.


    회사가 망한지 2달.
    쌀이떨어졌다.
    딸년은 6살인데 반찬타박이 너무심하다.
    500원짜리 하나 쥐어보내서 가게가서 놀라고했다.

    오늘은 진희에게 감자탕을해줘야겠다.



    1998년 4월 봄

    요즘 집에 혼자있는시간이많다.
    이계집애는 감자탕먹은날 이후로
    만날 감자탕타령이다.
    게다가 그날 혼자 처음가본 동내 슈퍼는
    그아이에게 새로운 놀이터가되어버렸다.
    근데 문제가있다면 이년이 내가 감자탕만드는걸 봐버렸다.



    1998년 7월 여름

    어느 비오는밤 저녁에 나는 내 실수를 깨닳았다.
    아버지 등골빠지게하는일은 없어야한다는말을 하지못했다.










    "마진희씨"

    "예. 제가 보호잡니다만.."

    "들어오세요."

    "애가..왜이런걸까요? 열이내리질않아요.."

    "친자식이세요?"

    "아뇨.. 얼마전에 아버지잃고 입양온아인데요.."

    "혹시.. 입양처에서 당부하신건없었구요?"

    "예.. 딱히 그런건없었는데요 처음 대려오신분들도 연락이 안돼요.. 슈퍼마켓하시는분이라던데.."

    "음.. 알겠습니다. 근데 이아이는 불치병이있는거같아요."

    "무슨병이죠?"

    "국내에서 처음보는사례인데..이병이 아직도 존재하는건 학계를 굉장히 떠들썩하게 할수도 있겠어는데요..
    혹시 쿠루병이라고는 들어보셨나요?"

    "아뇨.."

    "처음 이 병이 보고된건 파푸아 뉴기니아의 동부 고원 지대에 사는 포어족에게 생기는 병인데, 그부족은 장례를할때 시신을 먹거든요. 그후에 나타나는 후유증들이 바로 쿠루병이죠."

    "...네..? 그..그럼.."

    "네. 식인을 한거죠. 근데 좀의아한게있는데.."

    "...말씀하세요"

    "이병이 걸리려면.. 적어도 2세대이상으로 식인습관을 해야하거든요.. 쉽게말해
    할아버지 아버지 자식순으로 꾸준히 인육을 섭취해야 걸리는 병이란말입니다."
































    출처



    웃대 - 미치광이녀석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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