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mg alt="" src="http://www.doopedia.co.kr/_upload/comm/photo/201010/14/400_128702404842020.jpg" filesize="10796"></p> <p><변영만卞榮晩></p> <p><br></p> <p>신채호는 당시 법관이었던 변영만 선생과 친분이 있었습니다. 변영만은 신채호가 세상을 떠난 후 1936년 6월 중앙中央 4권 6호집에 신채호와의 일화를 남겼는데, 그중에는 의외롭게 신채호의 유쾌한 면모들을 보여주는 내용도 있습니다.</p> <p><br></p> <p><br></p> <p><br></p> <p><br></p> <p>1. 28년 전 제석除夕(음력 12월 30일 그믐)날, 그는 우리 집에 와서 수세守歲(밤을 세우는 것)하기로 하였다. 술 몇 잔씩 같이 먹고 난 후 밤이 깊도록 무슨 이야기를 서로 하다가 그는 차차 눕기 시작하였고, 나도 그를 따라 흉내를 내던 중, 별안간 코 고는 소리를 천둥같이 냈다.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 그의 귀에다 대고 "아. 여보시오! 이렇게 수세하는 법이 어딨소?" 하니, 그의 회답인즉,<br></p> <p>"상관있소? 잠자면서 수세합시다 그려!"</p> <p><br></p> <p><br></p> <p><br></p> <p><br></p> <p>2. 그는 영문을 독학하여 기본(E. Gibbon)의 로마사까지 자유자제로 송독誦讀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neighbour 이란 단어를 [네이-그흐-바우-어] 로 발음하였다. 나는 끽경천만喫驚千萬(너무 놀라고 어이가 없어서)-가만히 말했다. "그 중에 묵음이 있으니 [네이버] 라고만 발음하시오."<br></p> <p>"나도 그거야 모르겠소? 그러나 그건 영국인들 법이겠지요. 내가 그것을 꼭 지킬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이오."</p> <p><br></p> <p><br></p> <p><br></p> <p><br></p> <p>3. 누가 새로 잡지를 발간할 즈음 나에게 순한문純漢文, 순고전純古典식의 축사를 얻으러 왔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처지에서 불쾌한 허락을 해 놓고는 동생 영태와 단 둘이 속이 상해 있었는데, 그때 마침 그가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나는 구제받은 죄인의 기분으로 그에게 사정의 전말을 보고하고, 나 대신 축사 한 수만 써 달라 애걸하였다.-불론 한번 거절당할 것을 예상하면서. 그런데 그는 의외로 흔쾌히 승낙하고 다음날에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하였다. </p> <p> 다음날 그 서류를 받은 영태는 일별一瞥한 후, "이것은 순한문도 아니고 축사도 아니니 우리 형님이 부탁한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는 취지로 항의하였더니, 그는 "일이 참 잘못되었다" 고 하며 매우 불안한 표정을 지었으나 워낙에 고집불통이었기에, "그대로 잡지사에 보낸다고 해서 안 될 게 무엇 있느냐?" 고 하고는 대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러다 다시 들어와 "잘못 지어 가지고 왔다는 사실이나마 형씨가 아시도록 적어 놓고 가야겠다." 라고 말하고는 네모난 삿갓을 쓴 채 마루 끝에 서서 종이 조각에다 연필로 한시漢詩 한 수를 적어 놓고 갔다. 넉넉잡아 1분간의 업적業績이다.</p> <p><br></p> <p>我誤聞時君誤言</p> <p>欲將正誤誤誰眞</p> <p>人生落地元來誤</p> <p>善誤終當作聖人</p> <p>내가 잘못 들을 때 자네도 잘못 말했지</p> <p>바로 잡으려 해도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p> <p>인생으로 태어난 게 원래 잘못이거늘</p> <p>잘 틀리는 자가 결국에는 성인이 된다네.</p> <p><br></p>